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이재민 274 가구는 물론 주택·상가·문화재 소실 등 대규모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또 작년 3월 경상북도 울진과 강원도 삼척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9일 만에 진화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30년간(1992~2021년) 100헥타르(ha)가 넘는 면적에 피해를 준 산불은 연평균 1.8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11건, 올해는 현재까지 8건의 대형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3일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은 정부대전청사에서 향후 복원 대책을 담은 ‘산불피해지 과학적 복원의 미래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 20년 뒤 숲과 토양의 회복력 평가를 공개하며 “숲 회복은 조림복원지가 빨랐고 토양 회복은 자연복원지가 효과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산림과학연구원 “산불피해지 복원 수종 중 소나무가 생존율 가장 높아” 🌲

산림과학원은 1996년 강원 고성 산불 이후 산불피해지 산림생태계 회복과정을 밝히고, 복원력을 높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997년에 약 153ha의 장기 연구지를 설치해 연구 중입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삼척 지역에 4,000ha의 연구대상지가 추가됐습니다.

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원 강릉·고성·동해·삼척 등 산불피해지에 심은 수종 중 1년 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수종은 소나무였습니다.

소나무의 평균 생존율은 89%로, 활엽수 평균 53%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소나무의 높은 생존율은 산불피해지와 같은 척박한 토양에서 소나무가 잘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했습니다.

 

▲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에서 일어난 산불이 초속 30m 강풍을 타고 속초까지 번졌다. ©산림청

소나무, 뛰어난 복원 효과 vs 산불 피해 확산…“활엽수 등 수종 다양화 필요” 🔥

최근 4년간(2019~2022년)까지 산불피해지 복원에 조성된 수종 중 소나무 비율이 36%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산불피해지 복원에 산림 소유자들이 주로 소나무를 심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지 복원 당시 산주의 84.6%가 송이 생산 등을 이유로 소나무 조림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소나무가 산불 피해를 확산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겨울철 숲을 건조하게 만들뿐더러, 불에 잘 타는 송진을 머금고 있어 산불이 발생하면 불이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발생한 강릉 산불에 대해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 모두 소나무숲이 많아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9년 강원 동해안 산불백서’에도 “(소나무 등) 침엽수 단순림은 산림연료의 수분함량이 낮고 송진과 같은 정유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산불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언급됐습니다.

산림과학원 또한 소나무가 대형산불에 취약한 점을 인정하며 “민가, 발전 시설, 문화재 등 주요 시설 주변의 소나무림을 불에 잘 견디는 활엽수림으로 전환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강원도 고성의 장기연구지에 조성된 자연복원지(왼) 조림복원지(우)의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발표에 따르면 산불 피해 지역 조림복원이 자원복원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블로그

산불 발생 20년 후, 숲·토양·산림 회복력은? ❤️‍🩹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 20년 후 숲·토양·산림 내 생물다양성 회복력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숲 복원은 조림복원지가 효과적이란 사실이 나왔습니다. 조림복원이란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어 복구, 즉 인공조림을 뜻합니다.

고성 산불피해지의 인공조림 나무와 자연복원 나무를 비교한 결과, 조림복원지의 소나무는 강원 지방 소나무 평균 키의 85~130%로 적절한 밀도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자원복원지 신갈나무는 신갈나무 평균 키 대비 23~90%에 그쳤습니다.

산림과학연구원은 숲 밀도에서도 조림복원지가 더 균일한 양상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 지난 4월 11일 강원 강릉 난곡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저동의 민가까지 번져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이 물을 뿌리며 제실을 방어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반대로, 토양 회복은 자연복원지가 더 효과적이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산불 발생 후 토양이 너무 척박해 나무가 자라지 못하거나, 피해 이전에도 나무가 많이 없던 지역에서는 자연복원이 이뤄집니다.

토양 내 유기물과 양분은 산불 발생 2~3년 후 서서히 증가했습니다. 토양 유기물과 양분은 자연복원지에서의 회복 속도가 조림복원지보다 각각 1.5배, 1.3배 빠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만, 산불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산불 피해 지역의 유기물은 미 피해 지역보다 32~47% 줄었고, 양분 역시 47~63%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한편, 산불 이전 상태로 산림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는 생물 분류군에 따라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산불 발생 후 어류는 3년, 곤충(개미류)은 14년 안에 회복됐지만, 포유류는 20년이 흐른 뒤에도 개체 수가 81~86%, 조류는 62~72%에 불과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피해지 복구 지침’ 개선 예정 📢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산불 피해 지역은 어떻게 복원될까요?

현재 대형산불 피해 지역은 2010년 산림과학원이 마련한 ‘산불피해지 복구 지침’에 따라 복원됩니다. ▲피해지 상황조사 ▲응급복구 ▲항구복원 등 크게 3단계 순서로 운영됩니다.

먼저 피해지 상황조사는 말 그대로 해당 지역이 산불 등으로 인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정보를 모은단 것입니다.

응급복구는 산불 피해 지역에 산불 피해목이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벌채 등을 하는 것입니다. 산림과학원은 산사태, 토사 유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응급복구를 신속하게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산불 발생 후 산사태 위험이 큰 곳에 주변 민가를 보호하기 위해 옹벽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항구복원은 피해지역을 생태적·경관적·환경적 차원에서 살피고 식생 복원과 불에 잘 견디는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과정입니다.

‘항구(恒久)’란 단어 그대로 숲이 오래갈 수 있도록 조성한단 것입니다. 산림의 6대 기능 및 피해지의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 복원계획을 수립해 진행할 것이라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했습니다.

*내화수림대: 산불 발생 위험도 줄이거나 산불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주요시설물·도로·철도·집단마을·농경지 등 주변 숲이나 대형산불 피해 복구 대상지에 띠 모양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기존 숲을 산불에 강한 숲으로 개선하는 것.

 

▲ 강원도가 제시한 다목적(내화-소득) 복합형 내화수림대 조성 모식도. 능선에 조성된 내화수림대(띠)를 기준으로 산불의 남북방향으로의 확산방지를 위한 내화수림 또는 방화대를 조성한다. ©강원도청

산림과학원은 이날 발표에서 앞선 지침을 현재 상황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먼저 ‘산불피해지 복구 개정안’에 따르면, 내화수림대 조성에 관한 내용이 강화됐습니다.

▲소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 단순림 ▲주택 등 생활권 주변 산림 ▲산불 피해 지역 등에 불에 강한 활엽수를 심어 산불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내화수림을 적정하게 배치하고 조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취약지역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조림수종의 경우 산불 피해 정도와 해당 지역의 생태환경 그리고 묘목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하여 산주 및 지역주민과 협의 후 선정한다는 계획도 담겼습니다.

아울러 위성과 드론 기술을 활용해 피해 지역에 대한 100년 장기 관찰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산림과학원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앞으로도 피해 지역을 관찰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경제, 사회, 환경 가치를 반영하는 과학적 산림 복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