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는 섬나라들이 국제재판소에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의 책임에 대한 공식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국내 언론 보도와 달리 기후소송은 아니라고 원고 측은 밝혔습니다. 물론 형식은 국제재판소에 ‘요청’한 것이나 사실상 ‘기후정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국제재판소의 공식 의견이 향후 기후소송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남태평양 투발루 등 9개 도서국이 제기한 청문회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청문회는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위치한 독일 함부르크에서 오는 25일까지 진행됩니다.

청문회는 투발루 등 9개 도서국이 포함된 ‘기후변화와 국제법에 관한 소도서국 위원회(COSIS)’가 지난해 12월 제기해 열린 것입니다.

 

COSIS, 168개국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에 기후변화 원인·피해 조항 없어 🌐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설립된 COSIS.

현재 ▲앤티가 바부다 ▲바누아투 ▲바하마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세인트키츠 네비스 ▲투발루 ▲팔라우 ▲니우에 등 도서국 9개국이 회원국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투발루·팔라우·니우에만 남태평양 도서국이고, 나머지는 카리브해 도서국입니다.

 

▲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COSIS가 창설됐다 ©greenium

현재 해양은 1982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하 협약)에 따라 관리됩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168개국이 협약을 비준하고 있습니다. 당시 협약에 따라 설립된 재판소가 바로 국제해양법재판소입니다.

협약은 해양 오염에 대해 인간이나 해양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물질이나 에너지가 해양에 직·간접적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에 따라 협약은 제194조에 따라 해양 오염 방지·경감·통제를 위해 자국의 능력에 따라 최선의 수단을 사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하수슬러지와 음식물쓰레기 등 육상폐기물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을 포함한 기후변화 원인과 피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협약에 없습니다.

 

▲ 1982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168개국이 당사국으로 참여 중이다 ©Valentin Schatz 제작 greenium 편집

“COSIS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의견 물은 2가지는?” 🤔

COSIS에 가입된 도서국 9개국이 내뿜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1% 미만에 불과하나,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으로 국가 존재 자체가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일례로 해발 2~3m에 불과한 투발루는 기후변화가 현재 속도로 유지되면 빠르면 50년 이내 수몰될 전망입니다.

이에 COSIS는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공식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COSIS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크게 2가지 의견을 질의했습니다.

1️⃣ 하나는 해양온난화·해양산성화·해수면 상승 등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한 기후문제와 관련하여 협약 당사국이 가지는 의무가 무엇인가.

2️⃣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해양 내 영향과 관련하여 협약 당사국에게 부과된 해양환경 보호 및 보존에 관한 의무가 무엇인가.

 

쉽게 말해 해양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해양 오염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가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 것.

또 해양이 흡수한 온실가스가 오염이 맞다면 협약에 따라 예방·경감·방지를 위해 당사국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물어본 것입니다.

 

▲ 2021년 COP26 당시 사이먼 코프 투발루 외무장관은 수도 푸나푸티의 해안에서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연설한 곳은 한때 육지였다 ©Ministry of Justice Communication and Foreign Affairs Tuvalu Government

“도서국이 기후문제 해결 위해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조치” ⚖️

COSIS에 소속된 9개국 국가 정상들은 협약에 따라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해양 환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2016년 체결된 파리협정이 각국의 자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으나 실효성이 없단 것이 COSIS의 주장입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사항을 국가 자율에 맡긴 것은 문제란 것.

COSIS 수석 변호인을 맡은 피얌 아카만 변호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면 치명적인 이상기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각국이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할 의무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카만 변호사는 이어 “유독성 물질을 내뿜는 굴뚝이 국경 넘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CO₂)를 뿜는 것과 (바다가 흡수하는) 것에 차이가 무엇이냐”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때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행동을 강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 개스톤 브라운 앤티가 바부다 총리가 지난 11일 국제해양법재판소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하는 모습 ©Sébastien Duyck 트위터

지난 11일(현지시각) 청문회에 참석한 카리브해 도서국 앤티가 바부다의 개스톤 브라운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30여년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에게 배출량을 줄일 것을 간청했다”며 “(이들 국가들은)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를 통한 이번 절차가 도서국들이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조치란 것이 브라운 총리의 설명입니다.

쿠세아 나타노 투발리 총리 또한 청문회에서 “매년 심해지는 이상기후가 투발루 국민과 국가기반시설을 위협하고 있다”며 “투발루 국민이 겪고 있는 명백한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필수적인 메커니즘이 국제법이라 믿고 긴급한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30개국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서면의견서 제출, 한국은? 🌊

청문회는 오는 25일(현지시각)까지 진행됩니다. COSIS 이외에도 영국·호주·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합니다.

협약에 비준한 168개국 중 최소 30개국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서면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서면의견서를 제출한 국가 상당수는 온실가스 배출이 해양의 탄소흡수 기능과 생태계 기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단 점에 동의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느 조치를 취할 것인지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 고지대가 최대 3m에 불과한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빠르면 2050년에 수도 절반 이상이 바닷속에 잠긴다 ©UNDP

영국은 서면의견서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사법 기능 아래서 (COSIS의 질의사항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중국은 군서도서국이 기후변화로 인해 처한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서도, 기후변화 문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해결하기에 적합한 채널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한국 외교부는 서면의견서에서 협약 속 해양 오염 정의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유해한 영향이 포함돼야 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후위기에 맞서 싸움에 있어 중요한 국제적 수단은 파리협정”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대표단은 오는 15일(현지시각) 청문회에 참석해 관련 의견을 덧붙일 예정입니다.

 

COSIS, 국제사법재판소에도 관련 질의 넣어…2024년 발표 예정 📢

청문회 종료 직후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성명을 통해 해양에 흡수된 온실가스가 오염이 맞는지에 대한 자문 의견을 발표합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다른 국제협약이나 기후소송에도 해당 성명이 영향을 미친단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나아가 COSIS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도 기후대응에 있어 국가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자문 의견을 발표하도록 요청한 상태입니다.

지난 3월 유엔총회는 이를 ICJ에 회부하기로 의결했고, ICJ는 오는 2024년에 관련 의견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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