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게 기후적응을 물었다. 챗봇은 기후적응 기술이 개인 및 지역사회와 국가가 기후문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기후문제로 인해) 인류가 종식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기후적응 기술에 절박하게 접근해야 할 시기다.”

지난 20일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주최한 ‘월간 클라이밋’ 행사에 참여한 한국기상산업기술원 기상기후빅데이터센터의 방철한 센터장이 남긴 말입니다.

월간 클라이밋은 소풍벤처스가 주관하는 임팩트클라이밋네트워크의 정기프로그램입니다. 매달 기후문제와 관련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관련 산업 동향과 스타트업 사례를 공유합니다.

이번 행사는 ‘기후적응기술, 데이터로 기후재난을 예측하는 스타트업’이란 주제로 열렸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 대기 중 미세먼지 유발물질 이동 상황을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B호는 2020년 2월 우주로 발사됐다 ©MIT Lincoln Laboratory

“양질의 기상기후데이터 확보한 한국, 정보 활용가치 높아” 🛰️

기후적응은 실제 혹은 예측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 ▲산업 변화 ▲재난발생 증가 등의 휘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최대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후적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상기후데이터의 다각적인 분석이 필수입니다. 그점에서 방 센터장은 한국이 유리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방 센터장은 한국이 기상선진국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인도·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관측위성을 보유했을뿐더러, 600여대의 자동기상관측장비 등을 바탕으로 기상예보모델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 검사결과보고서(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 추진실태)에 따르면, 세계기상기구(WMO)가 2019년 평가한 국가별 수치예보모델 순위에서 한국 기상청의 영국 수치예보모델(UM)은 평균제곱근오차* 부문에서 3위(41.49)·이상상관계수** 부문 6위(0.887)였습니다.

다만,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은 조사대상 11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단 점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 기상청도 KIM 모델의 성능이 기존 UM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평균제곱근오차: 실제 기상과 수치모델이 예측한 기상 차이를 나타내는 수치

**이상상관계수: 실제 기상과 수치모델이 예측한 기상의 상관관계

 

▲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진이 천리안 위성 2A호의 전자파 시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2A호는 2028년 12월 성공적으로 발사돼 궤도에 목표 정지궤도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방 센터장은 그럼에도 “WMO에 가입한 193개 회원국 중에서는 상위”라며 “자체적으로 수치예보모델을 만들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상기후데이터는) 어떤 데이터와 융복합이 가능하고, 실시간 미래 예측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방 센터장은 “한국은 양질의 기상기후데이터가 잘 확보된 국가”라며 “기상청 API허브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산업계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고, 이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상청은 2월부터 12개 분야 120종 기상기후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모은 API허브를 운영 중입니다. 기존 방재기관 위주로 API를 개방했으나, 현재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단 것이 이점입니다.

 

▲ 지난 20일 열린 월간 클라이밋 행사에 참여한 김인순 더밀크코리아 대표가 글로벌 AI 재난예측 스타트업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greenium

현재 적응금융 재원 부족…향후 “기후인텔리전스 투자 확대 전망돼” 💰

기후적응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후적응을 위한 재원 규모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재정상설위원회(SCF)에 따르면, 2020년 적응금융은 490억 달러(약 64조원)였습니다. 같은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감축금융(저탄소금융)에 5,760억 달러(약 750조원)가 몰린 것과 대조됩니다.

김인순 더밀크코리아 대표는 “특정 지역의 기후인텔리전스(정보)가 다른 지역에서는 틀릴 수 있다”며 “기후적응은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기후적응 시스템을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도울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 개념도 있습니다. 일명 ‘기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기후문제에 다른 위험요인을 데이터에 기반해 플랫폼화하고 비즈니스화는 것을 뜻합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PwC 기후테크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인텔리전스 스타트업들은 28억 5,000만 달러(약 3조 7,800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가 모두 큰 만큼 기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영역의 활용과 투자는 더 커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 레인버드지오의 조석준 CSO가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술을 활용한 기후리스크 예측 솔루션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소풍벤처스

기후데이터 활용한 국내 기후적응 전문 스타트업은? 🤔

이날 행사에서는 기상기후데이터를 활용해 기후재난을 예측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사례도 공유됐습니다.

2017년 설립된 레인버드지오(RainbirdGEO)은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술과 재난 예측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후정보 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제9대 기상청장을 역임한 조석준 레인버드지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천리안위성 2호 위성데이터를 중심으로 기후관측 및 기상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뇌우조기탐지, 대기오염 모니터링, 산불발생탐지 등의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조 CSO는 “기상위성의 자료가 한국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한국이 제공한 기상위성 자료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녹색기후기금(GCF)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투발루 등 태평양 5개 도서국가에서 기후정보체계 강화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국내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의 AI 자회사인 에스아이에(SIA)는 위성·항공영상 분석을 통해 재난재해 데이터를 분석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 기업은 지난해 세계 귄위의 AI학회인 ‘뉴립스(NeurlIPS·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 2022’에서 개최한 ‘웨더포캐스트 경진대회’에서 마이크로스프트(MS)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제치고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최예지 SIA 지구정보사업 부문장은 “지구 관측과 통신위성 등을 모두 포함해 6,000~7,000여대의 위성이 우주에 있다”며 “위성영상 하나로 비가 얼마나 오고, 이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프랑스 수도 파리 일대 OCO 2 위성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데이터 시각화 자료 SIA는 위성영상을 활용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정확하게 검증하는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SIA

AI가 위성영상 속에서 강수량과 온도 정보를 분석해 산출하는 것. 또 토네이도·홍수·산불 등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정보를 분석해 종합적인 피해 분석 파악까지 가능하다고 최 부문장은 설명했습니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 보육기업인 디아이랩은 여러 기상기후데이터 중 이상 데이터를 탐지하고 예측 요소와 목적에 맞는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명광민 디아이랩 대표는 “국지성 호우 등 기상정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3km 이상의 촘촘한 관측데이터가 필요할 정도로 데이터 품질 관리도 중요한 영역”이라며 “AI와 사물인터넷(IoT) 센싱 기술을 활용해 기상기후 위험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예측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내 기후적응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물은 질의에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상데이터가 공공성이 강조되는 만큼, 관련 용역이 나와도 연구개발 사업에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단 것.

정 대표는 “맞춤형 기상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시장이 제도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부문장 또한 기상 및 기후적응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려운 국내 여건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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