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럼주로 유명한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 관광업으로 유명한 바하마는 최근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을 상쇄(offset)할 수 있는 블루카본(Blue carbon)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화제입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는 “탄소를 흡수하는 해초와 맹그로브 숲을 조사하고 있다”며 “올해 중으로 블루카본 배출권을 국제 시장에 판매할 예정”임을 밝혔는데요.

해당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바하마는 해양 기반의 블루카본 배출권을 판매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하마는 맹그로브 숲 보존 및 복원을 통해 탄소흡수력을 높인단 계획입니다. 배출권을 통해 얻은 수익 중 일부는 카리브해 일대 맹그로브 숲 복원에 사용되죠. 이를 위해 바하마 정부는 카리브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예정인데요.

바하마는 왜 하필 ‘맹그로브’에 주목한 것일까요?

 

© Frédéric Devaud Flickr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인 식물, 맹그로브! 🌴

국내에서는 생소한 맹그로브. 주로 열대 및 아열대 지방 해안가에 분포하는 식물인데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 뿌리를 내리죠. 맹그로브는 조수 흐름에 따라 물 밖으로 뿌리를 보이기도, 바닷속으로 사라지기도 하는데요. 나무에 축적된 바닷속 염분은 잎 표면으로 배출할뿐더러, 실타래처럼 얽힌 뿌리 덕에 파도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 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글로벌 맹그로브 왓치(GMW)에 따르면, 오늘날 맹그로브숲은 인도네시아·호주·브라질·멕시코·필리핀·중국·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108개국 해안에 식생하고 있습니다.

이중 인도네시아·브라질·나이지리아·호주 등 4개국에 세계 전체 맹그로브의 41%가 식생 중인데요. 맹그로브 숲은 어류 및 갑각류의 주요 서식지 역할도 합니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생태계의 보고일뿐더러, 육상 산림보다 최대 4배 이상의 탄소를 저장하죠.

 

© 맹그로브숲의 주요 서식지 Global Mangrove Forests Distribution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의학 분야의 오픈엑세스 출판사인 인텍(InTechOpen)에 올라온 논문에 따르면, 맹그로브 묘목은 1헥타르(ha)당 최소 50톤에서 최대 200톤 분량의 탄소를 저장합니다. 맹그로브의 탄소흡수력은 식생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요. 과학자들은 한목소리로 맹그로브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식물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 3가지는? 🤔
맹그로브와 같이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일컫어 블루카본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2009년 국제자연연맹(IUCN)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는데요. 201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발간한 ‘국가 온실가스 인베토리 작성 가이드라인’ 부속서에 블루카본이 탄소흡수원으로 추가돼 국제 공식 감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죠. 현재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가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고 있단 사실!

*염습지: 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를 뜻해요.
**잘피림: 거머리말과 새우말 등 현화식물 군락지를 일컫어요.

 

© 블랙타이거새우왼는 대개 맹그로브 숲을 벌목한 양식장오에서 키워진다 MFF Marine Diaries 제공

열대우림 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맹그로브 숲, 주범은 ‘새우’? 🦐

생물다양성 보호 및 탄소 흡수 능력 차원에서 맹그로브 숲의 가치는 값을 따질 수 없습니다. 문제는 양식업 확장 및 해안 개발 등으로 인해 맹그로브 숲이 광범위하게 훼손됐단 점인데요.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한 결과, 1965년부터 2001년까지 맹그로브 숲의 최대 50%까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4배 이상 빠른 것인데요. 최악의 경우 100년 안으로 맹그로브 숲이 멸종될 수 있단 경고도 있죠.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맹그로브 숲이 더 빠르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 맹그로브 숲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인간에 의한 맹그로브 손실의 80%가 인도네시아·미얀마·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 등 6개국에 집중돼 있단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우리의 식탁에도 자주 오르는 ‘새우’가 맹그로브 숲 손실의 주범으로 꼽혔습니다. 유기물이 축적된 덕에 영양분이 풍부한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의 최적 장소입니다. 여러 새우 중에서도 ‘블랙타이거새우’를 키우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동남아 에서는 맹그로브 숲을 벌목한 자리에 블랙타이거새우양식장을 세우는 경우가 많죠.

