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향후 5년간 그린수소 생산 전망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IEA는 ‘재생에너지 2023’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수전해하여 만드는 수소입니다. 청정수소 또는 재생수소로도 불립니다.
기관은 재생에너지 연례 보고서에서 세계 그린수소·수소화합물* 전용 재생에너지 용량을 추적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관은 올해 보고서에서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2028년까지 45GW(기가와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이 수치가 각국에서 발표한 실제 계획의 단 7%에 불과하단 것.
연이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수요 부족 등으로 유럽과 비(非)중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린수소화합물: 그린암모니아 등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합성되는 수소 기반 연료.
IEA 총장,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상당한 격차’ 지적 📢
보고서 출시 당시 기자회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그린수소의 실패가 재생에너지의 ‘와우 효과(Wow effect)’를 망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각국이 발표한 그린수소 프로젝트와 실제 이행 단계에 상당한 격차가 있단 것이 비롤 총장의 지적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은 재생에너지가 지난 2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해였습니다. 전년 대비 무려 50%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향후에도 태양광·풍력·바이오연료 등 재생에너지 대다수가 순탄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전망치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하향 조정됐습니다. 2022년 전망치와 비교하면 35% 하향 조정됐습니다.
북미,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하향치는 매우 큽니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 거의 0에 수렴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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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그린수소 전망, 지역·국가별 살펴보면? 🤔
이들 지역에서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전망치가 하향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2030년 이전 가동 예정인 전해조 프로젝트는 360GW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중 단 3%(12GW)만이 재원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같은 재정 문제로 인해 현재 나온 전해조 프로젝트의 단 7%만이 2028년까지 가동할 것으로 IEA는 분석했습니다.
각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그린수소 초기 성장 주도
중국은 유일하게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지 않은 국가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10~2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국영기업 중심으로 수소 생산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초기 그린수소 생산은 중국이 거의 독주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3~2024년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증가분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IEA는 내다봤습니다.
그 결과, 2028년까지 중국의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4GW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IEA는 “(각국이) 발표한 그린수소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습니다.
2️⃣ 북미·MENA|강력한 수소 정책에 약진 기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함께 2028년경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청정수소 세액공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IEA는 해당 정책으로 대체재 대비 경제성이 좋아질 경우 더 빠른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MENA 지역에서는 사우디의 ‘네옴(NEOM)’ 프로젝트가 2026년 완공될 예정입니다. 총 84억 달러(약 11조원) 규모로, 일일 그린수소 600톤을 생산한단 계획입니다.
오만 정부 또한 연간 120만 톤 규모의 그린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3️⃣ 유럽연합|재원 마련 지연·수요 촉진 정책은 기대
반면, 유럽의 경우 정부의 느린 지원이 전망치 하향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IEA는 스웨덴·네덜란드·스페인·독일 등 유럽 4개국에서의 전해조 프로젝트 재원 조달 마감이 예상보다 느린 점을 지적했습니다. 프로젝트 이행 지연이 계속되면서 주문 적체, 전해조 배송 지연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 2028년 유럽연합(EU)의 그린수소 전용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5GW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 연례 보고서 전망치보다 51% 감소한 수치입니다. 2030년까지 그린수소 1,000만 톤 생산이란 EU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IEA는 일부 국가에서는 그린수소 수요 촉진 정책이 수립됐다는 진전도 있었다고 짚었습니다. 독일의 생산차액계약(CfD)과 유럽수소은행(EHB)의 경매 도입 등이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4️⃣ 아태 지역|관건은 호주 “한국은?”
아태 지역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IEA는 호주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의 불확실성 문제를 짚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환경 허가가 만료되거나 보류된 상황이란 것.
다만, IEA의 보고서 발표 직후 이후 새로운 소식이 나왔습니다. 개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던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벨베이 허브’ 개발이 올해 재개됩니다. 지난 18일 호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3억 호주달러(약 2,600억원) 자금 지원을 약속한 덕분입니다.
IEA는 한국에 대해서는 청정수소에 대한 전력 경매를 시행함에 따라 추가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에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CHPS)’을 세계 최초로 개설합니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제도는 청정 수소·암모니아 등을 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제도입니다.
2027년 신규 입찰이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방안도 심의·의결했습니다.
IEA “정부 지원, 공급→수요 촉진 전환 필요” 💰
현재 그린수소 수요 부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가 그린수소 프로젝트의 진전을 막고 있단 것이 IEA의 결론입니다.
그린수소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의 그레이수소 대비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IEA는 밝혔습니다. 또 현재 각국의 대책이 공급자 및 프로젝트 개발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그린수소 공급과 함께 수요도 촉진해야 한단 것이 IEA의 제언입니다.
긍정적 신호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독일의 CfD 정책과 미국의 IRA 청정수소 인센티브가 대표적입니다.
작년 6월 EU에서 통과된 ‘재생에너지 지침(RED)’도 주목할 만합니다.
해당 개정안에 따라 EU는 재생에너지 목표 중 일정 부분을 재생수소로 충당해야 합니다. 해당 법안은 그린수소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