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6년전,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이내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C이내로 상승을 제한하는 내용의 파리협정이 체결됐는데요. 그러나 전 세계 정부들은 화석연료를 계속 생산해 파리협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 ‘녹색회복(Green Recovery)’이 진행되고 있으나, 화석연료 등 전통 산업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단 것은 파리협정 목표 이행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것입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을 앞두고 유엔환경계획(UNEP)과 스톡홀름 환경연구기관(SEI)에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화석연료 생산을 즉각 줄여야 한단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생산격차(Production Gap)‘란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생산격차? 어떤 내용의 보고서야? 🤔
10월 20일에 발간된 보고서에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주요 15개국이 미래 자국내 화석연료 생산계획이 무엇인지 지원 제도와 전략을 분석했는데요. 보고서는 2019년 기준, 각국 정부는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겠다는 파리협정의 약속보다 훨씬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정량화했습니다.
보고서에서 분석된 주요 15개국의 화석연료 채굴 및 추출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 세계의 77%를 차지하는데요. 지난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이 내놓은 6차 보고서는 “인간의 영향으로 대기와 환경, 육지가 온난화한 것은 자명하다(Unequivocal)’고 언급했듯이 인류로 인한 기후위기가 명확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은 과거보다 더 많은 석탄·석유·천연가스를 채굴할 계획이란 것입니다.
+ 보고서에 소개된 주요15개국은 어디냐면요! 🌐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랍에미리트, 영국, 미국.
2030년 목표 대비 화석연료 생산량은 2배 이상일 것 📈
우리나라를 포함한 상당수 국가는 2050년 전후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또 COP26을 위해 자국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해 제출했는데요. 외부에 공개된 온실가스 감축 약속과 달리 대표적인 산유국 및 석탄 수출국들에서는 2030년 이후에도 화석연료 생산업을 자국 핵심 산업으로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상승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생산 국가들이 2020년 이후 생산량을 줄이기 보다는 오히려 늘릴 계획임을 지적하는데요. 보고서에 소개된 15개국은 2030년에는 파리협정에서의 목표 1.5°C 제한보다 200% 화석연료를 더 많이 생산할 것이며, 2°C 제한 목표보다는 45%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할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2030년 파리협정이 설정한 목표 1.5°C에 비해 2배 더 많은 화석연료 생산이 예상되는데요. 이는 각국들이 설정한 NDC를 합한 온실가스감축목표와도 상반됩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목표와 생산예측량의 차이를 ‘생산격차(Production Gap)’라 지칭하고, 이율배반(二律背反)적 행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석탄은 240%, 석유는 57%, 가스는 24% 더 많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2020년과 2040년 사이에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생산계획은 파리협정 목표달성에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죠.
G20 코로나19 이후 화석연료 활동에 3000억 달러 재원을 투자해! 💸
코로나19 속 각국은 경기침체로 위축된 화석연료 생산산업에 3,000억 달러 신규 공공재원을 투입하였는데요. 이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입한 공공재원보다 여전히 많은 돈입니다. 다만, 최근 공공재원 운용기관의 화석연료 생산산업 투자가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추세가 엿보이는데요.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간 개발은행과 주요20개국(G20) 개발금융기관(DFIs)에서 화석연료 생산업을 재정 지원에서 제외한다는 정책을 채택했고, 대규모 자산을 운용 중인 금융연합도 G20의 화석연료 지원 중단 등 탄소가격 강화,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기후 규정 도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즉, 보수적인 금융계도 적극적으로 기후행동을 나서고 있는 추세입니다.
각국 화석연료 생산 및 지원에 관한 투명한 정보 공개해야! 👀
파리협정 목표달성과 이행여부를 위해 주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정부 및 기업 모두 화석연료 생산과 지원에 대한 생산격차에 대한 검증 및 비교가능한 정보를 관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석탄 생산국, 산유국 정부들은 파리협정내 자신들의 이행사항에 화석연료 생산 정보를 투명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대다수 국가들은 파리협정의 일부로 기후관련 보고를 이행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보고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NDC에 장기적으로 저배출 개발전략상에 어떻게 목표를 충족할 것인지를 화석연료의 생산계획과 예측을 포함하여 NDC를 달성 및 이행보고 프로세스에서 보고도 필요합니다. 이어 각국 정부 소유의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업과 관련해 투자내역·생산계획·배출량·기후관련 금융리스크 등을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정부는 생산격차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
정부는 파리협정 1.5°C와의 생산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돼야 하는데요. 각국 정부들은 이런 생산격차를 줄이도록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돼야 하며, 파리협정의 목표와 상반되는 추가적 화석연료 탐사, 채굴은 자제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공공재원을 활용에서 화석연료 산업은 제외해야하고, 저탄소 개발에 더 큰 지원을 해야만 하는데요. 더불어 역량이 큰 나라들이 앞장서서 국제적 협력을 진행해야 하죠. 공정하면서 효과적인 전환은 화석연료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재정 및 제도적 능력이 열악한 국가들은 대한 더 큰 국제적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
한국은 산유국도 석탄 수출국이 아니라 이번 보고서의 연구 대상에 속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나 국내에서도 화석연료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유가로 인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표면상 이유는 서민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것인데요. 인하된 세금만큼 낮아진 가격으로 국민이 가급적 많이 경유와 휘발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입니다.
경유, 휘발유 사용 증가로 판매량이 늘어 국내 주요 정유회사들의 매출 증대는 당연한데요. 올해 에너지 수요 증가와 함께 정유사들의 설비 가동률도 늘어 마진이 높아지고 있단 소식이 들려옵니다. 실제로 2021년 정유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사상 최대를 내었는데요. 하반기에도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장미빛 실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유사들은 석유 확보를 위해 수입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시점에서 이 역시 NDC와 정반대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번 UNEP의 생산격차 보고서가 미치는 파급력이 주요 산유국, 석탄 추출국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공해서 먹고사는 한국에게도 의미를 주는 보고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