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에 10억 유로(한화 약 1조 3,77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고가 난 이후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은 2035년까지 전체 전력에서 원자력 비율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던 대통령이라 이번 행보에 지구촌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를 필두로 영국, 불가리아, 핀란드, 헝가리 등 유럽 내 10개국은 원자력 발전이 에너지 안보 문제 해결책이란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들이 꺼낸 원자력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있습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뭐야? 🤔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인데요. 말 그대로 규모가 작은 원자로를 뜻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력이 700MW보다 큰 원자로를 대형, 700MW 이하를 중형으로 분류하는데요. 300MW급 이하를 소형 원자로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SMR은 일반적으로 전력이 300MW급 이하라 소형 원자로에 속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가 개발을 추진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는 170MW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국내 신고리 4기 원전이 1,400MW의 출력과 비교해 8분의 1수준으로 매우 작은 규모인 것이죠.

특히, SMR은 배치의 전환을 꾀함으로써 소형화가 가능한데요. 기존 원전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별도로 분리 배치해 크기가 커지가, SMR은 그 모든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압축된 형태로 작게 만들었습니다.

 

© 대형원전과 소형모듈화원전과의 비교 한국수력원자력

SMR이 다른 이유! 안전하고 탄소배출 없는 원자력🏭

SMR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와 기업들은 SMR의 안전성을 큰 장점으로 꼽습니다. 기존 대형 원전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각각의 기기들이 연결된 배관에서 방사능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반면, SMR의 경우 하나의 용기에 압축된 형태로 만들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노출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크기가 작다는 사실 역시 SMR이 안전한 이유로 꼽힙니다. 원전의 가장 큰 재앙은 노심이 녹는 ‘노심용해(Meltdown)’입니다. 노심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 부분입니다. 핵분열 과정에서는 이 노심의 온도가 올라가고 방사성 물질이 방출됩니다. 이때 원자로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냉각수가 공급되면서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해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지 않습니다.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경우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바람에 핵연료봉(우라늄) 일부가 노출돼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문제가 된 것인데요. 핵연료봉 일부가 녹아버려 방사성 물질이 급격히 방사성 물질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 프랑스 카트놈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EDF <a href=httpswwwfacebookcomNuclearforClimatephotoscattenom nuclear power plant france copyright edf1802566959969674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페이스북 갈무리<a>

대형 원전의 경우 방출하는 에너지가 큰 만큼 발생하는 열도 높아 위험성이 높습니다. 허나, SMR 같이 규모가 작은 원전은 방출하는 에너지와 열이 모두 낮은 덕에 사고에 더 쉽게 대처할 수 있죠. 안전성 이외의 장점으로는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SMR은 높이가 아파트 8층 정도라 기존 원전 보다 부지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지하에도 설치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SMR은 탄소배출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단 점에 각광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공급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파리협정을 지키기 위해서 각국이 탄소배출 절감 방안을 내놓고 있는 와중 기존 원전보다 안전한 SMR은 훌륭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원자력 발전 ☢️
201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제63회 IAEA 총회가 열렸는데요. 171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당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이 제안됐다고.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공급량이 불안전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요. 일조량, 풍력량에 따라 전력 공급량이 일정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IAEA는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SMR이 보완해줄 수 있다고 보았는데요. SMR 운영 중 방출되는 열을 활용해 지역난방, 철강 제조 및 운송 등에도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 SMR의 장점으로는 안전성과 경제성 유연성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SMR, 마냥 좋기만 한거야? 🙄

물론 SMR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닌데요. SMR은 규모가 작아 원하는 만큼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많아질 수 있단 뜻인데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원전 규모가 작아질수록 건설 단가가 높아진다며, 완전한 대안은 아니라 지적하는데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기존 원전은 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안전시설을 추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크기가 커진 것인데, SMR은 크기가 작은 만큼 안전 시설이 부재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단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외에서 핫한 SMR ♨️

현재 지구촌은 SMR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IAEA에 따르면, 현재 18개국에서 70개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의 보고서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21년에서 2026년까지 97억 달러(한화 약 11조 5,000만 원) 규모에서 113억 달러(약 13조 4,000만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보고서는 해당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을 3.2%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미 미국은 SMR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았습니다.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원자력전략비전’에 따라 SMR 및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에 7년간 32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 투자를 확정했는데요.

러시아는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Rosatom)과 함께 SMR 및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에 약 1,200루블(한화 약 1.9조 원)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부유식 해상 원전에 SMR 기술을 적용했는데요. 2019년에 건조된 부유식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과거 핵 추진 쇄빙선에 쓰였던 것과 유사한 원자로 2기가 장착됐고, 각각 35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 호는 추트코가 자치구에 있는 페벡시에서 최초로 전력을 생산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산업 업체인 롤스로이스가 이끄는 ‘SMR 기업 컨소시엄’은 최대 16개의 SMR을 건설할 계획이라 밝혀 주목을 끌었는데요. 최근 현지 언론들은 영국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롤스로이스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조만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 한국형 SMR 가상조감도 두산중공업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가 SMR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SMR 개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SMART)’라는 모델이 주인공인데요. 스마트는 안전 시스템을 모두 없애진 못했지만, 모든 장치를 한 원자로에 담아 주목받았죠. 스마트 모델은 2012년 12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는데요. 같은해 사우디아라비아에 2기의 스마트 원전을 짓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현재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러시아 등과 달리 국내 기술 실증조차 기록하지 못했는데요. 이에 SMR 시장 경쟁에서 뒤떨어졌단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앞으로 8년간 혁신형 SMR(i-SMR)에 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인데요. 현재 2개의 SMR 모델이 개발 중이며, 오는 2028년까지 표준설계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COP26을 앞두고 발표된 한 편의 보고서 📝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을 앞두고 IAEA는 원자력 발전이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폴란드, 러시아, 영국 등 9개국의 지지 성명도 같이 실렸습니다. IAEA는 원자력 발전이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신재생에너지에 안전성을 준다고 설명했는데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50년 동안 원자력은 누적 70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고, 매년 1기가톤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며 원자력 발전 투자를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