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합니다. 식사할 때마다 쓰이는 식기들이 미치는 환경에 대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만약 식사를 할 때마다 일회용 식기를 쓴다면, 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일회용 식기의 특성상 환경오염은 피할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는데만 최소 500년. 분해 과정에서 대기와 해양, 그리고 살아가는 식물과 동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죠. 이처럼 일회용 식기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최근 일회용 식기들도 친환경을 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의 끝판왕, 에디쉬(edish) ♻️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에디쉬(Edish)’란 접시가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2019년 마루베니 회사가 내놓은 에디쉬는 생분해 플라스틱도 종이도 아닌 재료로 만들어졌으나 자연에서 100% 분해되는데요.
에디쉬의 비밀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어졌단 것입니다. 에디쉬는 귤이나 사과 같은 과일 껍질이나 씨앗 혹은 사용한 찻잎 등으로 만들어지는데요. 무엇보다 에디쉬는 별도의 재활용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일회용 접시보다 친환경적입니다. 에디쉬는 밥을 다 먹고 접시째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도 된다고 해요.
이 경우 음식물이 오염될 걱정도 필요 없고, 다른 재활용품과 섞어 자원 순환을 염려할 필요도 없는데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폐기물을 분류하는 필요성은 줄이고, 편의성은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에디쉬는 일본 환경성이 추진 중인 ‘탈탄소 사회를 위한 플라스틱 자원 순환 시스템 시범 사업’에 선발돼 몇몇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마루베니사 본사 구내식당, 아이치현 내 테마파크 그리고 일본 슈퍼호텔 그룹 계열사 내 조식 뷔페 등에서 사용 중이라 합니다. 이들 모두 에디쉬를 사용한 후 자체적으로 수거 혹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바로 넣는데요.
에디쉬는 시간이 흐르면 퇴비로 분해된다고 합니다. 각각의 퇴비화처리시설에서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 양과 퇴비 성분을 측정해 처리·발효·분해에 따른 배출량을 확인하고, 인근 농가에 퇴비로 제공해 채소나 꽃 등 작물 재배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마루베니사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더욱 빠르게 돌려 작물생산량 및 에디쉬 공급량을 높이려 하고 있죠.
더불어 지난 3월 마루베니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 비전’을 발표하며 에디쉬를 통해 저탄소 및 탈탄소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 선언했는데요. 마루베니사는 에디쉬를 통해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쓰레기 문제와 연간 612만 톤에 달하는 일본 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떨어진 야자수잎으로 만든 일회용 접시, 시크리프 🌴
에디쉬와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습니다. ‘시크리프(chic leaf)’란 이름의 미국 스타트업은 야자수잎을 가지고 접시를 만드는데요. 시크리프는 야자수에서 자연적으로 떨어트린 잎만 모아 접시를 만들어 지속가능하단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크리프는 바닥에 떨어진 야자수잎이 그냥 버려진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들은 야자수잎을 강황과 물로 철저히 세척하고 며칠동안 햇볕에 말린 뒤, 이를 접시 모양으로 가공 및 압축해 접시를 만든다고 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염료나 접착제 등 화학물질은 사용되지 않는데요. 일회용기이나 일반 그릇과 마찬가지로 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기름기가 많거나 중량이 무거운 음식도 담을 수 있어 실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장점 덕에 파티나 결혼식, 케이터링 업계 서비스 측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또한, 시크리프 접시는 약 8개월 안에 완전히 분해되는데요. 에디쉬와 마찬가지로 시크리프 접시도 퇴비화를 거쳐 인근 농가에 퇴비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분해성 플라스틱 일회용 식기는? 🍽️
일회용 식기. 플라스틱이 먼저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최근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기존 플라스틱 보다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죠.
하지만 아직 분해성 플라스틱은 상용화되기에는 어려운 단점이 있거나, 친환경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버려질 경우도 문제인데요. 분해 과정에서 일반 플라스틱을 오염시켜 플라스틱 재활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분해성 플라스틱이 제대로 분해되려면 플라스틱 종류에 따른 폐기 시설 혹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인거죠.
+ 그럼 일회용 종이 식기는 어때? 🤔
안타깝게도 일회용 종이 식기 역시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워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종이 식기는 왁스나 플라스틱 등으로 코팅된 것이 다수인지라 온전히 종이로 재활용이 어려운 것. 또, 종이식기는 사용 후 기름이나 음식 찌꺼기로 오염돼 있어서, 재활용 과정에서 다른 종이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다고 해요.
물론 식사를 하면서 환경에 가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은 일회용기보다 도자기와 같은 식기들을 최대한 오래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이제 일회용 용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각종 행사, 공연 등에서, 혹은 음식물의 포장을 위해서 일회용 접시는 우리 삶의 전반적인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아예 없앨 수 없다면 가장 환경에 부담이 덜 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