맥도날드 넷제로 건물? 어쩌면 그린워싱일지도!

최근 다양한 기업에서 앞다퉈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넷제로(Net-Zero) 건물을 건축한 두 브랜드를 소개하려 합니다. 기업이 앞서서 넷제로 건물을 만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특히, 건축은 인간이 내뿜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데요. 탄소배출량이 많은 분야. 탄소 배출이 많은 분야이기에 이 분야에서 넷제로를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에 특히 고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햄버거 팔면서 ‘넷제로’ 달성하고픈 맥도날드 🍔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 지난 12월 초 맥도날드가 영국 잉글랜드 북부에 있는 마켓 드레이턴(Market Drayton)에 넷제로 매장을 개장했습니다. 이 건물은 천연 또는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건설됐고, 매장 내 전기는 풍력 및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데요. 맥도날드는 해당 매장이 영국그린빌딩협의회(UKGBC)가 지정한 넷제로 빌딩 프레임워크에 맞는 영국 최초의 식당이라고 밝혔습니다.

 

© McDonald’s 제공

구체적으로 들어가볼까요. 해당 매장의 벽은 영국산 양모를 이용해 단열하고 있습니다. 외부 간판의 경우 폐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 등을 재활용했죠. 맥도날드의 상징과 같은 간판은 인근 매장에서 사용하고 버린 커피 찌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돌맹이. 즉, 연석은 주차장에만 1,000개 이상이 사용됐는데요.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병으로 만들어졌단 사실. 덕분에 콘크리트를 사용하던 기존 방식보다 연석당 탄소배출량을 25kg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드라이브 스루 차선은 폐타이어를 재활용했는데요. 이밖에도 매장 주변엔 지역 학생들이 설계한 생물다양성 정원과 자연 산책로 등이 있다고 합니다.

맥도날드는 해당 매장을 시작으로 ‘넷제로 매장’을 더욱 늘려갈 계획인데요. 2030년까지 영국에 있는 1,400개가 넘는 매장과 사무실 모두 탄소 순배출량이 제로(0)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바꿀 예정입니다.

 

© 세계 최초로 넷제로 호텔 개장한 룸2(Room2)_Room2 제공

룸2(ROOM2)의 넷제로 호텔🏨

영국 호텔 브랜드로 잘 알려진 룸2(ROOM2)도 건설부터 철거까지 넷제로를 이룬 최초의 호텔을 오픈했다고 합니다. 건축 스튜디오 프로젝트 오렌지(Project Orange)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런던에 위치하고 있으며 8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호텔 건물은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목재로 지어졌고, 다른 영국 호텔보다 89% 더 적은 에너지로 운영됩니다. 이는 단열재를 철저하게 설치하고 건물 에너지소비량을 줄여주는 ‘스마트 디자인’이 적용된 덕분인데요. 가령 샤워기는 기존보다 40% 더 적은 에너지로도 같은 수압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고, 실내조명 및 난방 시스템도 자원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손님이 나갈 때 조명이 자동으로 꺼진다고 합니다.

또한, 호텔 안에 있는 가구 모두 환경을 고려해 제작된 가구입니다. 모든 주문 제작 가구는 이동할 때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건물 반경 16km 안에서 조달한 자재로 만들어졌는데요. 이들 자재 모두 천연, 재활용, 재생 자재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호텔은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이용하는데요. 이 중 5%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에서 온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근거로 룸2는 본인들이 세운 호텔이 ‘세계 최초의 넷제로 호텔’이라고 소개했죠.

 

© 스코프 1·2·3를 표현한 인포그래픽_Green Element 제공

잠깐! 건축물 탄소배출량만 따질거야? ‘스코프(SCOPE)’에 대해서 알아보자! 👆

맥도날드와 룸2 모두 넷제로 건축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렇다면 넷제로를 달성했는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까요? 유엔은 기업, 도시, 지역, 투자자 및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 캠페인을 운영 중입니다. 이 캠페인은 기업이 넷제로를 이뤘는지 알아보기 위한 기준을 3개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죠. 이를 ‘스코프(Scope)’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잠시 설명한다면.

🏭 스코프 1: 기업이 직접 사용한 탄소입니다. 건물이나 기업 소유의 차량에서 사용한 연료, 냉매 사용 등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죠.

🔋 스코프 2: 첫 번째 범위보다 간접적인 배출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 사용을 위해 들어오는 외부 전력으로 인한 간접 배출 등이죠.

🛍️ 스코프 3: 완전히 간접적인 배출을 말하는데요. 고객이 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할 때, 혹은 제품을 공급할 때 내뿜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일컫습니다.

공급자의 유통 과정, 고객의 소비 행위에서 나온 탄소배출량을 포함한 스코프 3. 워낙에 방대한 탓에 계산 자체가 어려운데요. 이에 현재는 스코프 1과 2만 지켜도 넷제로를 달성했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나, 스코프 3까지를 포괄하면 앞선 사례 모두 넷제로를 달성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이를 가정해 분석한다면요.

👉기업들이 깨끗한 ‘척’하는 법, 그린워싱

 

© McDonald’s 제공

1️⃣ 맥도날드, 햄버거에서 나온 탄소는 어떡할건데?🍔

맥도날드의 넷제로 매장은 레이스 투 제로 캠페인이 설정한 스코프 1과 2는 충족합니다. 허나, 스코프 3에 해당하는 간접적인 탄소배출 절감에는 실패한 사례인데요.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 체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는 주로 소고기로 만들어지는데요. 소고기는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식품입니다.

대개 사육 과정에서 소가 내뿜는 메탄은 하루에 약 200리터 즈음 됩니다. 소가 1년 동안 내뿜은 온실가스는 자동차 1대가 한 해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죠. 맥도날드가 소고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는 매장 전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에 이른다는데요.

즉, 넷제로 매장을 만들었다고 해서 맥도날드가 판매하는 상품인 소고기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를 혁신적으로 줄이지 못해 아쉬운 상황입니다.

 

© 세계 최초로 넷제로 호텔 개장한 룸2(Room2)_Room2 제공

2️⃣ 룸2, 너 정말 ‘넷제로’ 호텔 맞아? 🤔

룸2의 넷제로 호텔을 만든 건축 스튜디오 프로젝트 오렌지의 파트너인 제임스 소안은 프로젝트 오렌지가 넷제로 건물에 대해서 탄소 평가 자문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호텔은 애초에 넷제로를 목표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고, 브리암(BREEAM)이란 건물 지속성 평가 기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우수’ 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죠.

결과적으로 호텔은 ㎡(제곱미터)당 756kg의 탄소발자국을 가지게 됐죠. 이는 룸2가 애초에 목표로 한 500kg의 탄소발자국을 넘는 수치인데요. 이 부분에서 스코프 1과 2의 부족함이 보입니다.

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룸2 역시 레이스 투 제로 캠페인의 간접배출. 즉, 스코프 3를 계산하지 않았는데요. 호텔 내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들이 배출한 탄소발자국은 계산하지 않았단 것! 이에 룸2는 손님들이 배출한 탄소는 1,672톤으로 호텔이 속한 레밍톤 그룹의 연간 탄소발자국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Converservation Council 제공

어떠신가요. 혹시 “탄소배출에 대해서 너무 깐깐하게 따지는 건 아니야?”란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물론 맥도날드는 농장관리, 토양재건, 산림보존을 통해 스코프 3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또한, 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인 SBTi에 등록한 239개 기업 중 94%가 스코프 3 감축을 약속했죠. 기업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 소비자들도 매의 눈으로 더욱 꼼꼼하게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소 노력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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