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가 지난 9월 19일부터 21일(현지시각)까지 사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날 개막식에 맞춰 ‘스타트업 배틀필드(Startup Battlefield)’ 상위 200개 기업이 선정돼 발표됐습니다.

스타트업 배틀필드는 헬스테크·핀테크·하드웨어·사스(SaaS)·우주·지속가능성 등 6개 분야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대회입니다.

그해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과 투자 트렌드 그리고 기술 등을 읽을 수 있단 점에서 꿈의 무대로도 불립니다.

200개 기업 중 애그테크 분야에선 유일하게 이 기업만 선정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퓨어스페이스(PURESPACE)’의 이야기입니다.

 

▲ 우리나라 애그테크 스타트업 퓨어스페이스는 식품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과채류에서 에틸렌을 제거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퓨어스페이스

식품폐기물 해결 나선 퓨어스페이스…“에틸렌 과채류 수명 30% 단축” 📉

2018년 식품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퓨어스페이스.

농산물 숙성과 부패를 촉진하는 식물 호르몬 ‘에틸렌’을 제거하는 기술 개발에 전념해 온 곳입니다.

과일과 채소 상당수는 수확 직후부터 에틸렌을 생성합니다.

이 에틸렌은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보관시설인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에서 다량 발생합니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농산물이 모인 탓에 에틸렌이 누적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콜드체인에선 100ppb 이상의 에틸렌이 검출되는 경우는 흔하며, 나아가 수만 ppb의 에틸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퓨어스페이스는 “콜드체인에서 에틸렌 농도가 0ppb에서 100ppb로 오르면 과채류의 수명은 평균 30% 감소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에틸렌 농도가 짙은 과채류에 곰팡이가 필 경우 주변 농산물도 상하기 십상이라고 사측은 덧붙였습니다.

즉, 식품폐기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과채류에서 나오는 에틸렌을 해결해야 한단 것.

 

▲ 딸기와 브로콜리의 에틸렌 농도가 상승 전후를 비교한 사진. ©퓨어스페이스 제공, 그리니엄 편집

퓨어스페이스 “콜드체인 내부 에틸렌 제거 장치 개발” 💭

이에 퓨어스페이스는 콜드체인 내부의 신선식품을 에틸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농도 에틸렌 제거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른바 ‘저온저장고·냉장 트럭용 에틸렌 제거기’와 ‘에틸렌·부유미생물 분석 장치’입니다.

이들 기기를 통해 과채류에 과잉 축적된 에틸렌을 제거하고, 수확 직후와 유사한 상태로 과채류를 공급한단 것이 퓨어스페이스의 설명입니다.

이선영 퓨어스페이스 대표는 “콜드체인 시스템에서도 발생하는 3분의 1에 달하는 과채류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며 “폐기물을 줄이는 문제는 식품폐기물로부터 발생하는 세계 탄소배출량의 8%를 해결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 삼성웰스토리 등 대기업에 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퓨어스페이스의 장치는 어떻게 에틸렌을 제거할까요?

 

▲ 퓨어스페이스가 개발한 에틸렌 제거기의 작동 원리. ©퓨어스페이스

퓨어스페이스에 따르면, 에틸렌 제거 장치는 나노 촉매 기술에 기반해 콜드체인 내부의 에틸렌과 부유곰팡이 등을 제거합니다.

먼저 장치는 고농도 에틸렌을 흡기한 후 1차 반응을 통해 에틸렌과 부유곰팡이 제거에 나섭니다.

이후 2차 촉매 반응을 거쳐 앞선 과정에서 남아있는 에틸렌을 완전히 없앱니다.

퓨어스페이스는 “장치는 가동 2시간 만에 99.5%의 에틸렌을 제거할 수 있다”며 “콜드체인의 공기를 신선하고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치는 크기가 작아 어디서나 자유롭게 설치가 가능하단 장점도 있습니다.

퓨어스페이스는 이러한 에틸렌 제거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림식품 신기술(NET) 인증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퓨어스페이스는 “한국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신기술이라는 측면에서 기술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 에틸렌 농도가 짙은 과채류에 곰팡이가 필 경우 콜드체인 내 주변 농산물도 상하기 쉽다. ©퓨어스페이스

퓨어스페이스, 해외 시장 진출 위해 美 법인 설립…“코넬대 지원받아” 🇺🇸

퓨어스페이스의 에틸렌 제거 기술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퓨어스페이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애그테크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2018년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회 퓨처푸드 아시아 어워드’에서 우승한 5곳 중 한 곳이었습니다.

이어 2020년 미국 식품·농업산업 공모전 ‘그로우뉴욕’에 우승팀 7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시아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한 우승팀이었습니다.

미국 코넬대가 주최하고 뉴욕주가 후원한 그로우뉴욕은 현지에서 성장 중인 애그테크 기업을 모색하는 대회입니다. 당시 전 세계 27개국에서 264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퓨어스페이스는 코넬대로부터 연구개발(R&D)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퓨어스페이스는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주요 투자자인 코넬대와의 협력을 강화해 뉴욕주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단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퓨어스페이스는 올해 말 1,000만 달러(134억 9,500만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도 앞두고 있습니다.

퓨어스페이스는 “미국은 농산물을 운송하는 데 보통 6일이 걸려 신선도 관리가 중요하다”며 “미국 시장에서 자사의 신선도 유지 역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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