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우유류를 제외한 식품에 기존 유통기한과 함께 소비기한도 표시됩니다. 같은해 12월 31일까지 계도기한이 적용되는데요. 계도기간 동안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병행 표기가 가능합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는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이 표시될 경우 시정명령이 내려집니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입니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의 보존 조건을 지켰을 때 먹어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기한인데요. 대체로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긴 편입니다.

이에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기한 표시제도 시행에 앞서 23개 식품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값 등을 수록한 ‘식품유형별 설정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두부 23일·햄 57일·어묵 42일까지 먹을 수 있어! 🍢

소비기한 참고값이란 식약처가 품목별로 소비기한 설정실험을 수행한 결과에 따라 정한 잠정 소비기한입니다. 해당 기간 내에는 식품 소비를 권장하는, 즉 ‘권장소비기한’인데요. 식약처는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영업자들이 참고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제의 도입·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200여개 식품유형 2,000여개 품목의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실험을 수행 중입니다.

 

©greenium

이 가운데 올해는 두부·햄·어묵류 등 다소비 식품, 영유아 이유식 등 23개 식품유형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소비기한 참고값이 먼저 제시된 것. 나머지 품목은 올해 안으로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완료해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부는 기존 유통기한 17일보다 36% 늘어난 23일 동안 소비할 수 있습니다. 역시 38일에서 52% 긴 57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데요. 어묵의 소비기한은 42일로 유통기한 29일보다 44% 더 연장됐습니다.

 

+ 2024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만 사용! 우유류는 빼고요! 🥛
우유는 소비기한이 2031년부터 적용됩니다. 우유는 식품 중에서도 변질 가능성이 높고, 유통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낙농·유업계가 소비기한 표시제에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는데요. 정부는 현 상황을 고려해 우유 등 유제품에 유예기간을 더 길게 설정했습니다.

 

▲ 오유경 식약처장이 지난 8월 11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정부는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를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단 사실을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기한 표시? ‘식품폐기물 감소’ 위해 도입돼 🗓️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통기한은 앞서 설명한대로 식품의 유통·판매가 가능한 기간입니다. 엄밀한 의미의 ‘식품의 수명’은 아닌데요. 그러나 소비자 상당수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섭취할 수 없는 식품으로 인식하여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간 식품폐기물 감소를 위해서라도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이에 2021년 12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식약처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식품폐기물을 감소하기 위해 소비기한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식약처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 안전하게 섭취가능한 기한을 명확하게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식품폐기물 감소로 환경과 경제적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상당수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식량폐기물 감소 ▲소비자 정보 제공 등을 목적으로 소비기한 표시제를 운영 중입니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최대 2362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Sarah Ceniceros

소비기한 표시 덕에 식품폐기물 처리비용·온실가스 배출량 ↓ ♻️

그렇다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덕에 얼마만큼의 경제·환경적 편익이 발생할까요?

국내 식품업체 CJ제일제당에 의하면, 유통기한 탓에 버려진 식품의 가치는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데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유통기한 경과로 인해 버려지거나 반품되는 식품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조 5,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소비기한 표시제 등이 도입될 경우 최대 2,362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식약처 또한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연간 편익이 소비자에게는 8,860억 원, 산업체에는 260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소비기한 표시제를 통해 식품폐기물의 양과 처리비용 모두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또 식품폐기 비용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GHG)도 줄일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식품폐기물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메탄(CH4)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한국환경공단은 식품폐기물을 20%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77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 아이쿱생협은 선제적으로 2021년 8월 23일부터 제품에 소비기한 표기를 시작했다 ©아이쿱생협

식품업계 소비기한 표시 적용 중…소비자 위한 교육 및 홍보 필요해!” 📢

식품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소비기한 표시제 덕에 재고관리 및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나, 소비자와의 분쟁이 늘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소비기한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에만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입니다. 달리 말하면 냉장·냉동 등 식품 보관방법을 제대로 못 지킬 경우 소비기한이 지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단 건데요. 소비자 취급 부주의로 인해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곳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몇몇 식품업계는 분쟁을 막기 위해 소비기한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에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많이 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오뚜기의 경우 올해 10월부터 생산된 전체 3,500여개 품목 중 120여개 품목에 소비기한 표시를 선(先) 적용해 제작 중입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국물류와 빵류 신제품 위주로 소비기한을 포장재에 표시 중입니다. 롯데칠성음료와 SPC삼립 등도 지난 9월부터 제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하고 적용 품목을 확대 중입니다.

다만, 이들 업체의 소비기한은 기존 유통기한과 동일한데요. 이들은 권장소비기한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최종 공개된 후에 이를 참고해 소비기한을 조정할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년도에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함께 병행되는 만큼 소비자에게 소비기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홍보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권오상 식약처 차장은 “소비자들도 당분간 유통기한이 표시된 제품과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이 혼재되어 유통·판매되므로 날짜와 보관방법을 철저히 확인하고 기한이 경과된 제품은 섭취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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