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제거하는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를 운영하기 좋은 국가 중 하나로 동아프리카 케냐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등 외신은 케냐가 동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대지구대·Great Rift Valley)’를 ‘그레이트 카본 밸리(Great Carbon Valley)’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는 아프리카 대륙 동쪽을 관통하는 지구대입니다. 5,000km에 이르는 지구대의 활발한 화산활동 덕에 풍부한 지열을 보유했습니다. 이 지열을 활용해 탄소중립을 넘어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네거티브’를 실현하겠단 것이 그레이트 카본 밸리의 개념입니다.

 

▲ 서아시아 시리아부터 동아프리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대지구대)’가 실선으로 표시된 모습(왼),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쪽에서 촬영된 대지구대 모습. ©Sémhur

케냐 탄소네거티브 생태계 구축 최적화…“풍부한 지열에너지 덕분!”

그레이트 카본 밸리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달버그(Dalberg)의 이사인 제임스 므왕기가 내놓은 개념입니다. 아프리카기후행동플랫폼(Climate Action Platform-Africa)의 공동창립자인 므왕기는 케냐가 탄소네거티브 생태계 구축에 적합한 곳이라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DAC 기술 등 여러 탄소제거 기술이 필요하단 것인데요.

므왕기는 케냐가 DAC 플랜트 건설 및 운영에 최적화된 곳이라 강조합니다. 사실 DAC 플랜트를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DAC가 자원·에너지 집약적인 만큼 다른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CO2) 포집 톤당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세계자원연구소(WRI)가 밝힌 바 있는데요.

이에 세계 최대 DAC 플랜트 ‘오르카(Orca)’를 운영 중인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경우 시설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열과 전기를 북유럽 아이슬란드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공급받습니다.

이밖에도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등 DAC 기업 상당수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DAC 플랜트를 건설했습니다.

 

▲ 동아프리카 케냐 올카리아에 있는 지열발전소의 모습. ©Lydur Skulason, GEG

이 점에서 케냐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풍부한 곳 중 하나입니다. 이미 케냐는 해당 지열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발전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케냐는 2022년 기준 950MW(메가와트) 규모의 지열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380만 가정에 전기를 공급 중입니다.

 

케냐 정부 탄소제거 생태계 구축 적극적…美 정부와 DAC 파트너십 맺어 🤝

케냐가 동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뤘단 장점도 있습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포함한 기후정책 확대에 적극적인 것도 이점입니다.

루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연설에서 자국 내 지열발전소를 확대해 2030년까지 케냐 인구 100%에게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각)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William Samoei Ruto, 페이스북

또 같은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루토 대통령은 케냐의 미래 주요 수출품이 탄소배출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COP27서 출범한 ‘아프리카 탄소시장 이니셔티브(ACMI)’가 대표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아프리카연합(AU)의 49개 정상 및 고위급 대표가 참여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케냐의 지열에너지를 활용한 DAC 플랜트 구축이 화제였습니다.

당시 미 에너지부(DOE)는 아프리카 각국과 여러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을 맺었는데요. DOE는 케냐의 풍부한 지열에너지를 DAC 플랜트에 활용해 연간 1,000톤에서 1만 톤가량의 탄소를 제거하는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 COP27서 출범한 아프리카 탄소시장 이니셔티브(ACMI)란? 🌍
ACMI는 케냐·말라위·가봉·나이지리아·가봉 등 아프리카 국가가 연합한 이니셔티브입니다. ACMI는 2030년까지 연간 3억 개의 탄소배출권을 생산하고, 2050년에는 연간 15억 개의 배출권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2050년까지 1,200억 달러(약 15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단 구상인데요.

일자리는 2030년까지 3,000만 개, 2040년까지는 1억 1,000만 개 이상을 창출하려 합니다. 배출권을 통해 얻은 수익은 ▲청정에너지 전환 ▲내연기관차 퇴출 ▲탄소감축 ▲생물다양성 보존 ▲자연기반솔루션(NBS) 확대 등에 사용됩니다.

 

▲ 케냐 나이로비에 소재한 신생 DAC 스타트업 ‘셀라 미네랄 스토리’의 홈페이지 모습. 셀라는 ‘저장을 위한 안전한 지하 공간’을 뜻한다. ©Cella Mineral Storage

DAC 신생 스타트업 셀라, 올해 2분기 케냐 북부서 DAC 기술 시범 운영 🇰🇪

그렇다면 케냐에는 DAC 플랜트가 언제 즈음 건설될까요? 이르면 올해 2분기에 그 실체를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신생 DAC 스타트업 ‘셀라 미네랄 스토리지(Cella Mineral Storage·이하 셀라)’는 케냐 북부에 건설 중인 140MW 규모의 신규 지열발전소 가동에 맞춰 자사의 DAC 기술을 시범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시범 운영이 성공할 경우 2024년 말 현장에서 상업용 DAC 플랜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셀라(cella)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전의 안쪽을 뜻하는 명사입니다. 대개 ‘저장을 위한 안전한 지하 공간’을 뜻하는데요. 이름에 걸맞게 셀라는 DAC 플랜트가 대기에서 CO2를 포집하면, 이를 지하 1,300피트(약 396m) 아래에 있는 현무암에 주입할 계획입니다.

즉, 포집한 CO2를 광물화시켜 땅속에 영구 저장한단 것인데요. 이 기술은 아이슬란드 카브픽스(Carbfix)에서 이미 효과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셀라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인 클레어 넬슨은 지열발전소에서 나온 염수를 재활용하는 신기술이 실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DAC 플랜트 건설의 경우 다른 기업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보유한 아이슬란드 기업 카브픽스가 포집한 CO2를 현무암에 주입해 광물화한 모습. CO2와 물이 섞인 탄산용액은 현무암과 만나면 암석의 이온물질을 용해시킨다. 이후 시간이 흘러 이온물질과 결합해 유백색의 석회석, 즉 광물로 굳어진다. ©CarbFix

스트라이프·쇼피파이 등 프런티어도 주목한 셀라…“DAC 연합에도 가입해” 💰

한편, 셀라는 지난해 12월 DAC 기술 확산을 위한 DAC 연합(DAC Coliation)에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같은달 탄소제거 및 DAC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프런티어(Frontier) 펀드로부터 초기 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프런티어 펀드는 메타(구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모기업),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맥킨지 등이 공동으로 9억 2,5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조 1,000억원)를 각출해 설립했는데요.

스트라이프와 쇼피파이가 셀라를 포함한 6개 DAC 스타트업에 총 1,100만 달러(약 137억원)를 지원했습니다. 셀라가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액수를 지원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쇼피파이는 “일반적으로 탄소광물화 기술은 물집약적이나 셀라는 물을 100%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했다”며 “지열에너지와 결합한 덕에 DAC 운영비를 줄이고, 폐기물인 지열 염수도 재활용하는 추가 이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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