 

©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맹그로브 숲 일대 세워진 새우 양식장의 모습 Tim Laman Minden Pictures

단적으로 보고서는 1975년 이후 태국의 맹그로브 숲 손실의 최대 65%가 새우 양식에서 기인했다고 추정했습니다.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세운 새우양식장에서 배출된 탄소도 문제입니다. 2012년 미국 오리건주립대학은 맹그로브 숲 1헥타르를 없애고 새우양식장을 만들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가 평균 1,472톤에 달했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분 카우프만 교수는 맹그로브 숲을 벌목한 뒤 자란 새우의 탄소발자국은 벌채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나온 소고기보다 10배 더 높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카우프만 교수는 해당 계산에는 새우 양식·가공·운반에 필요한 에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올바른 새우 소비가 맹그로브 숲 보존 도울 수도 있어! 🌴
맹그로브 숲을 없애고 세워진 새우양식장은 5년 안에 또다른 장소로 옮겨야 하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양식으로 인한 고밀도 오염물질 및 전염성 세균 증식 때문에 새우조차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우양식이 화전농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소비자들 또한 블랙타이거새우가 아닌 다른 새우를 소비하는 등 윤리적 소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 자원봉사자들이 해변의 맹그로브 숲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 Peter Frank Edwards

맹그로브 숲 복원, 어디까지 왔을까? 🤔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세계 각지에서 맹그로브 숲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 것입니다.

파키스탄은 유엔환경계획(UNEP)의 지원을 받아 2023년까지 수백만 그루의 맹그로브를 심는단 계획인데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맹그로브 숲 복원에 나선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이집트 등에서도 맹그로브 숲 복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의 상황을 좀 더 간략하게 알아본다면.

  • 미국 🇺🇸: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주도 아래 맹그로브 숲 보존 및 복원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인데요. 지난해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프라 투자일자리 법안(IIJA)에서 맹그로브 숲 등 블루카본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덤. 일단 미국 플로리다주 일대를 중심으로 맹그로브 숲 복원이 진행 중인데요. 지난해 미국프로풋볼(NFL) 최고 인기 구단인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팀 여행에서 배출된 탄소 배출 상쇄를 위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연안 일대 맹그로브 숲 복원에 협력하기도 했단 소식!
  • 중국 🇨🇳: 중국 남부 및 베트남 접경 지역에 맹그로브 숲이 식생 중인데요. 지난 20여년간 중국 정부의 보존 노력 덕에 맹그로브 면적이 23% 증가했다고. 또 맹그로브 숲의 75% 이상이 국립공원 등 보존지역에 속해있는데요. 이는 세계 평균인 42%보다 높은 편이라고. 중국 정부는 맹그로브 숲 복원을 위해 지역사회 참여를 독려 중인데요. 가령 친환경 양식이나 생태관광 등을 통해 지역사회가 맹그로브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법을 교육한다고.
  • 이집트 🇪🇬: 올해 11월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를 앞두고 홍해 연안 6개 지역에 210헥타르 규모의 맹그로브 숲 복원을 추진 중입니다. COP27을 앞두고 이집트가 기후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인데요. 이와 함께 해수면 상승 및 침식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기 위해 숲을 복원하는 이유도 있다고.

 

© 이집트 홍해 일대 심어진 맹그로브 묘목 모습 Abdel Nagy Scott Canva 제공

맹그로브 숲 복원은 단순히 묘목을 심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식재 장소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바닷물이 너무 들어오면 묘목이 염분에 말라죽고, 바닷물이 너무 없어도 문제죠. 지역사회의 동의와 협력을 얻는 것도 필수인데요.

블루카본 시장 성장 및 기후변화 대항마로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맹그로브 숲. 더 많은 복원을 위해선 우리 모두 관심을 좀 더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