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폐막했습니다. 197개국 대표단과 함께 경제계·산업계·시민단체 등 약 4만여명이 COP26에 참석했는데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당사국총회 이후 6년 만에 개최된 특별정상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120개국 정상들이 모였고, 각국 정상들은 지구 평균온도 1.5℃ 이내 상승 억제를 위한 기후행동 강화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COP26에서 최종 도출한 ‘글래스고 기후 합의안(Glasgow Climate Pact)’에는 기후 적응 재원 마련, 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각국의 행동을 촉구했는데요. 이밖에도 세계 산림 보호, 메탄배출량 감축 등 의미있는 협약과 선언들이 도출됐죠. 그렇다면 이게 끝일까요?

의장국인 영국 정부는 3일부터 일일 주제를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COP26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크게 ▲금융 ▲에너지 ▲청소년 및 공공 역량 강화 ▲자연 ▲적응 및 손실 ▲젠더 ▲운송 ▲도시, 지역 및 건축 환경 순이었는데요. 각각의 날에 나온 이야기들을 그리니엄이 두 편으로 나눠 준비해봤습니다.

 

👉 1편. COP26 1주차 단어 ‘금융·에너지·청소년·자연’
👉 2편. COP26 2주차 단어 ‘적응·젠더·운송·도시’

 

🗓️ COP26이 주목한 1주차 ‘단어’

  • 11월 3일, 금융의 날
  • 11월 4일, 에너지의 날
  • 11월 5일, 청소년 및 역량 강화의 날
  • 11월 6일, 자연의 날
    * 11월 7일은 일요일인 관계로 쉬었던 것.

 

© COP26에서 연설 중인 마크 카니 전 총재 Miranda Alexander Webber UNRIC

💰 11월 3일, 금융의 날(Finance Day)

45개국의 은행, 보험사, 증권거래소 등 450개 금융기관이 회원사로 가입한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은 COP26 셋째날,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습니다. GFANZ는 마크 카니 전(前) 영란은행 총재가 결성했는데요.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HSBC 홀딩스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포함돼 있고, 총 자산규모는 130조 달러(약 15경 3,400조 원)로 전 세계 자금의 40%를 차지합니다.

GFANZ는 205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인데요. 구체적으로 각 회원사는 과학에 기반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 탄소배출량 50% 감축을 약속했고 5년마다 이행 실적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회원사들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위해 ‘공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 녹색기술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멈추겠다는 약속이 아니기에 일각에서는 이번 선언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그친다는 비판도 제기됐는데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도 “금융 부분은 실질적인 기회가 있으므로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카니 전 총재는 “우린 이제 모든 재정적 결정이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만들기 위해, 기후변화를 금융의 최전선으로 옮기기 위한 설계도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이어 파리협정에서 정한 지구 평균온도 1.5℃ 억제를 위해서는 30년 동안 총 100조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 자금 유치를 위해 각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카니 전 총재는 또 “오늘날 중요한 것은 돈이 있단 사실이고, 그 돈은 전환을 위한 것이지, 허튼소리가 아니다(It’s not blah blah blah)”라고 덧붙였습니다.

 

+ 기후재원 2배로 늘릴 것! 💰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기후재원을 마련하는데요. 이날 노르웨이, 일본, 호주, 스위스, 미국, 캐나다로부터 관련 재원을 2배 이상 늘리겠단 약속을 받거나 재확인했다고. 특히, 캐나다는 기후재원을 4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단 사실!

또 투자 확보가 어려운 국가들을 위한 ‘기후금융 접근에 관한 태스크포스(Taskforce on Access to Climate Finance)’는 방글라데시, 피지, 자메이카, 르완다, 우간다 등 5개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후 적응을 위한 재정 확보에 도움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피카츄 분장하고 일본의 석탄지원 사업을 비판한 환경운동가 Laura Quiñones

11월 4일, 에너지의 날(Energy Day)

크게 탈석탄, 청정에너지 전환 등이 논의된 날인데요. 먼저 영국, 캐나다 등 몇몇 국가들이 오는 2040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서명했습니다. 같은날 유엔은 ‘세계 석탄을 청정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한국, 베트남, 폴란드 등 세계 최대 석탄 발전 국가 20개 중 5개국이 서명했죠. 다만, 주요 석탄 채굴 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등 5개국은 불참했는데요. 이들 국가의 세계 석탄 소비량이 75%를 차지해 해당안을 놓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밖에도 ‘사람과 지구를 위한 글로벌 에너지 동맹(GEAPP)’은 선진국 등에서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개도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요. GEAPP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설립한 국제기금인 베조스 어스 펀드(Bezos Earth Fund)와 록펠러 재단, IKEA 재단을 비롯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8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EAPP는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개도국과 신흥국에 거주하는 10억 명에게 신재생에너지를 제공하고, 약 1억 5,000만 개의 녹색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이를 위해 2,500만 파운드(한화 약 400억 원)가 지원될 예정이죠.

