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다른 재택 문화 확산과 보복 소비 영향 등으로 세계적으로 노트북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2021년 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2억 대에 달했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사상 최대치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전자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단 것! 노트북은 수은,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과 플라스틱 등 여러 부품이 들어 있고, 수리보다는 새 모델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아 다른 전자제품보다 폐기물이 쉽게 나오는 편이죠. 영국의 재제조 노트북 생산 기업 서큘러 컴퓨팅(Circular Computing)이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연합(EU)에서만 하루 16만 대의 노트북이 버려지고 있는데요.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트북 업계가 설계에서부터 변화를 꾀하고 있단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부품 수리·교체 용이한 세계 최초의 모듈식 노트북, 프레임워크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하드웨어 스타트업체 프레임워크(Framework). 세계적인 가상현실(VR) 업체인 ‘오큘러스’의 창립 구성원이자 페이스북 임원을 역임한 엔지니어 니라브 파텔이 설립한 곳으로 유명한데요.

지난해 2월 프레임워크는 소비자가 노트북을 쉽게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 13.5인치 노트북 ‘프레임워크’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노트북은 주요 부품이 고장나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경우 사용자가 손쉽게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데요. 노트북의 최대 단점인 짧은 수명과 오랜 사용으로 인한 속도 저하를 모듈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단 점에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 미국 프레임워크사에서 내놓은 모듈식 노트북_Framework 제공

결합·분리가 자유로운 디자인을 흔히 모듈형이라 부르는데요. 프레임워크와 같은 모듈식 노트북은 새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구성 요소를 업그레이드하고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단 점에서 유용하죠.

프레임워크는 노트북 밑면에 있는 작은 나사 5개를 풀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요. 회사 측에 따르면, 메인보드를 제외한 내부 스토리지, 메모리, 와이파이 카드 모두 손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부품 상단에 QR코드가 부착돼 있는데요. 사용자는 QR코드를 통해 부품 수리나 교체에 필요한 단계별 지침과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고, 홈페이지와 연동된 덕에 필요한 부품을 바로 주문할 수 있죠.

 

© 프레임워크 노트북은 나사 5개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_Framework 제공

이처럼 사용자의 자가수리권을 보호함으로써 급증하는 전자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인데요.

프레임워크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나라브 파텔은 “2014년 연간 전자폐기물이 4,440만 톤에서 2019년 5,360만 톤으로 증가했다”며 “산업적으로는 계속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죠. 파텔 CEO는 이어서,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단 소비자들 스스로 쓰레기를 덜 배출할 수 있고, 더 오래 지속되는 제품을 만들어줌으로써 전자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계 수리를 돕기 위한 수리 전문 커뮤니티인 ‘아이픽스잇(iFixit)’이 프레임워크의 모듈식 노트북에 수리 및 업그레이드가 용이한 점을 이유로 10점 만점에 10점 평가를 수여했단 소식도 전해지며, 프레임워크가 인기몰이 중인데요. 아직은 북미 및 유럽 3개국(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만 주문이 가능하나, 가까운 시일 안에 아시아 지역에서도 주문을 받을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 델 테크놀로지스가 발표한 친환경 PC 설계인 컨셉 루나_Dell 제공

탄소발자국 ↓, 순환경제 전환 ↑…친환경 PC ‘컨셉 루나’ 🛠️

프레임워크의 노트북은 제품 수명은 늘리고, 전자폐기물은 줄인단 점에서 완벽해 보입니다. 허나, 수리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무조건 프레임워크에서 구매해야 한단 단점이 있는데요.

다행히 노트북업계는 앞다퉈 좀 더 지속가능한 노트북 설계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얼마전 전자제품업체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는 친환경 PC 설계를 위한 새로운 개념인 ‘컨셉 루나(Concept Luna)’를 발표했습니다.

컨셉 루나는 인텔과 함께 개발한 개념 증명용 제품인데요. 메모리를 비롯한 각종 부품이 내장된 메인보드 크기는 기존 제품 대비 75% 줄이고, 이를 상단 커버에 배치해 열 배출 효율을 높였죠.

또한, 각 부품의 재사용을 높이기 위해 결합·분리가 쉽도록 설계됐습니다. 컨셉루나는 프레임워크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수리용이성을 높이고자 분해해야 하는 나사 개수는 4개로 줄이고, 부품 수도 20%가량 줄였다고 하죠. 덕분에 핵심부품 분해부터 재조립까지 모두 90분이면 충분하죠.

 

© 델 테크놀로지스가 발표한 친환경 PC 설계인 컨셉 루나_Ari Notis, The Hiu

이는 회사 측이 재활용업체로부터 약 2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노트북 분해가 힘들단 건의사항을 듣고 반영한 결과인데요. 이를 위해 환경·제품 설계·연구&개발(R&D팀이 협력해 오랜기간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손목 받침대와 키보드 등은 쉽게 수리하고 재사용이 쉽도록 설계됐는데요. 배터리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오래 사용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구성됐고, 바이오 소재로 제작한 인쇄 회로 기판(PCB)의 경우 재활용업체들이 금속과 구성 요소를 보다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고 하죠.

델 테크놀로지스에 의하면, 컨셉 루나는 넷제로(Net-Zero)와 순환경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됐는데요. 회사 측은 “이 제품은 일반 판매 제품이 아닌 시제품이지만 향후 모든 설계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전 제품에 대한 탄소발자국을 약 5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프레임워크의 노트북 부품 구성_Framework 제공

컨셉 루나는 말 그대로 구상 단계를 뜻하는 제품이므로 실제로 판매하거나 하진 않겠지만, 향후 다른 제품에 적용될 가능성은 열려있는데요. 프레임워크와 델 테크놀로지스 모두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다른 업체들에게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돼 긍정적인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 제품을 사지 않고 수리함으로써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모듈식 노트북이 제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각종 부품과 소프트웨어 지원이 지속가능해야할뿐더러, 소비자와 기업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요. 가까운 미래 모듈식 노트북이 흔해지는 상상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