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혁신청(UKRI) 산하 예술·인문위원회(AHRC)가 런던 디자인 박물관과 함께 기후 문제 대응 및 순환경제 전환을 도울 디자인을 찾기 위한 기금을 출시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AHRC는 탄소중립을 도울 디자인을 찾기 위해 향후 3년간 2,500만 파운드(한화 약 392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AHRC는 해당 기금이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새 프로그램인 미래 전망대(Future Observatory)와 연계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래 전망대는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목표로 하는 영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는 디자인 프로그램입니다. 연례 주제에 맞춰 디자이너들은 영국 기업, 공공 부문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요. AHRC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해당 프로젝트는 탄소중립, 순환경제 같은 특정 과제에 중점을 둬야만 합니다.

즉, 런던 디자인 박물관은 전체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것인데요. 예술과 인문학 진흥을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기금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런던 디자인 박물관과 함께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 영국 런던 디자인 박물관 내부 모습 Gareth Gardner

기후 문제 대응, 순환경제 전환 도울 디자인을 찾아라! 🇬🇧

이번 기금은 기후변화 대응 및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대응을 위한 디자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HRC는 ▲미래 전망대, ▲녹색 전환 생태계(Green Transition Ecosystems), ▲디자인 교환 파트너십, ▲디자인 액셀러레이팅 등 4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먼저 런던 디자인 박물관은 미래 전망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시, 출판, 행사, 직접 위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400만 파운드(한화 약 62억원)의 자금을 받게 됩니다. AHRC의 지원 덕에 영국에서 가장 큰 공적 자금 지원을 받는 디자인 연구 및 혁신(R&I) 프로그램으로 거듭났습니다.

녹색 전환 생태계는 산업 부문 디자인 연구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인데요. AHRC는 이 프로그램이 학계·기업·정부·대중이 특정 기후 문제를 해결할 디자인을 도출하고, 관련 디자인 리소스를 공유하는 R&I 클러스터(Cluster)*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 100개 이상의 고등교육기관 및 산업계가 협력해 최소 4개 이상의 녹색 전환 생태계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다만, 4개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이 프로그램에는 1,600만 파운드(한화 약 250억원)의 자금이 지원될 예정입니다.

* 클러스터(Cluster): 기업, 대학, 연구소가 한데 모여 서로 간 긴밀한 연결망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도록 한 곳.

 

© 런던 디자인 박물관 내부 모습왼과 자원순환을 주제로 열린 전시중앙 오 모습 Design Museum 페이스북 갈무리

디자인 교환 파트너십은 75개가 넘는 영국 지역위원회 및 기업간 디자인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300만 파운드(한화 약 47억원) 규모의 예산이 집행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및 대학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줄 예정인데요. AHRC는 지역별로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상용화 등 추가 연구를 위한 전체 비용의 80%를 지원합니다. 또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은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지역 이해관계자와 함께 개발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디자이너 양성을 위한 디자인 액셀러레이팅 프로젝트가 200만 파운드(한화 약 31억원)의 지원을 받아, 영국 전역에서 시행될 계획입니다.

 

©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소재 교육왼 및 자원순환 전시오 모습 Design Museum 페이스북 갈무리

위원회 ‘박물관은 순환경제 전환 견인해야 해’ 🏛️

예술과 인문학 진흥을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이번 기금을 마련한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디자인이 기후 문제 및 순환경제 전환을 도울 솔루션이기 때문입니다.

AHRC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의장은 “디자인 혁신은 2050년까지 우리 경제와 사회의 탄소를 제거한단 사명에 매우 중요하다”며 “박물관과의 협력은 기후변화 같은 가장 시급한 현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술과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저스틴 맥커크는 “(이번 프로그램은) 박물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재정의한다. (박물관이) 과거 또는 현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단 것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이어 박물관은 재료와 기술 발전의 시대상을 반영할 뿐더러, 녹색 및 순환경제로의 전환에서 디자인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런던 디자인 박물관은 향후 3년간 위 프로그램들을 조정할 뿐더러, 전시 및 출판 등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인데요. 박물관 측은 옥외광고 및 소셜미디어(SNS) 광고 등을 통해 프로그램 성과 전반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예정입니다.

 

©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오는 9월까지 열리는 복원Restore 전시에는 영국 하천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해조류 양식장 포스팜PHOSFRAM이 전시 중이다 Felix Speller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순환경제에 전환할 디자인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런던 디자인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복원(Restore)’ 전시에서 그 모습을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미래 전망대 프로그램의 파일럿 프로젝트로서 대중에게 공개됐는데요.

전시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것을 회수하고 수리해 재사용하는 디자인을 내세웁니다. 이를 통해 전시는 관객들에게 회복이란 메시지를 던지는데요.

가령 영국왕립예술대(RCA)를 졸업한 사무엘 이리프는 비료로 인한 하천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조류 양식장 포스팜(PHOSFARM)을 설계했습니다. 풍선으로 구성된 해조류 농장이 하천 위를 떠다니며 하천 생태계를 정화하는 방식인데요.

신소재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샌 비저는 영국 미용사협회와 협력해 사람의 머리카락을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이들의 로컬리 그로운(LOCALLY GROWN) 전시는 미용실에서 버려지는 머리카락이 양모와 마찬가지로 실이나 직물로 사용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의료용 또는 플라스틱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전시에서는 영국 켄싱턴과 첼시 일대 미용사들이 머리카락을 어떻게 수집해 재사용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폐의류를 재사용해 만든 텐트와 가구, 순환디자인과 녹색건물 등을 소개하는 용어집이 전시 중인데요. 런던 디자인 박물관은 위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 또한 약 1년간 지원을 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 디자인 업계도 기후변화 솔루션이 우선순위로 떠올라! 🌡️
‘광고계의 올림픽’이란 별명이 붙은 칸 라이언즈 어워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자인 부문에서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출품작이 약 42%를 차지했는데요. 펌 레페부르 칸 라이언즈 디자인 부문 심사위원장은 당시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하고, 목적을 바꾸고, 재창조하고 재해석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회문제들을 다룰 때 환경을 고려하는 사고방식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