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버린 숲, 탄소배출 지뢰밭으로 변할 수 있어

지난 1일(현지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 정상들이 발표한 게 있는데요. 바로 ‘산림·토지 이용 선언(Declaration on Forest and Land Use)’이란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2030년까지 산림 손실과 토지황폐화를 멈추고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숲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릴 정도로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세계 정상들이 함께 모여서 선언까지 할 정도로 숲 관리가 중요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숲, 잘못 관리하면 이산화탄소 지뢰밭 될 수 있어 💥

숲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의 약 40%를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뿐만 아니라 육상 동·식물의 약 70%가 숲에서 살고 있다고 하죠. 또 약 16억의 인구가 생계를 산림 자원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즉, 숲은 탄소흡수원이며 생태계보전원이자 생계유지원인 것입니다. 그러나 숲을 잘못 관리하면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탄소흡수원이 아닌 탄소배출원으로 전락하고 마는데요. 관리를 못 한 나무들이 죽어가면서 오히려 탄소를 내뿜기 때문입니다.

숲이 탄소흡수원이 아니라 방출원이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상기후 때문인데요. 이번 여름 유독 심각했던 북미 산불을 기억하시나요? 지난 7월 기준, 산불로 인해 캐나다에서만 415만 헥타르 이상이 피해를 입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과 맞먹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런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 경우 대량의 탄소가 방출되죠. 실제로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대기감시서비스(CAMS)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전 세계적인 산불로 인해 탄소배출량이 3억 톤을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 지난 7월 기준, 캐나다 산불로 파괴된 산림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_Dikaseva, Unsplash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나무가 죽는 경우에도 숲이 탄소배출원이 됩니다.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바이오지오케미스트리(Biogeochemistry)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이런 지역을 보통 ‘유령 숲(Ghost Forest)’이라 부른다고 하는데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소금기 많은 바닷물이 육지로 침투해 나무들이 죽고 있는 것이죠. 유렁 숲은 기존 생태계에서 배출된 탄소보다 약 25% 더 많은 탄소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해안과 강어귀 등에서 소금물이 육지로 유입돼 나무들이 죽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온도가 높아진 것도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합니다. 하지만 햇빛 부족으로 인해 광합성이 중단되는 밤에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합니다. 이외에도 식물은 온도가 높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데요. 미국 과학발전협회가 발행하는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avances)는 20~30년 이내 높아진 온도로 인해 숲이 주요한 탄소배출원이 될 수 있단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미 죽어가고 있는 숲🌲

우리에게 이득을 주는 만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숲.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데요.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각) 유네스코(UNESCO)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전 세계 숲 중 10개의 탄소배출량이 흡수량보다 커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사 대상에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온두라스의 리오 플라타노 생물권 보호지역 등 유명 숲이 대거 포함돼 충격을 안겨주었죠.

보고서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숲이 매년 약 1억 9,000만 톤의 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2019년 영국의 화석연료 탄소배출량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하지만 최근 산불과 가뭄, 불법 벌목, 기후변화로 인해 숲이 파괴되면서 전반적으로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 불법 벌목으로 파괴된 산림 모습_Marizilda Cruppe, WWF-UK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아마존 열대우림은 불법 벌목과 함께 광산 개발로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광산이 개발되고 있는 지역은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알려졌는데요. 영국 BBC에 따르면, 2020년에만 원주민 보호구역인 ‘야노마미’에서만 축구 경기장 5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불법 금광 개발로 황폐화 됐다고 합니다.

불법 광산 개발업자들은 경찰이 나타나도 아랑곳하지 않는데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야노마미 부족과 개발업자 간의 폭력 사태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하죠.

아마존 숲까지 갈 일도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 우리나라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도 역시 기후 이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데요. 구상나무의 열매가 열리는 봄 무렵 한라산 기온이 급강하하거나, 극한 폭우 및 해충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 백록담의 구상나무 결실 전후 모습 (왼) 2016년 (오) 2021년_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현재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구상나무 개체 수 급감이 봄철 이상기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조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수종 중 하나인데요. 생물다양성 외에도 구상나무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구상나무가 사라지자 숲이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겁니다. 나무가 죽으면 흙을 잡아주던 뿌리에 힘이 빠지기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이렇게 토양이 유실된 숲은 더욱 탄소 흡수력이 낮아집니다.

 

+숲 관리에 빠질 수 없는 토양관리! 🌱
건강한 흙은 탄소를 많이 저장하고 있어요. 지구 토양 속에는 약 2조 5,000억 톤의 탄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공기 중에 떠 있는 탄소량의 3배 이상에 달한다고 해요. 토양이 탄소를 품게 되는 이유는 토양 내부에 있는 세균, 균류 등의 미생물, 생물체의 부패, 분변물질들 덕분입니다. 이런 물질들은 토지 내에서 유기물이 되는데요. 이 유기물들이 탄소를 많이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림 개간이 이루어지거나 농사를 위해 벌목을 하고 토지에 살충제 등의 화학제품이 쓰일 경우 탄소배출이 이루어진다고 해요. 따라서 숲 관리를 할 때 토양관리 역시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는 점!

 

© Jason Leem, Unsplash

지구의 숲을 관리하기 위해서 🌍

서론에서 언급했던 COP26에서의 세계 정상들 간의 약속 기억 하시나요? 이렇게 파괴되고 있는 숲을 위해 COP26에서 전 세계 정상들이 함께 숲을 지키자! 하고 손가락을 건 건데요, 어떤 내용에 대해서 약속을 했는지 간단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산림·토지 이용 선언(Declaration on Forest and Land Use)’ 🌲

🟢 목적: 산림 및 기타 육상 생태계를 보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생태계 복원에 힘써요.

✅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무역 및 개발 정책 추진, 농업 정책과 프로그램 구현, 공공과 민간의 재정 투자 증가에 힘써요.

✅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취약성을 줄이고, 탄력성을 구축하는 등 지역사회를 강화해요.

✅ 산림 손실과 황폐화를 막기 위해 재정흐름을 조정하고 정책과 시스템을 만들어요.

 

이번 약속에는 전 세계 산림의 85%를 차지하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도 이름을 올려서 더욱 뜻 깊은데요. 이번 선언은 3,360만 km²에 달하는 산림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는 무려 우리나라의 336배에 달하는 면적인데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도자들이 약속을 했다”고 말하면서 이번 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 Crystal Mirallegro, Unsplash

전 세계가 숲 보호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숲의 죽음 때문에 마냥 쉽지 않은 상황이죠.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처럼 탄소흡수량이 엄청난 삼림을 보유한 국가들은 자국 경제 성장을 위해 벌채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고요. 따라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계기를 통해 산림 보호에 조금 더 관심이 생기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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