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패딩. 패딩에 두툼하게 채워진 솜이나 깃털 등 충전재는 보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선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느질 구멍으로 충전재가 송송 튀어나오거나 수선을 위해 덧댄 패치가 디자인을 어색하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최근 이러한 패딩 수선을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로 풀어내 주목받는 곳이 있습니다. 지난 12월 10일(현지시각) 아웃도어브랜드 노스페이스가 공개한 ‘리메이드(Remade)‘ 컬렉션입니다.

노스페이스의 리메이드 컬렉션은 수선이 필요한 패딩에 옷감이나 패치를 덧대는 기존 방식을 벗어났습니다. 그 대신 패딩을 소매, 앞판, 뒤판 등 파트별로 분해해서 온전한 파트끼리 재조합해 한 벌의 새로운 옷을 만들어냈는데요. 덕분에 이 컬렉션은 ‘프랑켄슈타인 스타일’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노스페이스는 왜 이런 시도를 했던 걸까요?

 

▲노스페이스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모습 ©The North Face

상자로 가득 찬 현장 견학에서 시작된 ‘순환디자인 프로그램’ 📦

시작은 노스페이스가 2018년 리뉴얼 워크숍(Renewal Workshop)과 협력해 리뉴드(Renewed) 플랫폼을 론칭하면서였습니다.

미국에서 설립된 리뉴얼 워크숍은 의류 수선과 섬유 재활용, 의류 폐기 방지를 돕는 의류 재판매 기업인데요. 노스페이스는 리뉴드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헌 옷을 수거하고 새옷처럼 수선한 다음 재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한 디자이너의 요청으로 리뉴드 플랫폼은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는데요. 바로 노스페이스의 제품디자이너이자 순환디자인 매니저인 켈렌 헤네시가 제품의 수명주기(LCA) 워크숍을 요청했던 것.

 

▲제품 수명주기 워크숍에서 수명이 다한 옷으로 새 디자인을 만들고 있는 켈렌 헤네시 디자이너오 ©The North Face

제품수명주기 워크숍에 참여한 헤네시는 하루 종일 제품이 반품되는 이유를 관찰하고 제품을 재판매할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는 “섬유폐기물 통계 및 의류산업의 일반적 문제를 아는 것과 상자로 가득 찬 창고를 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며 순환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료 디자이너들 또한 현장 교육이 필요하단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이후 그는 상사와 함께 팀을 꾸렸고, 노스페이스는 2020년 노스페이스 리뉴드 디자인 레지던시(The North Face Renewed Design Residency)를 출범시켰습니다.

레지던시에서는 6개월마다 리뉴얼 워크샵을 열어 디자이너들에게 순환디자인 원칙을 가르치고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휘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는데요. 그 결과물로써, 2020년 지구의 날을 시작으로 2년마다 약 50개의 리메이드 컬렉션 제품을 공개해왔습니다.

 

▲리뉴드 디자인 레지던시에서 옷을 수선하는 모습왼과 수선으로 재탄생한 패딩오 ©The North Face

2년만에 발표된 순환패션 컬렉션…”더 빠르고 효율적 순환디자인 만들어!”

레지던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현장을 둘러보고 제품 상자를 헤집어가며 “업계 전체의 규모를 생각할 수 있었고 브랜드의 책임감과 영향력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품된 제품의 손상, 특정 재료의 내구성, 수리 용이성 등을 검토하면서 순환디자인 전환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리메이드 라인을 제작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헤네시는 가장 큰 난관으로 ‘효율성’을 꼽았는데요. 그는 특히 대기업에서는 복잡한 물류와 시스템으로 인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더 효율적인 순환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는데요.

 

▲ 지난 10월 7일 노스페이스는 순환디자인을 적용한 20여개의 순환성 컬렉션 의류를 공개했다 ©The North Face

그 결과물이 지난 10월 7일(현지시각) 노스페이스 리뉴드 디자인 레지던시가 공개한 순환성(Circularity) 컬렉션입니다.

재킷과 프리스(후리스), 바지 등 20여 개 제품이 포함됐는데요. 순환성 컬렉션의 핵심은 ‘제품 자체를 순환적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노스페이스 디자이너들은 설계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로 가능한 단일재료를 사용하는 것인데요. 두 번째로는 금속 지퍼, 단추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부재료들은 쉽게 제거가 가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재생가능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순환 설계에 ‘분해 속도’ 또한 고려했는데요. 노스페이스는 자체 실험 결과, 일부 재킷은 9초 만에 옷을 분해해 97%의 재료를 회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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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rth Face

이번에 출시된 순환성 컬렉션 의류는 노스페이스 매장의 회수함에서 수거될 예정입니다. 소비자는 옷을 기증하는 대신 새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10달러의 쿠폰을 받을 수 있는데요. 수거된 옷은 세탁 후 수선 또는 재활용을 거치며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노스페이스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순환성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헤네시는 “제품이 만들어진 후 수명주기 연장에만 골몰하는 대신 디자인 프로세스 초기에 순환원칙을 포함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이를 위해 일부 구성 요소를 제거하거나 과거의 재료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능성 의류가 특히 단일 재료로 구성하기 어려운 사례인데요.

헤네시는 “기술이 아직 다양한 재료를 모두 다룰 수 있도록 확장되지 않았다”며 제품 및 재료에 대한 순환 솔루션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