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체감도가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화제인데요. 미국의 유명 시사 잡지 타임지에서도 이를 반영했나봅니다. 타임지는 해마다 올해의 발명품을 소개합니다. 올해에는 우리가 사는 방식을 변화시킨 ‘100가지 혁신(100 Amazing Innovations Changing How We Live)’을 꼽았는데요. 지속가능한 세탁을 위한 절수 장치,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레고, 재사용할 수 있는 배송상자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돋보였습니다.
음식 부문에서는 대체육의 가능성이 인정받은 모양입니다. 쿨레아나(Kuleana)의 비건 참치와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의 닭고기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건데요. 쿨레아나가 만든 비건 참치는 무와 대나무, 감자 등을 사용한 100% 식물성 참치이며,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의 닭고기는 메탄을 배출하는 농장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세포로 배양한 닭고기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권, 기후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인공 고기인 대체육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죠. 대체육이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건 알겠는데, 왜 ‘지속가능’하다는 걸까요? 대체육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시죠.
👉 잠깐! 대체육이 뭔지부터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것부터 읽어보시라
대체, 고기가 무슨 죄길래? 🍖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나 플라스틱 등 화석 에너지를 사용할 때를 생각하실 텐데요. 그러나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품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는 2020년 미네소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연구원들의 논문에서 밝혀졌는데요. 특히, 축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죠. 이는 비행기와 차량 등 모든 교통수단의 탄소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축산업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 축산업은,
1️⃣ 가축사료로 세계 곡물의 40% 소비, 축산업 지구 전체 물소비량의 10%를 차지해!
2️⃣ 소 한 마리가 탄소보다 21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연간 200kg나 배출해!
3️⃣ 소를 키울 목초지를 위해 지금도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어!
대체육의 진짜 가치, 순환 친화성! ♾️
기존 축산업의 단점은 곧 대체육이 ‘지속가능한 고기’로 주목받는 이유가 되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식물성 원료나 곤충이 가축에 비해 탄소를 덜 배출한다고 해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탄소 배출량은 여전히 막대할 겁니다. 기후변화는 계속되고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사라지겠죠. 진정한 지속가능한 식품 경제로 변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생산’만이 아니라 폐기 후의 순환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NON-축산업’을 뛰어넘는, 대체육의 진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순환경제와의 연결성인데요. 식물성 대체육은 기존 식물 가공품의 부산물을 이용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미국에 있는 플라네타리안(Planetarians)사는 기름을 짜고 남은 해바라기 씨나 콩에서 단백질을 추출했는데요. 덕분에 콩으로 만든 바비큐, 해바라기 씨로 만든 스테이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곡물의 완전 소비로 폐기물을 줄이면서도 ‘고기’를 섭취할 수 있죠.
곤충 또한 폐기물을 순환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식용곤충의 먹이로 폐기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밀기울 등 농업폐기물이나 음식물 부산물이 곤충의 사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곤충은 가축 사료로 소비될 수도 있는데요. 유럽연합(EU)은 지난 8월 가금류 및 돼지 사료로 곤충 유래 단백질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곤충 단백질을 직접 먹든, 곤충을 먹인 가축을 먹든지 간에, 곤충이 식품의 순환과정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대체육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
물론 대체육은 고기가 아닌 것을 고기로 가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할 점이 남아있습니다. 2018년 마르코 스프링만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건강학과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이트랜싯(Eat-Lancet) 위원회’는 식물성 대체육이 실제 닭고기와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배양육 또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의심되는 분야인데요. 세포 배양고기는 1931년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전체 닭을 키우는 부조리”를 멈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포를 증식하고 처리하는 과정에는 복잡한 공정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청결한 연구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화학약품과 물도 소비되죠.
이처럼 대체육이 지속가능한 고기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다만 가능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식품업계는 이 가능성들을 발전시키면서 진정한 지속가능한 식품을 위해서는 생산만이 아니라 유통과 폐기, 순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