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수리권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법안이 발효될 경우 스마트폰 제조사는 최대 7년 동안 소비자에게 예비 부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상원 법 244(SB 244),’ 통칭 수리권법(Right-to-repair Act)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법안은 현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서명만 남은 상황입니다.

주지사 서명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캘리포니아주는 미네소타주와 뉴욕주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전자제품 관련 수리권법이 제정된 주가 됐습니다.

미국 내 최초의 수리권법은 아니지만, 세계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지역이란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오는 2024년 7월, 수리권법 시행…“스마트폰, 최대 7년 수리 보장해야” 🛠️

순환경제에서 수리는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자원 낭비와 폐기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주요 해결책입니다.

그러나 전자·가전제품의 경우, 복잡한 설계와 생산기업의 부품 독점 문제로 자가 수리·제3자 수리가 어려운 방향으로 변해왔습니다. 공식업체의 너무 높은 수리 비용과 예비 부품의 이른 단종도 수리 대신 신제품 구입을 부추기는 원인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는 자가 및 제3자 수리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수리권법 또한 그 중 하나입니다.

 

▲ 캘리포니아주 수리권법에 따르면 스마트폰 생산기업은 해당 모델의 단종 이후 최대 7년간 수리가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iStock

이번에 캘리포니아주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전자·가전제품의 수리를 위한 공정한 시장을 제공하고, 제3자 수리에 대한 의도적 장벽 및 제한을 금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힙니다.

법안에 따라 전자·가전제품 생산기업은 수리를 위한 도구·문서·부품·소프트웨어 등에 소비자가 더 오랫동안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그 기간은 제품의 가격에 따라 다릅니다. 50~100달러(약 6만 6,000~13만원) 미만이면 3년, 100달러를 초과하면 7년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 보장 기간은 판매·구입 시기가 아닌 ‘해당 제품 모델이 마지막으로 제조된 날짜’를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즉, 3년 전에 100달러짜리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해도, 해당 모델이 오늘 단종된다면 오늘로부터 7년까지 수리가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

법안은 이르면 2024년 7월 1일 시행될 예정입니다.적용 대상은 2021년 7월 1일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판매되는 전자·가전제품입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위치한 IT 대기업은 물론, 삼성·화웨이 등 캘리포니아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모든 기업은 해당 법을 따라야합니다.

 

▲ 수리권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애플은 지난해 11월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등 수리권 보장을 점진적으로 넓혀왔다 ©Apple

5년만에 통과된 수리권법, “애플의 전향적 태도, 주요 기점돼” 🍎

사실 캘리포니아주가 수리권법 제정에 나선 건 2018년이었습니다.

그러나 IT업계의 거센 반대로 법 제정은 난항을 빚었습니다. IT업계는 자가·제3자 수리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수리권법 반대의 선봉에 섰던 기업, 바로 실리콘밸리의 대표 IT기업 애플입니다.

그간 애플은 보안을 근거로 자사 제품의 수리를 공식 업체에서만 받을 수 있게 해왔습니다. 또, 자가·제3자 수리를 받은 제품의 경우에는 수리를 거절하는 등 폐쇄적인 수리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2019년에는 현지 매체들로부터 애플이 수리권법 제정을 2020년까지 연기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단 폭로도 쏟아졌습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5월 상원 통과에 실패한 SB 983 법안을 비롯해 수리권법 제정은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애플이 수리권법 지지를 공개 표명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애플은 수잔 탈라만테스 에그맨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SB 244 법안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애플의 법안 지지로 날개를 단 수리권법은 애플의 입장 표명 후 3주 만인 지난 12일,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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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뉴욕주의 디지털공정수리법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는 모습 뉴욕주의 수리권법은 미국에서 최초로 통과된 전자제품 관련 수리권법이지만 동시에 원안에서 대폭 후퇴했단 비판도 받는다 ©Assemblymember Patricia Fahy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수리권법’이란 평가…“美 전역 확산될까” 🇺🇸

앞서 지난해 6월과 올해 5월, 뉴욕주와 미네소타주에서도 각각 수리권법이 통과됐습니다. 뉴욕주의 ‘디지털공정수리법’과 미네소타주의 ‘포괄적 수리권법’입니다.

그에 이은 캘리포니아주의 수리권법은 미국 내에서 통과된 유사한 수리권법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뉴욕주의 수리권법의 경우 법 제정 과정에서 ▲교육·비즈니스 관련 기기 제외 ▲2023년 7월 1일 제조·판매 기준 ▲부품 세트 판매 인정 등 후퇴했기 때문입니다.

미네소타주의 수리권법은 뉴욕주보다 폭넓은 전자제품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부품 판매 의무는 빠졌습니다.

뉴욕주에서 미네소타주, 캘리포니아주를 거치며 수리권법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 더욱이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내 입법 트렌드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단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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