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 식량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과 기업을 찾는 ‘2023년 월드 체인징 아이디어 어워즈(World Changing Ideas Awards 2023)’의 수상자가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됐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기후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혁신을 통해 해결하는 동시에 성장을 지원하는 기술 및 기업이 선정됩니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이한 대회는 ▲기후 ▲자연 ▲농업 ▲에너지 ▲운송 등 총 각 부문에서 1개씩, 45개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패스트컴퍼니는 이들 수상자에 대해 “어두운 뉴스 흐름에 낙담하기 쉽다”며 “그러나 이들 45개 기업은 우리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세계의 중요한 문제들이 모두 상호연관돼 있다고 밝혔다”며 “(달리 보면) 문제별 각각의 해결책도 상호연결될 수 있단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2022년 기준 총 5개 위성을 쏘아올린 캐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지에이치지샛은 온실가스 중에서도 메탄 측정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했다 ©GHGSat

‘월드 체인징 아이디어 어워즈’ 기후 부문 수상자? 메탄 감시하는 GHGSat! 🛰️

기후 부문에서는 캐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지에이치지샛(GHGSat)’이 수상했습니다. 이 기업은 2016년부터 5개의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측정해 왔습니다. 이중 3개 위성은 지난해 발사됐습니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에 위성 6개를 추가로 쏘아올릴 예정입니다.

지에이치지샛은 6대 주요 온실가스 중에서도 메탄(CH4) 측정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이 기업은 위성을 이용하여 메탄을 대규모로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위성이 분광기를 이용해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는 햇빛을 받아들여 온실가스 배출을 탐지하는 방식입니다. 화학물질마다 반사되는 빛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온실가스의 종류를 특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지에이치지샛은 2019년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누출되고 있단 사실을 포착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스테판 제르맹 지에이치지샛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메탄배출량의 약 50%는 일시적”이며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그는 “메탄배출량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에이치지샛은 세계 각국의 메탄배출량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느 스펙트라 서비스를 데모 버전으로 운영 중이다 ©GHGSat

이에 지에이치지샛은 지난해부터 ‘스펙트라(Spectra)’라는 전 세계 메탄배출 감시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패스트컴퍼니는 “메탄배출량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화석연료 산업들이 (메탄이 배출되는 곳을 찾아) 누출을 중지시키는 것이 기후대응에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지에이치지샛의 기술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편, 지에이치지샛은 올해 하반기에 세계 최초의 상용 이산화탄소(CO2) 감시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곰팡이 달걀흰자·유전자편집 대두·합성팜유 등 혁신 기술 다수 수상! 🍳

45개 부문 중 3개 부문은 푸드테크 기업이 수상했습니다. 이들 3개 기업의 공통점은 기후변화와 삼림벌채 그리고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막는다는 사명 아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단 것입니다.

먼저 곰팡이로 만든 달걀흰자 ‘바이오 알부맨(bioalbumen)’을 개발한 핀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오네고바이오(Onego Bio)가 식품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겼단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센터(VTT)와 헬싱키대가 공동 연구한 끝에 개발된 대체 달걀흰자, 바이오 알부멘. 연구진은 ‘트리코더마 리세이(Trichoderma reesei)’란 곰팡이를 이용해 달걀흰자 단백질의 54%를 차지하는 오브알부민(ovalbumin)이란 물질을 만들었습니다.

 

▲ 마이야 이코넨 오네고바이오 최고경영자CEO가 곰팡이를 활용해 만든 달걀흰자 바이오 알부맨을 들고 있다 ©Onego Bio

해당 연구는 2021년 12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도 게재됐습니다. 연구 결과는 오네고바이오를 통해 바로 사업화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마이야 이코넨 오네고바이오 CEO에 따르면, 전 세계 계란의 86%는 탄소집약적인 육계농장에서 생산됩니다. 소고기와 대비해 탄소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약 2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고 이코넨 CEO는 밝혔습니다.

대체 달걀흰자가 기존 계란과 비교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대 90% 낮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오네고바이오는 곰팡이를 통해 대체우유를 생산 중인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퍼펙트데이(Perfect Day)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노벨스푸드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통해 대두에서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생산한다 ©Nobell Foods

분자농업을 사용해 대두에서 유제품 단백질을 재배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노벨스푸드(Nobell Foods)는 농업 부문에서 수상을 차지했습니다.

노벨스푸드는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대두와 같은 작물에서 재배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기업들이 미생물에 주목했다면, 노벨스푸드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활용해 대두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려 합니다.

마기 리차니 노벨스푸드 설립자 겸 CEO는 “정밀 발효 기술은 기존 단백질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비싸하다”며 “기후대응이 의미있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지갑이) 감당할 수 있는 맛있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리차니 CEO는 “농업은 그 점에서 경제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C16바이오사이언스(C16 Biosciences·이하 C16)은 자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C16은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합성팜유 ‘팜리스(Palmless)’를 개발해 판매 중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팜유 생산이 최소 193종의 멸종위기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열대우림 개간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크게 손실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패스트컴퍼니 “올해 세계를 변화시킨 기업? 델테크놀로지스!” 💻

한편,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부문은 스웨덴 순환소재 스타트업 리뉴셀(Renecell)이 수상했습니다. 이 기업의 재활용 섬유 펄프인 ‘서큘로오스(Circulose)’는 레티시아 로카솔라노 스페인 왕비의 드레스 제작에 사용된 바 있습니다.

낡은 청바지, 의류 공장에서 발생한 자투리 원단 등 재사용 불가능한 의류폐기물이 리뉴셀에겐 풍부한 원료가 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현재 리뉴셀은 폐업한 제지공장을 서큘로오스 공장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서큘로오스 공정 자체가 순환적일뿐더러, 생산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 설비로 얻는단 점에서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부문을 수상했다고 패스트컴퍼니는 밝혔습니다.

 

▲ 패스트컴퍼니는 올해 세계를 변화시킨 기업 부문에 델테크놀로지스를 선정했다 사진은 작년 12월 델테크놀로지스가 공개한 모듈형 노트북 시제품 컨셉 루나의 모습 ©Dell Technologies

올해 세계를 변화시킨 기업 부문에는 전자제품업체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패스트컴퍼니는 “델이 여러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델테크놀로지스가 공개한 ‘컨셉 루나(Concept Luna)’가 대표적입니다. 기존 노트북 대비 주요 부품의 크기와 개수가 모두 줄고, 부품별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결합·분리가 쉽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컨셉 루나는 아직 시제품 단계이나, 쉽게 분리하고 수리할 수 있는 모듈형디자인이란 점에서 전자폐기물 발생량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패스트컴퍼니는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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