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사 의무 시행을 앞두고 한국 기업들이 업종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24일 ‘주요국 공급망 ESG 관리 정책 동향 및 모범사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주요국 공급망 ESG 실사 제도 내용을 살폈습니다. 또 주요 업종별 다국적 기업 공급망 실사 사례를 분석했는데요.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공급망 실사 이슈는) 국경의 문제가 아닌 업종 간의 문제”라며 “업종별로 상이한 실사 이슈를 파악해 기업이 스스로 업종에 맞는 실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유럽연합EU 의회 모습 ©European Parliament

미국, EU 등 주요국 공급망 실사 제도 법제화…독일 2023년 1월부터 시행! ⚖️

보고서는 해외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를 인용해, 세계 공급망 관리(SCM) 시장 규모가 2026년에는 2020년(약 156억 달러) 규모의 약 2배인 309억 달러(약 4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공급망 관리 시장 규모가 매해 성장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ESG 관리’ 및 ‘지속가능성’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는데요.

미국, EU 등 주요국은 공급망 실사 제도 법제화에 나선 상황입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은 EU와 별개로 일찍이 자국 내에서 공급망 인권 및 환경 영향 감시를 위한 법안이나 지침을 마련했는데요. 주요국의 상황을 핵심만 알아본다면.

  • 미국 🇺🇸: 공급망 내 강제노동 사례에 대한 감사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노예제 근절 기업 인증법’이 발의된 상황입니다. 연매출 5억 달러(약 6,678억원) 초과 기업이 대상인데요. 완성품(서비스) 업체뿐 아니라 공급업체도 인권을 탄압하거나 그에 방조했다면 수입금지 조치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EU 🇪🇺: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기업의 노동인권·환경 등 ESG 실사를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입법 완료 시, 역내외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인권·환경 관련 공급망 내 잠재 영향에 대한 ▲식별 ▲예방 ▲피해구제 조치 시행 등이 의무화됩니다. 대상 기업은 역내만 1만 2,800개. 역외까지 포함하면 1만 6,800개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 독일 🇩🇪: 당장 내년(2023년) 1월부터는 독일에서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됩니다. 이 법은 인권 보호 및 환경 영향에 중점을 둔 공급망 실사를 골자로 하는데요. 시행 첫해에는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기업만 적용됩니다. 이듬해에는 고용 1,0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되는데요. 주요 내용 위반 시 800만 유로(약 111억원) 또는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2%까지 벌금이 부과됩니다.

 

▲ 세계 213개 기업이 참여 중인 기업간 이니셔티브 RBA ©RBA

다국적 기업 업종별로 자발적 이니셔티브 통해 공급망 ESG 관리 대응 🚨

보고서는 업종별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실사 법제화 움직임에 앞서 “자발적인 이니셔티브 주도·참여 등을 통해 공급망 ESG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합니다. 주요 글로벌 이니셔티브 현황도 설명했는데요. 핵심만 알고 간다면.

  •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 RBA는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간 이니셔티브인데요. 글로벌 IT 및 자동차 기업이 대거 참여해 있습니다. 애플, 구글, 테슬라 등 213개 기업이 참여 중인데요. 한국 기업은 6곳이 포함돼 있습니다.
  • SAC(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 SAC는 지속가능성 표준화 측정 플랫폼인 힉(Higg)을 활용해 패션업계 공급망을 관리합니다. 패션브랜드, 의류제조업체 등이 다수 참여해 있는데요. 나이키, 뉴발란스 등 283개 기업이 참여 중입니다. 한국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 TfS(Together for Sustainability) 🧪: 2011년 설립된 화학 업계의 이니셔티브입니다. 업계가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지속가능성 및 ESG 개선을 목표로 만들었는데요. 공급망 실사도 이미 진행 중입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40개 기업이 참여 중인데요. 한국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 삼성전자의 경우 광물조달에 대해 책임있는 관리체계를 통한 실사 작업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전자업종은 분쟁 광물 조달 등 환경적 영향이 주요 실사 이슈로 꼽히는데요. 애플의 경우 환경·인권·안전에 대한 협력사 사업장 현장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52개국 1,177개 협력사 사업장 현장 실사가 진행됐는데요.

삼성전자 또한 인권침해·환경파괴 문제가 있는 광물조달에 대해 ‘책임광물 관리체계’를 통한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493개 사에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습니다.

자라(ZARA), 나이키 등 패션업종은 강제노동·아동노동 같은 노동 인권 실사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자라의 모회사인 인디텍스(Inditex)는 ‘노동자 인권’ 증진을 위한 인권 실사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확립했는데요. 추후 패스트패션 분야로 인권 실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iStock

‘국내 기업 아직 시작 단계’…이니셔티브 참여 위한 지원 및 인센티브 필요! 💰

앞서 설명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에 한국 기업의 참여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는데요. 이에 보고서는 국내 기업이 업종별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해외 주요국에서 공급망 실사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해 ▲선제 정보 제공 ▲공급망 리스크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등 기반시설(인프라) 확립 필요의 시급성을 강조했는데요.

보고서는 “향후 EU 역외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에까지 실사 지침의 영향이 미칠 전망”이라며 “국내 중견·중소기업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한편, 김준호 전경련 ESG팀장은 “최근 미국과 EU가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링을 위한 조기경보 메커니즘 공동 개발 계획이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주요국과의 ESG 실사 공동 대응 체계 마련이 효율적인 공급망 실사 대비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과 EU는 지난 5월 양국은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를 위한 ‘조기 경보 메커니즘(Early Warning Alert System)’을 개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양국이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입 가격이나 물량이 급변하는 이상 징후를 미리 포착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인데요.

양국은 또 반도체투자프로그램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보조금 경쟁 발생 시 상호협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러한 취지에서 보조금 공유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