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와 플라스틱 규제 가시화로 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재 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친환경 포장재’를 잘못 도입할 경우 오히려 비판을 받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달 초 영국 슈퍼마켓 체인업체 세인스버리(Sainsbury’s)의 친환경 포장재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세인스버리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포장재에 영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600여개가 넘는 리뷰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2.2점.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줄인 것은 고맙다”면서도 식품의 맛과 식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토로했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 한 트위터 사용자(왼)는 세인스버리의 새로운 포장재의 외관을 지적했다. 그는 혈액팩에 고기는 펄프(섬유)처럼 너무 다져졌다며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세인스버리는 소비자들의 항의에 새로운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이 기존의 다진 고기와 같은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Running Dad, 트위터

플라스틱 연간 450톤 절감 위한 ‘진공포장’, 소비자 항의 빗발친 까닭 🙊

두달 전, 세인스버리는 다진 쇠고기 제품의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대체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기존 단단한 트레이 형태의 플라스틱 포장재에서 연질 플라스틱을 사용한 진공압축 포장재로 변경한 것입니다.

세인스버리는 해당 포장재를 지난 3월에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기존 포장재 대비 55%를 줄인 덕에 연간 450톤의 플라스틱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세인스버리는 설명했습니다.

진공포장 덕에 전체적인 부피가 줄어 냉장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회사 측은 덧붙였습니다.

세인스버리가 “제품의 양이나 우수한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더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대체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다진 쇠고기가 뭉친 외관에 소비자들은 ‘보기 흉하다’, ‘누군가의 신장 같다’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고기 조각들이 진공포장으로 엉겨 붙은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포장에 엉겨 붙은 조각을 떼내어 요리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세인스버리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새 포장재의 다짐육이 “(이전 제품과) 같은 기계에서 나온, 똑같은 제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매장에는 새로운 포장재에 대한 설명이 담긴 팸플릿을 비치해 “같은 품질의 제품(Same quality product)”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세인스버리는 트위터에서 “(고기를 떼내기 위해) 숟가락이나 주걱의 뒷면으로 팬에서 더 많이 휘젓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 세인스버리는 지난 2019년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유제품의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오른쪽 위)하고 다짐육(오른쪽 가운데)과 생닭(오른쪽 아래)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Sainsbury’s

‘친환경 포장재’면 무조건 OK?…“고객 경험 고려 필요해!” 📣

세인스버리가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9년 세인스버리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을 50% 감축하겠단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이후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제거하고 대체 포장재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4월 3일(현지시각)에는 생닭 포장재를 플라스틱 트레이에서 비닐 포장재로 바꾸며 연 1,000만 개 이상의 플라스틱 트레이 폐기물을 방지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다진 쇠고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소비자의 불만이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두 사례 모두 플라스틱 트레이에서 비닐 포장재로 바꿨는데, 반응이 확연히 다른 이유. 그 힌트는 소비자 리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소비자는 다진 쇠고기 제품 리뷰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는 감사하다”면서도 “이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아니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진공으로 압축하는 포장 방식이 다짐육을 사용하기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다짐육은 햄버거 패티처럼 뭉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짐육 상당수는 자잘하게 볶아 스튜나 소스 제조 등에 사용됩니다. 쉽게 말해 새로운 포장재에는 이러한 소비자의 경험이 반영되지 않았단 것.

이후 세인스버리는 새 포장재에 프라이팬에서 요리 시 1분가량은 주걱으로 휘저어야 한다는 요리 지침을 추가했습니다. 다만, 소비자 불만 건수는 1% 미만이며, 현재로서는 이전 포장재로 재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 플라스틱 절감 위한 진공포장 비닐…‘재활용’ 놓쳤단 지적도! 🙅

애초에 세인스버리의 신규 포장재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플라스틱 분야 환경단체 플라스틱플래닛(APP·A Plastic Planet)는 연질 플라스틱이 경성 플라스틱 보다 재활용이 어렵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무엇보다 포장지가 식품으로 오염된 경우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체 측은 강조했습니다.

 

▲ 2009년 프리토레이는 식물성 소재로 만든 100% 퇴비화 포장재를 사용한 썬칩을 선보였지만,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외면받았다. 사진은 미국 NBC 기자가 썬칩 포장재에서 나는 소리를 측정하는 장면. ©NBC4 Columbus, 유튜브 캡처

친환경 포장재 도전기…‘타산지석’ 삼을 실패 사례는? 🎯

한편,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속가능성 포장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포장재를 지속가능하게 바꾸는 작업은 제품의 안전성과 내구성 그리고 고객경험 전반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지금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세인스버리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들의 친환경 포장재 도입 실패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1️⃣ 감자칩 먹다 소음공해 겪은 ‘프리토레이’ 🍟

감자칩 ‘레이즈’로 유명한 제과기업 프리토레이(Frito-Lay). 2009년 프리토레이는 100% 퇴비화 포장재를 사용한 썬칩을 선보였습니다. 식물성 소재로 만든 것인데요. 의도는 좋았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포장재가 구겨지면서 나는 소음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방송사 NBC가 측정한 바로는 100㏈(데시벨)이 넘었습니다. 지하철 소음(80~90㏈)보다 큰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는 스낵 판매율이 11% 이상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1년 반 만에 해당 포장재는 퇴출됐습니다.

 

2️⃣ 재활용 가능, 뜯을 순 없음 ‘제너럴 밀스’ 🥣

2021년 미국 식품가공기업 제너럴밀스(General Mills)는 재활용 가능 포장재를 사용한 씨리얼바를 공개했습니다. 재활용이 비교적 쉬운 폴리에틸렌(PE) 소재를 필름 형태로 가공해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새 포장지가 뜯기 더 어려워졌다는 소비자 불만이 쇄도했는데요. 한 트위터 사용자는 “가위 없이는 열 수 었다”며 토로했습니다.

 

3️⃣ 종이빨대에서 휘발유 냄새가? ‘스타벅스’ 🥤

작년 봄, 한국에서는 스타벅스 종이빨대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4월말 종이빨대를 전량 회수해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코팅액 배합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냄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측은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해명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빨대가 필요 없는 용기를 개발하거나 다회용 빨대 사용을 독려하는 등 근본적인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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