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 및 천연가스 발전을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체계(EU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최종안을 확정했습니다.

지난 2월 2일(현지시각) EU 집행위는 원전 및 천연가스를 EU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기후위임법을 내놓았는데요. 2050 기후중립(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전 및 천연가스가 ‘과도기적 에너지’로 도움이 된단 견해를 EU 집행위가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최종안은 2021년 12월에 발표된 제1차 택소노미 보안 기후위임법(Taxonomy Complementary Climate Delegated Act)과 달리 과도기 활동에 원전 및 천연가스를 포함시킨 것인데요. EU 의회에서 최장 6개월간 법안 검토를 거치고 반대가 없으면 2023년 1월 1일 발효됩니다.

 

잠깐! 택소노미가 무엇인지 설명부터 해줘! 🇪🇺

택소노미(Taxonomy)는 우리말로 녹색분류체계이나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체계로 불리는데요. 단어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 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에요. EU는 택소노미를 통해 녹색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이끌고, 해당 산업 성장과 함께 환경적 성과도 추구한단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EU 집행위가 발표한 제2차 택소노미 보안 기후위임법은 크게 활동 유형을 저탄소, 과도기, 활성화 등 3가지 활동 유형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과도기적 활동 범주에 원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것인데요. 이 둘을 좀 더 자세히 본다면.

 

© 2월 2일 EU 집행위는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최종안을 발표했다 Lukáš Lehotský

1️⃣ 원자력 발전 ☢️

유럽 내 상당수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전체 전력의 67%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죠.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도 아래 소형모듈원전(SMR) 연구 및 개발이 진행 중이죠. 이런 점 때문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핀란드, 폴란드, 체코 등은 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이 꼭 들어가야 한단 입장이었는데요. 독일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칼, 덴마크 등은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이유로 반대해왔습니다.

일단 이번 기후위임법에서는 원전은 아래 요건을 충족해야만 하는데요.

  • 4세대 기술 적용한 신규 원전 사업은 2050년 이후에도 발전 가능
  • 폐쇄형 연료 사이클 갖춘 4세대 기술(안전 기준 및 폐기물 최소화하는 미래기술)
  • 신규 원전 사업은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함(3세대 기술 적용)

 

이밖에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은 ▲2040년까지 승인이 필요하고,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수준에서 안전 개선,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 등의 조건이 달렸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재정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됐는데요. 우리나라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는 현재 원전은 빠진 상황이나, 국제동향과 여건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 후 결정할 여지를 남겨놓은 상황입니다.

 

2️⃣ 천연가스 발전 ⛽

아울러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는 기존 화력발전소를 대체해야 하는데요. 설계 시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 100gCO2/kwh(전생애주기)이거나 2030년 12월 31일까지 건설 승인된 발전소에 한해서 270gCO2/kWh 미만이어야 한다고. 또 20년 동안 평균 550kg CO2/kW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설계돼야 하는데요. 이와 함께 담긴 요건들을 살펴본다면.

  • 화석연료기반 가스 발전
  • 고효율 열병합(열/냉방)발전 (지역난방 포함, 화석연료 가스 기반)

 

한편, 우리나라의 K-택소노미는 천연가스 발전을 2030년까지 인정했고, 추가로 5년 연장할 수 있단 여지를 남겼는데요. 설계기준으로 340g CO2-eq/kWh(국내 최고 효율)이내이고 설계수명기간이 평균 250g CO2-eq/kWh 감축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도록 우리나라 사정이 맞게 설정했죠.

 

© 2018년 EU 의회 회의 모습 EU Parliament 제공

EU vs 한국 발전원 비교 (발전량 기준) 🔋

EU 집행위가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EU의 발전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EU 발전을 보면, 재생에너지 35.4%, 원전 27%, 화석연료 발전 3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EU 회원국 상당수는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EU는 재생에너지 발전도 높은 것!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의 경우 2020년 전체 전력 발전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는데요.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수력발전과 지열발전 그리고 풍력발전이 적합하죠.

일단 EU 집행위는 석탄 등 탄소함량이 높은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위해 천연가스 발전을 택했는데요. 원전의 경우 고강도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할 경우 탄소중립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들 모두 계속 강조한 것처럼 ‘과도기적 성격’에 해당한단 것!

 

© 2021년 EU의 발전원 비교 Energy Charts Info 제공

그렇다면 우리나라 발전원은 어떨까요? 한국전력통계에 의하면, 2020년 국내 전력 발전은 발전량 기준으로 원전 29%, 재생에너지 7.2%, 화석연료 발전이 62.4%였습니다. EU는 수력, 풍력, 태양광의 비중이 고른 편이었으나,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태양광이 71%로 편중된 것도 눈에 띄었는데요. 태양광은 설치 용량 대비 약 10%대로 낮은 효율로 가동하는 상황이라, 재생에너지 발전의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U 집행위의 결정,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까? 🤔

EU 집행위는 원전 및 천연가스 발전을 택소노미에 분류하는 최종안에 기업이 녹색기준 준수에 대해 매년 보고해야 하는 신규 공개 규칙을 마련했습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방지하고, 외부감시에 대한 환경준수도 확인해야 하죠.

이번 제안은 탄소중립을 가속화하고, 기후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석탄이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EU 집행위가 제안한 택소노미 보안법은 EU 의회와 이사회로부터 검토를 한 후 찬반투표를 걸쳐 결정될 예정입니다. 반대의견이 없을 경우 이번 택소노미 보안법은 2023년 1월 1일부로 유효하죠.

우리나라 역시 차기 정부에서 K-택소노미가 개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