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피아나, 밀라노 법원 사법관리 대상…이탈리아 명품 산업의 민낯 드러나

밀라노 법원이 LVMH 산하의 고급 캐시미어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piana)를 공급망 내 노동 착취 문제로 인해 1년간 사법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2023년 이후 발렌티노, 디올, 아르마니, 알비에로 마르티니에 이어 다섯 번째 사례입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로로피아나는 위장 회사를 통해 의류 생산을 하청했고, 이들 업체는 다시 중국인 소유의 작업장에 재하청을 맡겼습니다. 해당 작업장에서는 불법 체류자들이 시간당 약 4달러(약 5,500원)를 받고, 주당 최대 90시간까지 일하는 등 중대한 노동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럭셔리 패션 산업의 고질적인 그림자…이탈리아 패션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

법원은 로로피아나가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급업체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로로피아나 SpA 자체는 형사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번 사법관리 조치는 처벌보다는 외부 관리자를 임명해 공급망 감시 체계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예방적 조치입니다. 기업의 공급망 책임을 강화하려는 사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번 조사는 지 5월, 한 중국인 노동자가 약 11,700달러(약 1,620만 원)의 체불 임금을 요구했다가 고용주에게 폭행을 당해 45일 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은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카라비니에리 경찰은 밀라노 북서부 교외에 위치한 해당 공장을 급습해 소유주를 체포하고 공장을 폐쇄했습니다. 이 작업장은 로로피아나 브랜드의 캐시미어 재킷을 생산하던 곳이었습니다.

경찰은 밀라노 인근의 여러 공장을 수색한 결과, 총 21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발견했으며 이 중 10명은 불법 고용 상태였고, 7명은 이탈리아 내 불법 체류자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작업장들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위반, 작업장 안전기준 미준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반 사례는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산업 전반의 문제로 해석됩니다.

로로피아나는 지난 5월 20일, 해당 공급업체의 무단 재하청 사실을 인지한 즉시 24시간 이내에 모든 거래를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로로피아나는 모든 불법 관행을 단호히 규탄하며, 전체 공급망에서 인권 보호와 모든 관련 규정 준수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하려는 의지와 함께, 공급망 내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밀라노 법원은 로로피아나가 공급망 관리 체계를 법적 기준에 맞춰 개선할 경우, 사법관리 기간을 조기 종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디올, 아르마니, 알비에로 마르티니 등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해 동일한 법원이 조기 종료를 허용했던 전례와 유사합니다. 즉, 개선의지가 명확하고 실질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기업은 빠르게 정상 운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LVMH는 2013년 7월, 로로피아나의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나머지 20%는 여전히 창립자인 이탈리아 가문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전 세계 럭셔리 제품 생산의 약 50~55%를 담당하며, 수천 개의 소규모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는 중심지입니다. 이탈리아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위법 행위가 아닌,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일반화된 제조 방식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관련 하청 및 재하청 업체들의 노동법 위반과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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