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폐기물 및 부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네덜란드 식품시장조사기관 이노바마켓인사이트(IMI)는 최근 세계 식품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48%가 푸드 업사이클링 전략을 활용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푸드업사이클링을 활용해 순환경제를 지향하는 동시에 식품 폐기물에 대한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단순히 식품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것을 넘어, 예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스라엘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니나(Anina)를 소개합니다.

 

▲ 아니나는 토마토호박당근으로 만든 채소 시트를 사용해 세 가지 레시피의 간편식을 개발했다 ©Anina

못난이 농산물의 아름다운 변신, ‘디자인’의 힘으로 가능해! 🎨

2020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니나(Anina).

지난 21일(현지시각), 새로운 즉석 간편식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이스라엘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각종 채소와 곡물로 채워 만든 캡슐형 즉석식품인 ‘아니나 포드(ANINA Pod)’입니다.

이 간편식은 채소의 단면을 그대로 살려 규칙적으로 배열한 채소 시트에 감싸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예쁘게만 보이는 이 간편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채소 시트에 사용된 농산물은 사실 모두 크기가 작거나 표면에 흠집이 나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로 만들어졌단 것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채소는 크게 고구마, 호박, 토마토 등인데요.

사실 못난이 농산물은 외관적으로 흠이 있을 뿐 영양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니나의 창립자들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이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아름답게’ 만들어낼 방법을 찾았습니다.

 

▲ 고구마와 가지로 만들어진 라미네이트 시트 ©Anina

아이디어는 간단했습니다. 이들은 신선한 채소를 얇게 잘라 겹쳐서 단면을 살린 적층구조의 채소 시트를 만든 건데요. 외관이 울퉁불퉁하거나 표면에 상처가 있어도 잘린 단면은 일반 채소와 크게 다르지 않단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에 아니나는 최소한의 가공으로 종이처럼 얇은 채소 시트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채소 본연의 풍미, 향, 색상, 질감을 보존하면서도 얇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는데요. 아니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채소 시트를 ‘라미네이트’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아니나는 종이처럼 유연하게 유연하게 휘어지는 특성을 이용해 라미네이트를 간편식의 먹을 수 있는 ‘덮개’처럼 활용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외관의 아니나 포드가 탄생했는데요.

 

▲ 아니나 포드는 먹을 수 있는 덮개인 라미네이트으로 덮여 있는 3D캡슐형 간편식이다. ©Anina

라미네이트를 덮개로 활용한 3D캡슐 모양, 아니나 포드 속에는 말린 콩, 향신료, 곡물, 쌀과 파스타로 만들어진 건강한 한 끼가 채워져 있습니다. 먹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냄비에 넣고 가스레인지에서 끓이면 되는데요.

아니나는 현재까지 세 가지 레시피의 간편식을 선보였습니다. 파스타 프리마베라, 지중해식 볼, 베트남식 볼 등인데요. 각각의 간편식에는 순서대로 못난이 토마토·호박·당근으로 만든 채소 라미네이트(시트)가 사용됐습니다.

 

▲ 아니나의 공동창립자인 에스티 브란츠왼와 메이단 레비오가 언론 인터뷰를 하는 모습 ©Anina

산업디자인 학생들의 노력, 노르웨이 슈퍼마켓에서 시작됐다고! 🍅

아니나는 어떻게 못난이 농산물과 예술을 결합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회사 공동설립자인 에스티 브란츠와 메이단 레비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노르웨이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채소와 과일을 발견하면서 ‘못난이 농산물’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두 사람은 슈퍼마켓과 밭에서 농산물의 30~50%가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로 돌아와 버려지는 농산물을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2년 간의 연구 끝에 이들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영양분을 잘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브란츠 프로덕트 매니저(PM)은 자신들의 연구가 못생긴 것을 예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한편, 브란츠와 레비는 사업 경험이 없었는데요. 네슬레(Nestlé) 등 기업에서 마케팅 및 비즈니스 관리를 맡은 아낫 나탄이 합류하며 2020년 6월, 아니나가 설립됐습니다.

 

▲ 아낫 나탄 CEO왼는 아니나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과일과 간식 분야로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nina

아니나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낫 나탄은 회사의 도전이 “지금의 패스트푸드 시장을 다른 레벨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회사 측은 현재 개발된 제품은 채소와 식사 중심이었다며, 향후 과일과 간식으로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브란츠 PM은 “우리는 과일로 동일한 라미네이트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에너지바처럼 보이는 작은 캡슐을 만들 것이라 말했는데요.

회사 측은 이어 이스라엘 시장 내 반응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