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0%는 패션업계에서 배출됩니다. 패션업계의 물소비량은 약 930억 m³(입방미터)에 달하는데요.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3,7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뿐만 아니라, 염색 과정의 화학물질과 면화 재배에 쓰이는 살충제로 인한 환경오염도 문제인 상황.

패션업계가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최근 지속가능한 패션의 미래가 현실세계가 아닌 ‘디지털’에 있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미국 슈퍼모델에서 IT 기업가 겸 투자자로 변신한 칼리 클로스는 미 CNN의 기고 글에서 “미래의 디자이너들은 바느질만이 아니라 코딩을 하게 될 것”이라 단언한 바 있는데요.

지속가능한 패션의 미래를 만들 것으로 기대받는 디지털 기술에 어떤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 월마트에서 공개한 가상 탈의실 서비스 스스로 모델이 되어라(Be Your Own Model). ©Walmart

월마트, 온라인 패션몰 반품과 과잉소비 줄일 ‘가상 탈의실’ 서비스 시작해 👗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스스로 모델이 되어라(Be Your Own Model)’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및 모바일 상에서 소비자가 본인의 사진을 이용해 원하는 옷을 가상으로 시착해볼 수 있는데요.

이 서비스에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증강현실(AR)이란 사용자의 현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작동방식은 간단합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전신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고 월마트 어플리케이션(앱)에 업로드하면 끝입니다. 이후 인공지능(AI)이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사용해 사진 속 체형의 굴곡을 모델링합니다. 그 다음 모델링된 사진에 맞게 옷을 입혀 마치 실제로 입은 듯한 시착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슷한 체형의 모델 사진을 보는 것과 달리 실제 그대로의 체형과 이목구비, 피부색에 맞춰 시착 모습을 볼 수 있단 점이 특징입니다.

이 서비스는 현재 27만여 개 옷에 적용 가능합니다. 월마트는 앞으로 적용 가능한 항목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월마트의 가상 탈의실 서비스는 AI 머신러닝과 AR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체형에 최적화된 착장 모습을 보여준다. ©Walmart

AR 착장을 활용한 ‘가상 탈의실’은 소비자의 편리한 구매를 도울뿐더러,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도 효과적입니다.

가상 탈의실이 온라인 쇼핑의 고질적인 문제, 높은 반품률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쇼핑할 때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온라인 쇼핑은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어울리지 않거나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인해 반품이 많은 편입니다.

캐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에 따르면, 오프라인 반품률은 평균 8~10%입니다. 반면, 온라인 반품률은 평균 30%에 달합니다. 상당수 반품은 재판매되는 대신 버려지는데요. 매립·소각은 곧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집니다.

가상 탈의실은 반품 가능성을 사전에 낮춤으로써 의류폐기물과 탄소배출량 모두 줄일 수 있도록 돕는데요. 월마트는 자사의 가상 탈의실 기술이 고객에게 매력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온라인 쇼핑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 반품으로 인한 온실가스 1,600만 톤. 기업들은 어떻게 해결할까?

 

+ 가상 탈의실에 진심인 월마트 👚
한편, 월마트는 지난해 5월 가상 피팅 소프트웨어 기업 지킷(Zeekit)을 인수했습니다. 지킷은 이스라엘 AR 전문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제품을 입었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볼 수 있도록 했는데요. 월마트는 “지킷 인수는 전략의 큰 부분”이며 “(가상 탈의실이) 자사의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 9월 11일(현지시각) 타미힐피거는 뉴욕패션위크에서의 런웨이 패션쇼를 로블록스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중계 및 재연했다. ©Roblox

공장 없는 가상 패션, 지속가능한 패션쇼 새로운 장 열까? 🏭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패션쇼도 있습니다. 공장이 필요 없는 가상 패션인데요.

지난 9월 초 열린 뉴욕패션위크의 화제는 단연 가상 패션이었습니다.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뉴욕패션위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됐는데요. 미국 패션브랜드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는 뉴욕패션위크 기간 동안 메타버스(가상세계) 게임 로블록스에서 패션쇼를 열어 주목받았습니다.

타미힐피거는 11일(현지시각) 뉴욕 브루클린의 자동차 극장인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인’에서 실물 패션쇼를 열었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게임 속 공간에 똑같이 구현했는데요. 패션쇼 무대에 오른 모델이 런웨이를 선보이면, 로블록스 아바타들도 똑같은 옷을 입고 가상세계 속 런웨이를 거닐었습니다.

많은 관객이 로블록스 공간 ‘타미팩토리(Tommy Factory)’에서 패션쇼를 지켜봤는데요. 현실과 가상세계 융합을 통해 청중이 몰입하고 참여할 수 있는 런웨이 경험을 제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 타미힐피거의 실시간 런웨이 패션쇼가 중계되는 로블록스 공간 ‘타미팩토리(Tommy Factory)’의 모습. 패션쇼 중 하늘을 날며 타미 토큰을 모으고 있는 한 유저의 모습. ©Marc bain

메타버스 세계 속 가상 패션은 고객 경험을 증진함으로써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상 패션에선 옷 제작에 들어가는 자원이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현실과 달리 옷을 생산할 때 화학물질이나 물이 소비되지 않습니다. 운송과 폐기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없을뿐더러, 아무리 착용해도 섬유가 닳거나 찢어지지도 않습니다. 즉, 가상 의류의 수명주기는 무한대에 가깝단 뜻인데요.

디지털 패션 전문 기업 드레스X(DressX)는 2020년 디지털 의류와 실제 의류 생산 시 환경 영향을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디지털 의류가 실제 의류보다 이산화탄소를 97%나 적게 배출했고 한 벌당 3,300리터의 물을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NFT 사용하는 ‘친환경’ 메타버스 패션? 일각에선 막대한 전력 소비란 지적도! 🤔
다만, 메타버스 가상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최근 들어 메타버스 속 가상 패션이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s)과 접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품 브랜드 상당수가 브랜드 가치를 인증할 수 있는 수단으로 NFT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NFT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에는 막대한 전력이 사용된단 것.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소비전력이 적은 기술로 변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 제페토 크리에이터 렌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월 평균 수익이 1,5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플레이리스트

이미 다가온 디지털 패션, 억대 연봉 받는 한국 디자이너도 있다고?! 🕶️

한편으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디지털 패션. 하지만 이미 하나의 직업을 형성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일례로 제페토의 1세대 크리에이터 렌지는 가상 패션 아이템 누적 판매량만 100만 개 이상으로, 월평균 1,5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2018년 개발한 제페토(ZEPETO)는 전 세계 3억 명이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데요.

유명 패션기업들에서도 디지털 패션에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패트리스 루비트 랄프로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 전미소매업협회 연례 콘퍼런스에서 “제페토에 (가상 패션을) 출시한 지 몇 주 만에 10만 개 이상 제품이 팔렸다”고 밝혔습니다. 루비트 CEO는 메타버스 사업의 수익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는데요.

랄프로렌, 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이 가상 패션을 연이어 출시한 데 이어, 패션계의 메타버스 진출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