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초래한 물 부족 문제가 점차 악화되는 상황. 물 부족이 더욱 심화될 미래 슈퍼마켓의 모습을 보여주는 키트가 공개됐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광고기업 퍼블리시그룹이 디자인한 ‘드롭스토어’ 키트입니다.

이 키트는 콜라·치즈·물 등 흔히 볼 수 있는 식품들로 구성됐습니다. 차이점은 콜라 500ml 하나에만 현재 가격의 60배 이상인 99달러(약 12만 원)으로 책정됐다는 것.

키트를 만든 에르아르도 마르케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드롭스토어는) 사람들이 물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는데요.

마르케스 COO는 “문화와 출신 배경이 다른 전 세계 사람들을 고려했다”며 “모두의 일상생활에 있는 것, 즉 식료품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드롭스토어가 보여주는 물 부족 미래의 슈퍼마켓,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 물 부족 미래에서는 흙탕물이 일반화되고 깨끗한 물이 사치품이 될 수 있다 ©The Drop Store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물입니다. 키트에는 두 가지 종류의 생수가 포함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갈색의 더러운 물이 ‘생수’로 구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화학오염 및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식수 오염이 계속될 경우 미래에는 더러운 물이 말 그대로 ‘일반물(Regular Water)’이 될 것이란 점을 시사합니다.

반면,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마시는 깨끗한 물은 더 희소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깨끗한 물은 15밀리리터(ml) 캡슐에 198달러(약 25만원)나 되는 사치품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22억 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2050년에는 50억 명 이상이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1년 중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할 것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전망했습니다,

 

▲ 드롭스토어는 물 부족 문제로 인해 피자와 콜라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악천후로 따뜻한 피자 배달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The Drop Store

물 부족은 단순히 식수 부족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물 부족은 우리 식품 체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가 사랑하는 피자와 콜라를 예로 살펴볼까요. 물발자국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마르게리타 피자 725g 한판의 물 발자국은 1,259리터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밀·토마토 재배, 우유를 얻기 위해 사용된 빗물과 지하수 나아가 이 안에서 발생한 수질오염 등이 포함됩니다.

콜라 1리터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은 72리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제설탕의 경우 1kg당 물발자국은 1,780리터입니다. 즉, 우리가 즐겨 먹는 피자 한 판과 콜라 한 병만 해도 물발자국이 1,331리터에 달한단 사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빈번해질수록 피자 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도 악천후에는 배달 비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드롭스토어는 미래의 피자를 ‘알약’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 드롭스토어에 선보인 제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치즈 큐브 옥수수 곤충 간식 물에 뜨는 튜브형 소파인 플로치Flouch 스쿠버다이빙용 오리발 ©The Drop Store

드롭스토어는 이외에도 여러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옥수수와 치즈 등 일상식품의 가격은 비일상적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육류를 대신하는 단백질 식품으로는 곤충이 키트에 포함됐습니다. 소고기와 닭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각각 1만 5,000리터와 5,000리터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료 생산의 물소비량이 주원인입니다.

곤충 스낵마저도 곤충 양식에도 1kg당 4,000리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가에 책정됐습니다.

홍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스쿠버다이빙용 오리발과 튜브형 소파(Flouch·Flood+couch)도 포함됐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18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홍수 위험 지역에 거주 중입니다.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지역입니다.

 

▲ 드롭스토어는 전 세계가 가뭄홍수오염 등 물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The Drop Store

다행히도 이 제품들은 모두 ‘품절(Sold out)’ 상태입니다. 정확히는 컨셉 제품이기에 판매될 예정은 없는데요. 동시에 드롭스토어는 “곧 입고 예정(Soon in stock)”이라며 물 위기가 곧 다가올 현실이란 점을 재치있게 꼬집었습니다.

퍼블리시그룹은 드롭스토어를 선보인 이유에 대해 더 많은 이에게 물 부족 문제에 공감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류 상당수가 가뭄·홍수·식수 오염 등 물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가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단 것.

이에 드롭스토어 홈페이지에는 “지금 물 위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드롭스토어 제품들이)곧 재입고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 지난 22일~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46년만의 유엔 물 총회가 개최됐다왼 이번 총회에서는 물 위기를 해결하고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700여개의 자발적 서약이 제출됐다오 ©UN water 트위터

드롭스토어 키트는 지난 22일부터 24일(현지시각)까지 사흘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23 유엔 물 총회(Water Conference)’를 기념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네덜란드 외무부가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퍼블리시그룹에 의뢰한 것인데요.

이번 총회는 1977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회의 이후 46년 만에 열렸단 점에서 이목이 쏠렸습니다.

총회 개최에 앞서 17일 세계 물 경제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담수 수요가 공급을 40% 초과하면서 물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드롭스토어의 메시지는 이러한 보고서의 내용을 관통합니다.

한편, 46년 만에 개최된 유엔 물 총회에는 약 1만 명이 참석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수 유엔사무총장은 총회 개막식에서 “우리는 인류의 생명줄인 물을 흡혈귀처럼 지속불가능하게 과소비한다”며 “기후변화를 통해 수자원을 빠르게 증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수자원 보호를 위한 전례 없는 수준의 국제적 약속의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24일 폐막식에서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 기업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이 약 700개의 자발적 서약을 내놓았습니다. 이 서약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일환으로 물 행동 어젠다(Water Action Agenda)에 포함돼 향후 유엔을 통해 모니터링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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