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지구 온도 1.5℃ 경로*를 지킬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전기차 스타트업 폴스타와 리비안이 공동 발표한 ‘폴스타와 리비안 경로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 키니(Kearney)가 두 기업의 의뢰를 받아 기존 오픈소스 데이터를 사용해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GHG)의 배출 궤적을 모델링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운송부문의 배출량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1.5℃ 억제 목표를 최소 75% 이상 넘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보고서는 이대로는 2035년 이내에 남은 탄소예산(카본버짓)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1.5℃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0년 이내에 자동차 산업계에 시급하게 필요한 조치 3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기후대응과 한계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 3가지를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1.5℃ 경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배출량 감축 목표를 뜻한다.

 

▲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000만 대를 돌파했다 ©SNE Research greenium 편집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사상 최초 1000만대 돌파! 📈

IPCC가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에 따르면, 1.5℃ 경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총 탄소배출량의 43%를 감축해야 합니다. 이는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운송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는 특히 차량의 전기화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내연기관차를 주행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전기차로 전환한단 것입니다.

현재 전기차 생산량은 테슬라를 필두로 폴스타, 리비안 등 전기차 전문 기업들이 주도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현대기아, 포드 등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도 전기차 생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2022년 최초로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지난 13일 배터리·전기차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2년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합친 판매량이 1,083만 대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1년 671만 대에서 2배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1,478만 대에 이를 것으로 SNE리서치는 예상했습니다.

 

▲ 폴스타와 리비안 경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계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연간 탄소예산은 7씩 소모된다 이는 2035년 완전히 소진될 예정이다 ©Kearney 제공 greenium 편집

자동차 산업 1.5℃ 시나리오 분석…“전기차 전환만으론 부족해” ⚡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에너지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1.5℃ 경로에서 전 세계의 탄소예산은 2021년 기준 500Gt(기가톤)에 불과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운송부문의 탄소예산을 현재 배출량 비율에 맞춰 전체 예산의 15%로 설정했습니다.

보고서는 자동차 산업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매년 탄소예산의 7%가 손실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어 2035년에는 전체 예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더욱이 1.5℃ 경로 달성을 위해서는 ‘전기차 전환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전기차 전환만으로는 탄소배출량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 고강도 조치를 모델링한 시나리오 1 분석 결과 3가지 조치를 모두 고강도로 실행할 경우만 탄소예산 초과를 막을 수 있다 ©Kearney greenium 편집

보고서는 1️⃣무배출차량(ZEV) 전환 2️⃣무화석에너지 전환 3️⃣공급망 배출량 감축 등 3가지 조치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조치들을 고강도·중강도·저강도로 시행했을 경우 탄소예산을 얼마나 초과하는지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3가지 조치를 모두 고강도로 시행한 ‘시나리오 1’만이 탄소예산 초과(Overshoot)를 막을 가능성이 있단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시나리오에는 ▲2032년까지 100% ZEV 전환에 더해 ▲2033년까지 100% 무화석에너지 전환 ▲제조·공급망 내 배출량 평균 81% 감축 등 모든 항목에서 강도 높은 전환을 실현하는 것이 포함됐습니다.

달리 말하면 전기차 100% 전환 조치만으로는 탄소예산 초과를 막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분명, 전기차는 내연차와 달리 가솔린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기차 100% 전환이 운송부문의 탄소배출량 저감에 불충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의 수명주기 배출량 비교 그래프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및 전기 생산이 내연기관차는 배기관 배출이 수명주기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Kearney greenium 편집

1.5℃ 억제 목표 달성 위한 핵심키, ‘재생에너지·순환경제’ 🗝️

해당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전기차 및 내연차의 ‘수명주기 배출량’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수명주기 배출량이란 자동차의 원료 생산부터 제조,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컫습니다.

조사 결과, 내연차는 그중에서도 사용단계의 배출량이 많습니다. 내연차의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인 배기관 배출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내연차의 수명주기 배출량 중 60~65%가량을 차지합니다.

반면, 배터리를 사용하는 순수전기차(BEV)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이 없습니다. 대신, 생산단계에서 공급망 배출량이 내연차보다 35~50%가량 높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부품이 다량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발전원 대다수가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라는 점도 전기차의 수명주기 배출량이 높은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전체 수명주기 배출량을 비교하면 전기차가 내연차보다는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내연차의 사용단계 배출량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 전기차는 배터리 관련 추가배출량으로 인해 공급망 배출량이 내연차보다 35~50가량 높다 ©Kearney greenium 편집

때문에 보고서는 전기차 전환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판매량 증가에 더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합니다.

이에 보고서는 ‘무화석에너지 100%’와 ‘제조·공급망 배출량 감축’을 제언했습니다.

무화석에너지 100%는 전기차 사용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중요합니다. 보고서는 무화석에너지의 예시로 풍력, 태양광, 수력, 원자력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배터리 등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보고서는 ▲원료 생산 시 배출량 감축 ▲재료 사용량 감축 ▲저영향 대체재료 사용 등의 필요성을 짚었습니다. 이를 위해 생산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재고할 수 있도록 탈탄소화 설계와 순환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폴스타·리비안, 모든 조치 가속화 위해 업계 공동대응 촉구해 🤝

보고서 공개에 앞서 폴스타와 리비안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몇 곳에 해당 보고서를 먼저 공유했습니다. 동시에 그들에게 협력을 제안했고 “그들 중 누구도 거절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폴스타의 지속가능성책임자 프레드리카 클라렌은 “우리는 (내연차) 배기관 배출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폴스타와 리비안은 앞으로 원탁논의를 포함해 자동차 산업계의 집단행동을 가속화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계에서) 전례 없는 집단적인 기후행동을 향한 길을 찾을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집단행동의 사례로 ▲공급망 내 재생에너지 솔루션 공동투자 ▲밸류체인 투명성 공통 표준 개발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협력 ▲소비자 행동 유도 인터페이스(UI) 개발 등을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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