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탄소크레딧 수익 공유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시작은 지난 5월 짐바브웨 정부의 발표였습니다. 당시 짐바브웨 정부는 자국 내 모든 탄소배출권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재협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배출권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전체 수익의 50%를 가져갈 것이라고 짐바브웨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발표 즉시 진행돼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짐바브웨 정부 이후 말라위, 잠비아 정부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들 국가는 선진국 및 기업들이 수익 창출 및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아프리카 토지와 산림 등을 이용해 탄소배출권을 저렴하게 발급하고 있단 점을 지적합니다.

즉,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단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의 날갯짓이 20억 달러(약 2조 5,400억원) 규모의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에 어떤 폭풍을 일으킬지 살펴봤습니다.

 

▲ 아프리카 대륙은 연간 12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콩고분지를 비롯해 막대한 재생에너지 및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Bezos Earth Fund

탄소시장에서 아프리카 대륙이란? “무수한 잠재력의 땅!” 🌍

탄소시장에서 아프리카 대륙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넓은 토지와 산림을 보유한 덕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중앙아프리카 내 콩고분지에는 3억 1,400만㏊(헥타르) 규모의 열대우림이 있습니다. 콩고분지는 연간 12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재생에너지와 천연자원이 풍부해 탄소제거(CDR)에도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령 동아프리카 케냐의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는 지열에너지가 풍부한 곳입니다. 덕분에 이 지역은 DAC(직접공기포집)에 적합한 지역으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발행된 탄소크레딧이 전체 발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적습니다. 최근 6년간(2016~2021년) 발행된 전체 탄소크레딧 중 11%만이 아프리카에서 나왔습니다. 2021년 한해 아프리카 기반 탄소크레딧은 전 세계 거래량의 15%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거래량이 현 상태에만 머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엔이 창설한 국제 이니셔티브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SE4ALL)’는 2021년 보고서에서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을 이끌 잠재성이 높은 곳으로 아프리카를 꼽았습니다.

SE4ALL은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만 연간 60억 달러(약 7조 6,2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지난 3월 스위스의 탄소배출권 개발기업 사우스폴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역대 최대 탄소상쇄 프로젝트인 카리바 REDD+ 사업에서 수익 대부분을 가져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South Pole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탄소식민지화 우려 나와 🤔

문제는 개발도상국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 탄소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면 그 대부분을 선진국의 기업들이 가져간단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탄소시장에 대해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탄소라는 무형자산을 착취한다는 입장에서 ‘탄소식민주의’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례로 2022년에는 영국 정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멕시코 지역사회에서 탄소배출권을 터무니없이 저렴하게 구입해왔단 사실이 블룸버그통신 보도로 알려지며 비난이 일었습니다.

당시 BP는 멕시코 59개 지역사회에서 개당 4달러(약 5,000원)로 150만 개 산림 기반 탄소상쇄크레딧을 구매했습니다. 해당 가격은 현지 시장가격의 15%에 불과했습니다.

BP가 지역주민들의 교육 수준과 인터넷 접근성이 낮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습니다.

지난 3월 아프리카 짐바브웨 내 역대 최대 탄소상쇄 프로젝트 중 하나인 카리바 레드플러스(REDD+) 사업에서 스위스 탄소배출권 개발기업인 사우스폴과 협력사가 수익 대다수를 가져가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 2022년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아프리카 탄소시장 이니셔티브가 설립됐다 ©GEAPP

탄소프로젝트에 제동 거는 아프리카 국가들…“탄소도 국가자산” 💰

이같은 논란이 반복되자 2022년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를 기점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응에 나섭니다.

케냐·말라위·가봉·나이지리아·토고 등 아프리카 5개국이 연합해 ‘아프리카 탄소시장 이니셔티브(ACMI)’를 설립한 것입니다. 현재는 모잠비크와 부룬디가 합류해 7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ACMI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권 연간 3억 개 생산 및 일자리 3,000만 개 창출 ▲2050년 탄소배출권 연간 15억 개 생산 및 일자리 1억 1,000만개 창출 등을 목표로 합니다. 이에 따라 2050년까지 1,200억 달러(약 15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단 구상입니다.

ACMI는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공평하고 투명하게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에 영국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의 탄소시장개발책임자 크리스 리드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탄소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국가자산(sovereign asset)임을 깨닫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지난해 10월 탄자니아가 탄소프로젝트의 수익 분배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해당 논의는 짐바브웨와 케냐 등 이웃국가들로 확산됐다 ©greenium

짐바브웨가 불 지핀 국고 환수…“잠비아·말라위로 확산돼” 🔥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거나 고려 중입니다.

2022년 10월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는 탄소프로젝트의 수익 분배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 포함된 탄소거래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세부사항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올해 5월 짐바브웨와 케냐가 연이어 탄소프로젝트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짐바브웨는 기존의 모든 탄소프로젝트를 무효화하고, 재무부가 수익의 50%를 가져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의하면, 짐바브웨는 지난해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은 탄소상쇄크레딧이 발행된 국가입니다.

케냐의 경우 수익의 25%를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내용의 탄소배출권 거래 규제안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해당 논의에 다시 불이 지펴졌습니다. 계기는 지난 3일부터 9일(현지시각)까지, 7일간 짐바브웨에서 열린 ‘제1회 아프리카 자발적 탄소크레딧시장 포럼’이었습니다. 이 포럼은 현지 이니셔티브인 ‘아프리카 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AVCCM)’이 주관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 잠비아와 말라위 정부 관계자도 짐바브웨와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던 것.

콜린스 은조부 잠비아 녹색경제·환경부 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잠비야 정부는 수익의 50%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잠비아는 아프리카에서 5번째로 큰 탄소배출권 생산국으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 발행량의 6%를 차지합니다.

마이클 우시 말라위 내각장관 또한 이전 프로젝트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 환수에 대해) 지금은 어떤 비율도 확언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한 가장 높은 비율로 결정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 짐바브웨는 탄소프로젝트에서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협상력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iStock

“주권국 정당한 권리 VS 프로젝트 위축 우려” 팽팽히 맞서 💬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포럼을 계기로 아프리카 대륙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 간 협력을 증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포럼 폐막식에서 망갈리소 은들로부 짐바브웨 환경부 장관은 “(탄소프로젝트가) 개도국의 경제성장 목표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기후금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우시 말라위 내각장관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며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하나의 공통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짐바브웨와 같은 시도가 경제성 문제로 탄소프로젝트를 되려 위축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기후변화 전문 투자자문 기업 폴리네이션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틴 와일더는 프로젝트 개발자의 수익이 투자분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면 탄소프로젝트 자체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와일더 CEO는 이어 “경제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탄소시장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응을 ‘국유화 위험’으로 성급하게 규정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투자운용사 탄소성장파트너(CGP)의 리치 길모어 CEO는 먼저 “우리는 지난 200년 동안의 자원추출이 인간과 지구를 실패하게 만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길모어 CEO는 핵심원칙은 ‘자원 주권’이라며, “탄소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들이 자신들의 규칙을 결정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탄소배출권 컨설팅기업 그린펄스의 하태상 책임연구원은 중국 사례를 예시로 들며 아프리카 국가들도 탄소자산을 국가자산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 책임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대해 배출권 수익의 최대 65%(산림유형 사업은 2%)까지 가져가고 있다”며 “전 세계의 등록된 CDM 사업의 약 48%가 중국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앞선 우려가 “현재 개도국의 탄소자산이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된 시점에서 우려에 불과하다”며 “향후 탄소자산의 가치가 재평가되면 일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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