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배달과 포장이 급증하고, 마스크와 비닐장갑 등 위생용품이 필수품이 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원래 플라스틱은 지구의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 등장했었단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등장했던 플라스틱이 어쩌다 ‘지구의 주적’으로 취급받게 됐을까요? 이번 콘텐츠에서 그리니엄은 플라스틱의 탄생 배경과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을 정리해봤는데요.

이번 기회로 플라스틱을 더 잘 이해하면 어떨까요. 플잘알(플라스틱 잘 아는 사람)이 될수록 더 빠르게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플라스틱, 어떻게 만드는데? ⚗️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으로 모양이 쉽게 바뀌는 재료를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사실 플라스틱은 자연에도 존재합니다. 동물의 뿔이나, 거북의 등껍질, 호박, 고무 등이 속하죠. 하지만 이런 천연 재료는 한정되다 보니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더 빠르게, 많이 얻기 위해 합성 플라스틱을 만들게 된 것!

합성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플라스틱의 구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의 다른 명칭인 폴리머는 그리스어로 많은 것을 의미하는 ‘poly’와 부분 또는 단위를 의미하는 ‘meros’에서 유래했는데요. 여기서 알 수 있듯 플라스틱은 많은 반복 단위로 구성된 물질이죠.

1933년은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광범위하게 소비하는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이 발견됐는데요. 이후 현대 화학자들은 플라스틱 고분자를 만들 수 있는 출발 물질, 즉 반복 단위를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찾아냈습니다. 화석연료에 풍부한 탄소와 수소 등 원소에 열과 압력 같은 인위적 방법을 가해서 고분자물질로 결합해 만들었죠.

 

▲ 플라스틱 생산 과정 인포그래픽 ©greenium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플라스틱의 주재료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긴 나프타란 부산물입니다.

나프타를 분해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원료인 단량체(Monomer)가 생성되는데요. 이 단량체에 열이나 압력을 가하면 원자가 결합해 긴 사슬을 구성하죠. 이렇게 사슬이 결합하는 과정을 ‘중합’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슬의 구조와 배열에 따라 단단함과 가벼움 등 플라스틱의 특성이 결정되는데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각각 에틸렌(C2H4)과 프로필렌(C3H6)을 중합해 만들었습니다.

즉, 똑같은 탄소와 수소라 할지라도 원소의 비율과 구성에 따라 PE나 PP가 될 수 있단 것이죠.

 

©greenium

플라스틱, 세상 제일가는 ‘인싸’가 되다 🍻

지금 여러분은 이 글을 무엇으로 보고 계신가요? 핸드폰, 노트북, 태블릿PC 등 여러분이 쓰고 있는 무엇이라도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은 제품은 없을 겁니다. 플라스틱의 높은 범용성 때문인데요. 열과 압력에 따라 모양과 특성이 바뀌는 플라스틱은 인류의 상상력을 폭발시켰습니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동식물의 자원과 달리 고갈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플라스틱은 20세기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 사회에서 나무와 가죽 그리고 면을 대체하게 됐는데요. 오늘날 플라스틱은 옷·생활용품·가구 등 현대사회의 필수재로 자리매김했죠.

플라스틱 산업의 성장세는 지난 2020년 별세한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의 성공기에서 엿볼 수 있는데요.

미국 종합산업 기업 GE를 세계 최대 기업으로 키운 잭 웰치는 플라스틱 사업부에서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평생을 GE에서 보냈는데요. 플라스틱 호황기에 사업이 급성장하며 최연소 부사장, 부회장을 거쳐 1980년대 말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도 올랐죠.

 

©Jack Welch Management Institute 페이스북

그러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플라스틱의 리즈시절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문제 제기의 시작은 바다였는데요. 높은 범용성으로 대량생산된 플라스틱은 ‘너무’ 튼튼해서 좀처럼 썩지 않았고 많은 양의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오늘날 연간 1,2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데요. 플라스틱이 마모되며 미세한 입자로 부서져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몸으로도 유입되면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등장! 그런데, 플라스틱도…늙는다? 🤨

화석연료로 만들어져 기후변화를 부추기고, 썩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재활용 플라스틱’입니다. 폐기될 플라스틱을 재활용함으로써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아직 ‘플라스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인데요. 플라스틱은 열가소성과 열경화성으로 구분되고, 이중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비가역적 화합결합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열에 녹지 않고 재활용도 불가능하죠. 이외에도 종이와 플라스틱이 결합된 종이컵처럼 여러 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제품도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도’는 이를 반영한 정책인데요. 투명 페트병은 분쇄해 칩으로 만들어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쉬운 대표적인 플라스틱입니다. 별도 배출을 통해 고품질의 투명 페트병을 확보해서 옷, 가방, 화장품병, 플라스틱 용기 등 다양하게 재활용하겠다는 것. 이미 패션업계에서는 폐페트병을 활용한 플리스, 패딩 등 친환경 의류가 등장하고 있죠.

한편, 플라스틱도 반복해 재활용을 거치면 ‘늙어버릴’ 수 있는데요. 앞서 설명했듯, 플라스틱은 단량체가 사슬로 얽혀 만들어진 폴리머입니다. 대부분의 재활용 과정은 폐플라스틱을 분쇄해 다시 녹여서 성형하는 방식인데요. 이 과정에서 폴리머의 결합이 파괴됩니다. 결국 재활용을 거듭하며 ‘늙어버린’ 플라스틱은 끝내 폐기물로 생을 마감하게 되죠.

 

©TED ED

플라스틱,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지금까지 플라스틱의 탄생부터 폐기까지 과정을 정리해봤는데요. 알면 알수록 플라스틱 문제는 복잡한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재활용한다고 해결할 수 없죠. 플라스틱을 무조건 금지하면 대체재로 천연자원이 고갈될 수 있고, 재활용은 시스템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소비·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활용·생분해가 더 쉽고, 전체 순환 과정에 적합하도록 설계돼야 합니다. 플라스틱의 라이프사이클을 바꾸기 위한 이니셔티브와 캠페인들이 필요하죠. 그리니엄에서 소개했던 기업들의 협력 프로그램인 영국 플라스틱 협약도 그 중 한 사례라 볼 수 있죠.

그리니엄은 앞으로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겠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같이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해결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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