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IPCC의 제1 실무그룹(WG 1)의 충격적인 새 보고서가 발표됐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막도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죠.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인데요. 파리기후체제가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시간은 별로 없는 상황!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목표 달성을 약속했는데요.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선 더 많은 개인과 조직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화를 주도해야 합니다.
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최근 스포츠계도 탄소중립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기후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귀감이 된 사례,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세계 최초 ‘탄소중립’ 축구 경기 ⚽
지난 9월 19일 일요일(현지시각),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트넘과 첼시가 경기를 치뤘는데요. 이날 경기는 3골을 넣은 첼시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결과를 떠나 이날 경기는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량 제로(0) 축구 경기 였단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데요.
토트넘은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기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는데요. 더불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100% 조달해 간접 배출(Scope2)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제로를 달성했죠.
이어 토트넘은 탄소중립 경기를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지속가능한 행동을 취할 것을 권장했는데요. 경기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나 자전거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판매되는 모든 음식은 현지 조달이 가능한 식재료로 만들어지도록 했다고. 또한, 팬들에게 재활용 안내 및 수거함을 마련하고, 재사용 가능한 맥주컵 등을 제공해 ‘폐기물 매립 제로’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팩에 담긴 생수를 마셨는데요. 나무 수저 등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에 담긴 도시락이 제공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을 사용하지 않는 소변기, 저유량 비품 등이 구비돼 물 사용량도 최소화했다고 하죠.
토트넘은 상대 팀인 첼시에게도 런던까지 친환경 차량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양 팀 모두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한 버스를 통해 경기장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탄소발자국은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동아프리카 국가 내 산림 재조림 사업을 통해 상쇄시켜, 경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 탄소중립 경기를 진행한 이유를 묻는다면 ⚽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홍보 활동 중 하나인 것! 그렇다고 이벤트성 행사라고만 볼 순 없는데요. 올해 초 유엔이 지원하고 ‘스포츠 포지티브 서밋(Sports Positive Summit)’이 시행한 조사 결과,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인 녹색 클럽으로 선정됐단 것.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스포츠 경기는 ? 🏎️
토트넘과 첼시의 경기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스포츠 경기였을까요? 답은 ‘아니다’인데요.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인정받은 스포츠 경기는 국제자동차연맹(IFA)에서 규정한 경주용 자동차를 이용한 레이싱인 ‘포뮬러 E 챔피언십(Formula E World Championship)’입니다.
포뮬러E는 순수 전기차만을 사용하는 1인승 모터스포츠 경기인데요. 2011년 출범이 확정됐고, 2014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첫 번째 레이스가 열렸죠. 포뮬러E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요구사항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온실가스 감축활동 진행, 잔여 배출량은 UNFCCC CDM 사업 등 탄소배출권(예: CERs)으로 상쇄시켜 최종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었는데요. 지난 6시즌의 대회에서 위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포뮬러E는 수송·물류 최적화, 리튬 이온 배터리 수명 연장, 대회 중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배제 등의 활동도 진행했는데요. 이런 활동 덕에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ISO 20121 인증’을 받는 유일한 레이스가 됐습니다. 기후 대응을 목적으로 설립된 포뮬러E는 레이스를 통해 전기차 상용화와 보급 확대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받고 있죠.
탄소중립이 스포츠 부문으로 확산하는 이유는? 🙄
결론부터 말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스포츠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올 여름 개최된 2020 도쿄하계올림픽은 역대 가장 더운 올림픽으로 기록됐는데요.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극한 폭염으로 기절하고 쓰러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한 예로 남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크리스티안 블룸멘펠트 노르웨이 선수는 결승선에 들어온 직후 더위로 쓰러져 구토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에서는 파울라 바도사 스페인 선수가 열사병으로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파울라 선수는 의료진이 동행한 가운데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는데요. 이런 모습이 올림픽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테니스 경기는 호주를 덮친 최악의 산불로 인해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경기에 참가한 달리라 야쿠포비치 선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내내 숨쉬기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당시 산불 연기로 인해 멜버른 공기질이 급속도록 나빠져, 보건당국이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권장했죠.
해양스포츠와 동계스포츠도 기후 문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해양스포츠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받고 있고, 동계스포츠는 눈이 오지 않아 스포츠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눈이 오지 않아 인공눈으로 경기장을 조성했는데요.
2020년 데이비드 골드블랫이 작성한 보고서 ‘글로벌 스포츠, 기후 긴급성 및 급격한 변화 사례’에 의하면, 오는 2050년에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19곳 중 10곳만 재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이마저도 2080년에는 6곳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모든 스포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단 것은 자명합니다. 또 잠재적으로 추가 비용을 유발하는 등 향후 피해는 눈덩이처럼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스포츠 경기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팬들을 포함한 대중 참여를 유도해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죠.
스포츠계는 탄소중립에 어떻게 참여하나요? 🏅
유엔은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부문에서의 적극적인 기후 행동이 필요하단 것을 인지했는데요. 이에 스포츠 부문도 기후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스포츠 기후행동 프레임워크(Sports for Climate Action Framework)’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파리협정 목표에 따라 스포츠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감축·보고활동 및 검증을 통해 정확성과 투명한 체계를 갖추고, 지구촌 기후행동을 위해 스포츠를 활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죠.
유엔의 기후행동을 위한 스포츠 이니셔티브에 참가하라면, 우선 서약서에 서명 및 제출을 진행해야 합니다. 또 5가지 원칙에 따라 전략수립 및 정책 마련, 탄소발자국을 직접 배출(Scope 1)과 간접 배출(Scope 2) 그리고 기타(Scope 3)로 구분해 자료 수집 및 베이스라인을 설정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다 체계적으로 설정해야죠.
- ✅ 원칙 1: 환경 책임 홍보
- ✅ 원칙 2: 전반적인 기후영향 감소
- ✅ 원칙 3: 기후행동 교육
- ✅ 원칙 4: 지속가능한 소비 촉진
- ✅ 원칙 5: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후행동 옹호
스포츠계 탄소중립 확산의 중요성을 묻는다면 🤔
아쉽게도 스포츠계 내부적으로 100%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워, 외부 탄소배출권 구입 등 ‘상쇄’란 방법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앞서 언급한 토트넘 경기와 포뮬러E 레이싱 모두 산림 재조림 사업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배출권을 구입해 잔여 탄소발자국을 최종 제로로 만들었죠.
스포츠계의 탄소중립은 분명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에 참여한 클럽과 후원 기업 모두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해 장기적으로는 홍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무엇보다 스포츠계의 탄소중립 참여를 통해 기후리더십을 보여준단 것에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탄소중립이 모든 비즈니스에 전략적 필수 요소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포츠계의 참여가 지구촌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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