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각국 상황에 맞춰 설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기한 내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같은 전망이 담긴 ‘주요 탄소배출국 2030 NDC 목표 달성 전망’ 보고서를 지난 24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탄소배출량 상위 13개국 모두 2030 NDC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中·美·日·露 4개국, 전 세계 배출량 53.6% 차지…韓 11위 차지 🌐
먼저 한경협은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와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 기후행동추적(CAT) 등이 공개한 각국의 배출량 자료를 수집해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 기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대치인 48.6기가톤(Gt)*으로 1990년부터 연평균 1.39%씩 증가했습니다.
이중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상위 13개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1위는 중국(14.3기가톤)이었습니다. 이어 미국(6.28기가톤), 인도(3.36기가톤), 러시아(2.16기가톤) 등으로 상위 4개국의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경협은 “배출량 상위 4개국의 2030 NDC 목표 달성 여부가 세계 기후대응 성패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0.69기가톤으로 온실가스 배출 상위 11위였습니다.
문제는 각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와 각국이 설정한 2030 NDC 목표치 간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단 점입니다.
*CO2-eq(이산화탄소환산톤)
🇨🇳 중국|2030년 배출량 정점 도달·2060년 탄소중립…석탄발전소 건설 ↑
2021년 배출량 14.3기가톤 → 2030 NDC 목표 14기가톤
먼저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까지 감축량을 선언하는 대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에 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0(제로)으로 줄이는 탄소중립(넷제로) 달성 시점도 국제사회 목표보다 10년 늦은 2060년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것도 문제입니다.
싱크탱크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37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개시했습니다. 같은기간 건설계획을 허가받은 석탄발전소도 52GW에 달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을 고려하면, 2030년 이전에 중국 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기란 어렵단 것이 한경협의 분석입니다.
🇺🇸 미국|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2050 탄소중립
2021년 배출량 6.28기가톤 → 2030 NDC 목표 3.90~4.18기가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수준으로 배출량을 감축하겠단 2030 NDC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허나, 미 의회조사국(CRS)에 의하면 IRA의 정책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량은 2005년 대비 30~43% 수준일 것으로 분석됩니다.
세계 1·2위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무역갈등 등을 계기로 기후협력이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입니다.
다만, 오는 11월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계기로 양국간 기후협력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 인도|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5% ↓·2070 탄소중립…실상은?
2021년 배출량 3.36기가톤 → 2030 NDC 목표 4.60기가톤
인도는 2030 NDC 목표를 2005년 대비 45% 줄인 4.6기가톤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2021년 배출량인 3.4기가톤를 상회합니다. 더욱이 탄소중립 시점도 중국보다 늦은 2070년으로 설정했습니다.
무엇보다 탄소중립을 위해 경제성장을 희생할 수 없단 것이 인도 정부의 입장입니다.
여기에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용량을 현재보다 25% 높이겠단 계획을 추진 중인 것도 기후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다만, 인도 정부는 지난해 NDC 업데이트 당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등 비화석연료 기반 전력이 국가 전력 수요의 50%를 충족할 것을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 러시아|2030년까지 1990년 대비 70%↓·2060 탄소중립
2021년 배출량 2.16기가톤 → 2030 NDC 목표 2.41기가톤
러시아 또한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의 7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2030 NDC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는 2021년 배출량(2.16기가톤)을 상회하는 것입니다. 탄소중립 시점도 중국과 동일한 2060년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기후대응을 큰 의제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러시아 또한 화석연료 산업이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현지 영자매체 모스크바타임스(Moscow Times)는 기후과학자와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정부는 기후위기를 부정한다”는 내용을 지난 20일(현지시각) 전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주요 매체들이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머물러 있을 뿐더러, 기후보도나 교육 모두 제한적인 것도 문제라고 매체는 지적했습니다.
🇬🇧·🇩🇪 영국·독일|에너지위기·기후대응 정책 후퇴 속 2030 NDC 달성 난항
영국: 2021년 배출량 0.42기가톤 → 2030 NDC 목표 0.25기가톤
독일: 2021년 배출량 0.76기가톤 → 2030 NDC 목표 0.44기가톤
기후대응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과 독일도 2030 NDC 목표 달성에서 난항이 예상된단 것이 한경협의 진단입니다.
영국과 독일 모두 일찍이 1979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배출량이 감소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배출량을 68%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독일 또한 같은기간 배출량을 65% 감축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단 과감한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허나,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안보 문제로 인해 탄소중립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입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영국 정부는 신규 원유·가스 등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리시 수낵 총리 집권 후 영국 기후대응 정책이 후퇴하는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앞서 수낵 총리는 지난 7월 에너지안보 향상을 위해 북해 원유 및 가스전 100곳 개발을 허가한 바 있습니다.
같은달 아마존(Amazon) 등 영국 내 유력기업 100여곳은 수낵 총리에게 기후환경 정책 후퇴를 경고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기후대응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스스로 설정한 2030 NDC 목표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란 진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독일 또한 2030년 탈석탄 계획을 어기며 석탄발전소 개발을 승인했습니다.
G20 평균 감축격차율 25.0%…韓 34.2% 상회, 이유는? 🤔
한편, 2030 NDC 목표와 전망치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감축격차율’을 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계산한 결과 이탈리아가 3.0%로 가장 낮았고, 캐나다가 37.3%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은 25.0%였습니다.
감축격차율은 2030 NDC 목표 달성을 위해 전망치 대비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비율입니다. 격차율이 클수록 목표치가 달성에 어려움이 많단 뜻입니다.
한경협은 “격차율이 클수록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현실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에 비해 2030 NDC 목표치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탓”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의 수치는 34.2%로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그 이유로 “경제성장률·산업구조·감축요건 등 다양한 대내외 변수들을 고려한 현실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에 비해서 2030 NDC 목표치를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당초 낙관적인 기대와 선언과는 달리 많은 국가들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계획대로 이행될지 여부가 매우 불확실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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