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바퀴 달린 집’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집으로 꾸민 트레일러를 차에 달아 전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밖을 나설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동식 주택이 잠깐의 여흥이 아닌 보편적인 주거 방식이 된다면 어떨까요?

최근 미국에서 이동식 주택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동식 주택이 주목받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기후 재난이 더욱 빈번해지고 극심해지기 때문인데요. 올여름 최악의 가뭄과 산불로 고통받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이번엔 최악의 폭우를 맞았듯 말입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산 집이 홍수에 휩쓸리거나 화재에 타버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거죠.

 

© GCF의 항목별 기금 투자 비율 GCF Portfolio 2021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또다른 바퀴, 적응 🚲

이처럼 현재 또는 미래에 예측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완화시키거나 나아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촉진시키는 행위를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이라고 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가 온실가스 감축을 내포한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와 함께 내세우는 개념인데요. 우리는 생존을 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했죠. 기후변화 적응은 이미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함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변화 적응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적응, 기반 시설의 기후 탄력성 증대, 자연과의 협력 등 다양한 범주를 포함합니다. 이는 곧 많은 재원이 필요하단 뜻인데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GCF) 또한 재원을 탄소배출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50%씩 투자하는 균형 할당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이 감축과 적응 노력이 함께 가야한단 것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평균 육지 및 해양 온도 편차 1981 2010 기준 <a href=httpsoecd environment focusblog202101252021 adaptation comes to the fore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OECD Environment Focus Blog<a>

가장 더웠던 2020년, 피해는 평균 이하였던 비결 🌡️

기후 적응 프로그램의 효과는 세계기상기구(WMO)가 내놓은 ‘아시아의 기후 현황 2020’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의 기온은 20년 평균보다 1.39°C도 높아, 역대 가장 더운 해였지만 피해는 연평균보다 낮았다고 합니다. 지난 20년간 평균 피해자 수만 약 1억 5,800여명, 사망자도 약 1억 5,500명이었는데요. 지난해는 피해자가 5,000만 명, 사망자는 5,000명 가량으로 집계됐습니다. 피해 상당수는 태풍과 홍수 그리고 가뭄이 원인이었는데요. 이 상반된 결과에 WMO는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조기 경보 시스템이 성공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WMO가 언급한 조기 경보 시스템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적응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지역사회가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통합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요. GCF는 필리핀, 동티모르, 우간다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 및 예측, 경고, 대응을 통합한 기후 모델을 제공해주는 것부터 공무원의 계획을 수립을 돕거나 내전, 정권 교체 등으로 파손된 기상 관측소 교체 등 국가별 상황에 맞춰 여러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죠.

 

© 여름철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파라솔 그늘막을 설치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청

횡단보도 파라솔도 기후변화 ‘적응’이라고? ☂️

기후변화 적응은 가까운 곳에서도 접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기록적인 폭염 이후 횡단보도마다 설치된 거대한 파라솔 그늘막! 이 거대한 우산 텐트 또한 기후변화 적응의 사례 중 하나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극단적인 이상 기상이 늘어난 만큼 우리 주변에서도 다양한 적응 노력들이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는 것! 이외에도 정보 제공 체계 구축, 적응 기술 개발 같은 관리 분야부터 취약 계층 방문·상담 같은 생활 밀접 대책까지. 홍수 대응, 가뭄 대응, 산불 대응 강화와 식량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적응 대책들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10여년 전부터 기후변화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2009년 전문 연구기관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KACCC)를 세우고 2011년부터는 5년마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했습니다. 올해는 2025년까지 계속되는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실행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제2차 적응대책의 한계로 국민의 체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과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환경부 또한 이런 인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월 ‘2021 기후변화 적응 공모전’을 여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 우리나라의 경우 말이죠 🌊
지난해 환경부와 기상청이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공동 발간했는데요.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부문을 수자원, 생태계, 산림, 농업, 해양 및 수산, 산업 및 에너지, 보건, 인간정주공간과 복지 등 8개 부문으로 구분했습니다. 각 부문별로 전망과 취약성 원인 나아가 적응 방안도 분석했단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