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는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번식할 수 있는 터전일뿐더러, 해양생태계 유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기후변화, 해양 오염 등으로 산호초가 멸종위기에 처했단 소식은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세계산호초관찰네트워크(GCRMN)는 10년 사이(2009~2018년) 세계 산호초의 14%에 해당하는 1만 1,700㎢의 산호초가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당시 GCRMN은 산호초가 줄어드는 이유로 빠르게 상승하는 해수면 온도와 관련돼 있음을 지적했죠. 이밖에도 과도한 어업활동 및 수질 악화 등이 산호초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계 곳곳에서 산호초 복원을 도울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단 사실인데요. 오늘 그리니엄은 산호초 복원을 돕고 있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해변에 수장 중인 이콘크리트의 인공 어초 ECOncrete Facebook

해양생태계 복원 위해 혁신적인 콘크리트에 주목한 생물학자들 🌊

2012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설립된 이콘크리트(ECOncrete). 해양생물학자인 이도 셀라와 슈머트 핀켈에 의해 공동 설립된 해양엔지니어링 스타트업입니다. 두 사람은 텔아비브 해안에 버려진 인공어초 등 콘크리트 구조물이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악화시키고 있는지 주목했는데요.

이콘크리트는 해수면 상승 등으로부터 해안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선 혁신적인 콘크리트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극한 폭풍우와 해안 침식으로부터 연안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콘크리트이기 때문인데요.

이에 이콘크리트는 기존 콘크리트와는 다른 제작 기술을 사용해 도시 보호 및 해양생태계 복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 미국 샌디에이고 항구 방파제를 따라 설치 중인 이콘크리트의 제품 ECOncrete Facebook

시멘트 대신 조개 껍데기로 만들어 탄소배출과 알카리성 모두 잡았음! 🐟

이콘크리트가 더 나은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콘크리트’였습니다. 오늘날 세계 해안선의 70%는 방파제나 항만시설물 등 콘크리트 구조물에 덮인 상태입니다. 문제는 방파제, 인공어초 등에 사용되는 일반 콘크리트는 산성도(pH)가 12~13으로 강알칼리성이란 점인데요.

알칼리성이 높은 탓에 홍합이나 해조류 등이 성장하는데 적합하지 않고, 콘크리트에서 주변 물을 더 알칼리성으로 만드는 화학물질이 배출되는 문제도 있죠.

이콘크리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콘크리트와 비교해 시멘트 사용량을 최대 50% 줄였습니다. 그 대신 채석장의 부산물이나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탄산칼슘이 풍부한 조개 껍데기도 사용해 내구성과 강도 모두 기존 콘크리트보다 10배 이상 높일 수 있었죠.

그러나 시멘트를 폐기물로 대체해 얻는 가장 큰 이점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콘크리트의 pH를 9~10으로 낮출 수 있었다는 것. 해수(pH8)에 가깝게 만들어 해양 생물 성장에 유리하게 맞췄죠.

또한, 이콘크리트는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건설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합니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시멘트 생산에서 발생한단 점은 꾸준히 지적돼왔는데요.

이콘크리트는 시멘트를 다른 재료로 대체할뿐만 아니라 자사의 특허 기술로 만든 첨가제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죠.

 

© 이콘크리트의 인공 어초 전후 비교 ECOncrete Facebook

산호초 표면 질감을 모방한 이콘크리트, 생물다양성 2배 이상 높여 🐬

이콘크리트의 또다른 특징은 디자인입니다. 슈머트 핀켈 이콘크리트 전(前) 최고경영자(CEO)는 “콘크리트에 생기를 불어넣는 디자인은 해안선을 보호하는 동시에 생태계를 번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위해 이콘크리트는 산호초의 모양과 질감 그리고 크기까지 살린 콘크리트를 개발했습니다. 콘크리트 표면에 작은 틈이 물결 모양으로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콘크리트 제품은 산호초의 표면 질감을 모방한 덕에 인공어초나 방파제로 사용할 경우 불과 몇 주 이내 해양생태계의 서식지로 자리매김합니다. 콘크리트 표면에 난 틈 덕에 해조류와 패각류가 번성할 수 있죠. 이콘크리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해양생물학자인 이도 셀라는 자사의 제품이 기존 콘크리트에 비해 생물다양성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물론 기존 콘크리트와 비교해 이콘크리트의 제품은 최대 15% 이상 비싼데요. 이콘크리트는 자사의 제품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시설 유지 측면에서 관리가 덜 필요해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콘크리트의 제품은 201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Time)가 선정한 발명품 100선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현재 이콘크리트의 제품은 텔아비브를 시작으로 미국 뉴욕과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국 런던, 모나코 등 세계 35개 지역에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해 3월과 9월 미국 샌디에이고와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항구를 보호할 방파제로도 설치 중인데요.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홍콩 일대에 이콘크리트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미국 뉴욕에 설치된 이콘크리트의 인공 어초 ECOncrete Facebook

맹그로브 숲 등 기존 생태계와 인공 구조물, 하이브리드형 접근 방식 필요해! 💧

물론 일부 생태학자들은 인공 구조물이 해안선을 완전히 복제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콘크리트 제품을 연구한 호주 태즈매니아대학의 베스 스트레인 연구원은 “가능한 더 많은 인공 구조물을 짓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공 구조물과 함께 맹그로브 숲이나 굴 암초 등 기존 생태계를 모두 통합하는 하이브리드(융합형)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트레인 연구원은 “(기존 자연 기반 해결책은) 몇몇 조건에서는 인공 구조물만큼 효과적으로 작동할뿐더러, 비용효율적이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그는 맹그로브 숲 복원 등 자연 기반 해결책은 많은 공간을 필요할뿐더러 시간이 오래 걸린단 점을 단점으로 꼽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해양생태계 복원을 이루고 싶단 측면에선 이콘크리트의 기술이 비용효율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오늘날 콘크리트를 인공 산호초 설계와 제작을 모두하는 기업은 이콘크리트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교통사고로 고인이 된 슈머트 핀켈 이콘트리트 前 CEO는 살아생전 “(이콘크리트를 통해) 해안선의 모양과 기능을 바꾸고 싶다. 기존 콘크리트로 뒤덮인 방파제 건설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는 “모든 방파제와 인공 어초가 에코디자인 형태로 건설되길 원한다”고 소망을 밝혔죠. 핀켈은 이를 위해선 기후테크 분야의 혁신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는데요.

이콘크리트의 기술력이 더 나은 해안선과 해안생태계 복원에 일조할 수 있을지, 그리니엄이 계속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