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에 박차를 가하면서 탄소회계, ESG 공시 프로그램 등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발표에 이어 EU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인 ‘유럽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확정하면서 ESG 공시가 점차 가시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EU 차원에서도 역내 ESG 및 금융 정보를 한데 모은 공공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정식명칭은 ‘유럽단일접속지점(ESAP·European Single Access Point)’입니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 EU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 CSRD 등 35개 이상의 기존 EU 법안에 따라 기업들이 공개해야 하는 모든 ESG 및 재무정보가 ESAP에 담기게 됩니다.

EU ESG 공시 대비를 위해 알아두어야 할 ESAP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봤습니다.

 

재무정보+ESG 정보 = ESAP…“27개 EU 회원국 내 기업 정보 한곳에” 🌱

ESAP 설립 배경을 알기 위해선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사실 ESAP는 2020년 발표된 ‘단일자본시장 실행계획(CMU Plan)’의 16개 세부 이행조치 중 하나입니다. CMU 실행계획은 유럽의 파편화된 역내 자본시장을 통합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역내 ESG 및 재무 관련 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이를 통합적으로 확인할 시스템이 부재하단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ESAP입니다.

쉽게 말해 EU 차원의 데이터 제공 시스템이 없어 기업 자사 홈페이지에서 개별적으로 ESG 정보를 확인해야 한단 것.

이후 2021년 11월 EU 차원에서 ESG 및 재무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공 DB 플랫폼 구축 논의, 즉 ESAP에 대한 입법이 상정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23일(현지시각) EU 집행위·유럽의회·유럽이사회는 ESAP 설립에 잠정 합의했습니다.

재무정보를 한데 모아 볼 수 있단 점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통합공시제도인 ‘에드가(Edgar)’ 및 우리나라의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와 유사합니다. 다만, 재무정보와 함께 비재무정보인 ESG 정보까지 한곳에 모았단 점에서 차별화됐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녹색 금융시장 전환을 촉진한다는 것이 EU 측의 구상입니다.

 

▲ 그간 ESG 및 재무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개인 및 소규모 자산운용사들도 ESAP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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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P 플랫폼은 EU 시장 규제기관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운영 전반을 관리할 예정입니다.

정보 제출 대상 기업은 CSRD에 따라 대기업에 먼저 적용됩니다. 중소기업은 자발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EU 집행위는 잠재 투자자와의 교류를 통해 자금조달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ESAP 참여를 독려 중입니다.

또한, 기업들은 별도의 추가 정보를 마련할 필요 없이 기업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시정보 및 메타데이터를 제출하면 된다고 EU 집행위는 설명합니다. 단, 해당 정보는 데이터 추출이 가능한 형태로 작성돼야 합니다.

유럽 정책전문매체 유랙티브(EURACTIV)에 의하면,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는 “ESAP가 기업이 공개한 ESG 정보를 모아 놓는 플랫폼”이라며 “기업의 ESG 정보 공개에 따른 추가적인 부담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ESAP는 웹 포털 형태로 개발됩니다. EU는 이를 24개 언어 지원 및 검색·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대용량 데이터 다운로드와 신규 정보 업데이트 알림 서비스 등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대용량 데이터 다운로드 등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면 무료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정보는 회원국별 1개 이상의 정보 수집기관을 통해 수집됩니다. 수집기관은 제공받은 데이터의 내용에 대한 평가·사실 확인 등을 실시하지는 않습니다. 제공된 정보가 기계판독 가능 여부, 메타데이터 포함 여부 등 품질 검사만 담당합니다.

EU 집행위는 제출된 데이터에 대한 책임은 해당 기업에게 있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 ESAP는 EU가 파편화된 역내 자본시장을 통합하고 회원국 및 글로벌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단일자본시장 실행계획의 세부 이행조치 중 하나다 ©European Stability Mechanism

2027년 하반기 출시 예정…“녹색금융 내 데이터 장벽 제거할 것” 🧱

결과적으로 ESAP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내 ESG 및 재무정보를 한번에 검색할 수 있어, 재무 및 비재무 정보의 비교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란 것이 EU 집행위의 설명입니다.

유럽 보험·재보험연합인 보험유럽(Insurance Europe)은 “(ESAP)가 지속가능성 문제에서의 데이터 격차를 줄이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이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6월 30일 경제통상 리포트에서 ESAP 덕에 ▲인수합병(M&A) 거래 활성화 ▲자본조달 확대 ▲공정한 ESG 평가체계 확립 ▲친환경 투자 가속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가용성 증대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ESAP는 유럽의회 및 유럽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3자 합의를 거친만큼, 최종 승인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SAP 플랫폼은 2027년 하반기부터 운영을 개시해 4년간 3단계에 걸쳐 적용 법안 및 범위가 확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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