같은날 아프리카 6개국과 중남미 5개국이 협력한 ‘녹색수소동맹(Green Hydrogen Alliances)’이 출범했는데요. 산업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녹색 수소 수백만 톤을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 Miranda Alexander

🤟 11월 5일, 청소년과 역량 강화의 날(Youth and Public Empowerment Day)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공식 어린이 및 청년 지원 기관인 YOUNGO(Youth Climate Movement)는 전 세계 4만여명 이상의 젊은 기후 지도자들의 견해를 대변한 ‘COY16 글로벌영포지션(COY16 Global Young Position)’이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에는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담겼는데요. 정책가 및 과학자들에게 넘겨진 성명서에는 기후재정, 이동성과 교통,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조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더불어 영국과 이탈리아는 유네스코(UNESCO)와 청소년기후행동(Youth4Climate) 등과 협력해 미래 세대에게 탄소중립 세상을 만들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는데요. 각국 교육부 장관들이 모인 행사에서는 학교 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들이 공유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는데요. 이날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과 멸종반란(XR) 등 기후운동단체들은 COP26을 맞아 세계 정상들에게 기후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행사장 밖 거리 행진 시위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 등 수만 명(집회 측 추산) 이 참가했는데요.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시위대들은 ‘또 다른 지구는 없다’, ‘기후변화가 숙제보다 더 나쁘다’ 등의 문구를 들고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 5일 글래스고 기후 파업 시위 모습 갈무리

이날 시위에 참석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COP26이 실패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동안 해온 방법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하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툰베리는 이어 “(COP26이) 세계 정상이 화려한 약속과 목표를 발표하는 홍보행사로 전락했다”라며 “세계적인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축제로 변했다”고 목소리 높였죠.

우간다에서 온 청년 환경운동가 바네사 나카테도 시위에 동참해 “아프리카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에 불과하나, 아프리카인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각국 정상들에게 그들의 행동에 대해 계속 책임을 지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전시 모습 Kira Worth UNFCCC

🌱 11월 6일, 자연의 날 (Nature Day)

인도, 콜롬비아, 베트남, 독일, 가나, 호주 등 26개국이 자연의 날을 기념해 지속가능한 농업에 필요한 기술에 투자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비해 식량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 의제에도 서명했죠.

구체적으로 브라질은 ‘저탄소농업을 위한 국가 계획(ABC+ Plan )’의 적용 면적을 7,200만 헥타르로 확대해 10억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계획인데요. 이 계획은 정부가 탄소농업을 채택한 농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불법적인 산림전용을 방지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10년간 앞서 ABC+를 시범적으로 진행해 왔다고 합니다.

의장국인 영국도 2030년까지 농업 종사자의 75%를 저탄소농업 실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인데요. 독일도 2030년까지 토지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2,500만 톤을 줄일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앞서 영국은 특별정상회의 기간 중 ‘산림·농업과 상품무역(FACT, Forest, Agriculture and Commodity Trade)’ 로드맵 이행 지원을 위해 5억 파운드를 지원할 계획임을 발표했는데요. 이중 6,500만 파운드는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 생산을 지원에 지원된다고 합니다.

 

👉 생태회복에 20억 달러 기부하고 욕 먹은 제프 베이조스?

 

+ COP26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산림 보호! 🌲
CO26 개최 초기 세계 정상들은 산림 손실과 토지 황폐화 중단 및 산림과 열대림 복원을 위한 재원 지원을 서약했는데요. 2030년까지 산림 손실과 토지 황폐화를 막고 복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글래스고 정상선언. 당초 105개국에서 확대돼 총 141개국(12일 기준)이 참여해 서명했다고 합니다. 이들 국가들은 전 세계 산림의 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또한, 산림 복원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글로벌 산림재원 서약도 나왔는데요. 한국, 미국,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12개 국가들이 5년(2021~2025년) 동안 공적개발원조(ODA)를 약 12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을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