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감시기구 IAEA, 기후저항성 작물 연구 위해 우주로 ‘종자’ 쏘아올려…“방사선 육종 기술 활용”

지난 3일(현지시각) 브라질 정부는 연이은 가뭄에 가뭄 내성을 갖춘 유전자변형(GM) 밀 품종인 ‘HB4’의 판매 및 재배를 허용했습니다. 인접국인 아르헨티나에 이은 세계 2번째 사례입니다. 아르헨티나는 62년 만의 최악의 폭염이 닥쳐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HB4 품종을 개발한 아르헨티나 기업 바이오세레스(Bioceres)는 “기존 품종보다 40% 이상 높은 수확량을 보였다”며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한 농부들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빈번해지자 유전자변형 작물(GMO)·유전자가위 등의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동아프리카 국가 케냐도 지난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GMO 작물 재배 및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기후대응을 위해 식량 종자 개발에 나섰단 소식입니다. 원자력 기술이 식량안보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단 것일까요? 그리니엄이 알아봤습니다.

 

‘핵감시기구’ IAEA, 종자 개량 위해 우주선 띄웠다! 🚀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군사적 전용 방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IAEA. 대개 핵무장국이 비핵무장국에게 핵물질을 이양히지 못하도록 제한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불법 원자력 사용을 감시하는 기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IAEA가 돌연 작물 종자를 우주로 띄워 보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합동 연구의 일환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수수·애기장대 등의 종자를 쏘아올린 것.

 

▲ 지난해 11월 IAEA와 FAO가 설립한 공동으로 설립한 ‘FAO-IAEA 합동식품·원자력기술센터(NAFA)’가 수수, 애기장대 등 종자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쏘아올렸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작물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 실험의 주 목표다. ©NASA, Nanoracks, IAEA

IAEA가 우주로 종자를 쏘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에 대해 IAEA의 유전학·식물육종 책임자인 쇼바 시바산카르 박사는 이번 실험이 기후적응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우주 방사선과 극한 온도 그리고 미세중력 등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 종자를 노출시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종자의 돌연변이를 촉진한단 것입니다.

이른바 ‘우주 돌연변이 유발(Space mutagenesis)’로 알려진 우주 육종 기술이 사용되는 것인데요.

IAEA는 돌연변이 실험을 통해 ▲재배 기간 단축 ▲질병 및 해충 저항성 향상 ▲극한기후 내성 향상 ▲작물 수확량 증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실험이 (기후변화에) 돌파구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며 핵과학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 종자는 오는 4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종자를 가지고 DNA 구조 및 생물학적 변화 등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 우주방사선이 종자 개량에 도움이 될까? 🤔
우주 육종 기술 분야 선구자인 중국의 사례를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1987년부터 관련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2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밀 종자인 ‘루유안502(Luyuan 502)’ 품종이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이 품종은 고도 340㎞의 저궤도에서의 돌연변이 실험으로 탄생했습니다. IAEA는 해당 품종이 기존 밀 품종보다 수확량이 11% 높고, 가뭄 내성이 높으며 해충에 대한 회복력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 쿠웨이트 과학연구소(KISR)에서 돌연변이 육종 기술을 사용해 개발한 가뭄 및 염분에 강한 보리 종자. ©KISR, Flickr

원자력 기술이 ‘식량안보’ 증진을 돕는다고? ☢️

일찍이 IAEA는 방사선을 사용해 돌연변이 종자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실험을 주도한 ‘FAO-IAEA 합동식품·원자력기술센터(NAFA)’가 좋은 예입니다.

IAEA와 FAO가 1964년에 설립한 NAFA는 60여년 동안 세계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왔습니다. 오스트리아 자이버스도르프에 연구소를 설치해 방사선 육종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R&D) 해왔는데요. 이를 IAEA 회원국들에게 육종기술을 전수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NAFA 과학자들은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사용해 식물의 돌연변이 발생률을 높였습니다. 이 기술을 방사선 육종(Radiation breeding) 또는 돌연변이 육종(Mutation breeding)이라 부릅니다.

돌연변이 종자를 선택해 더 나은 품종을 선택하는 것은 전통적인 육종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야생 밀의 높이는 1m가 넘었으나, 오늘날의 밀은 50cm에 불과합니다. 이는 우연히 키가 작은 돌연변이 밀을 발견한 후 이 유전자를 이용해 재배한 밀을 품종으로 정착시켰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연 상태에서 돌연변이 발생률은 낮습니다. 또 여러 세대에 걸쳐 돌연변이가 알맞게 적용돼야 해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듭니다.

반면, 돌연변이 육종 기술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품종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NAFA는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후저항성* 작물 품종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2023년 3월 14일 기준, FAO·IAEA 돌연변이 품종 데이터베이스(MVD)에 등록된 돌연변이 품종의 수는 약 3,400개에 달합니다.

방사선을 통한 돌연변이 육종 종자는 유전자가위(CRISPR)나 유전자총(Gene gun) 같은 유전자변형과 달리 시장 규제가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돌연변이 육종은 안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자발적 돌연변이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새로운 유전물질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기존 DNA만 변경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저항성: 고온·고습·가뭄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성질.

 

▲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쿠바 국립농업과학원(INCA)이 개발한 가뭄 내성 토마토, 질병 저항성을 키운 바나나 모종, 고온 내성과 생산성을 모두 높인 쌀의 모습. ©greenium 편집

토마토·바나나·쌀…원자력 기술로 생산량↑ 질병↓ 가뭄에도 👌

NAFA는 지금까지 100여개국에서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을 통해 식량안보를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2021년 한해에만 36개의 새로운 식물 품종이 개발·출시됐습니다.

가뭄, 기온상승, 염수 침입, 질병 등 국가별 상황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작물의 종류도 달랐는데요. 기후저항성을 높인 대표적인 작물 사례들을 알아본다면.

 

1️⃣ 기온 상승·장기 가뭄에도 거뜬한 쿠바 토마토 🍅

쿠바에서 토마토는 매우 중요한 작물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토마토 생산량이 감소했는데요. 이에 IAEA는 쿠바 국립농업과학원(INCA)와 협업해 기후저항성이 높은 토마토 품종을 얻기 위해 돌연변이 육종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방사성 물질인 코발트-60을 이용해 토마토 품종에 감마선을 조사(照射)했는데요. 그 결과로 탄생한 품종이 고온·가뭄 내성을 높인 지론 ‘50(Girón 50)’입니다. 이 품종은 현재 평가를 마치고 정식 유통 등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2️⃣ 안데스 국가 SOS에 탄생한 질병 저항 바나나 🍌

FAO에 따르면, 바나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거래되는 과일입니다. 동시에 단일재배 방식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질병에 취약하단 특징이 있습니다. 2019년에는 바나나에 피해를 주는 변종 파나마병(TR4)가 확산해 일명 ‘바나나 팬데믹’ 공포가 퍼졌습니다.

이 병은 2021년 남미 전역으로 번져 바나나 농장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에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안데스 국가들이 IAEA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NAFA는 즉각 질병 저항 바나나 종자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는데요. 돌연변이 육종을 통해 TR4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3️⃣ 방사선 기술 활용해 쌀 생산성 75%↑ 🌾

2021년 세계기후위험지수(GCRI)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지난 20년간 이상기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국가 10개국 중 7번째 국가입니다.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 2가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합니다. 아는 곧 식량 생산량 감소와도 직결됩니다. 문제는 방글라데시가 세계 3위의 쌀 생산국이란 점에서 세계 식량안보와도 연결된단 것.

이에 방글라데시 원자력농업연구소(BINA)는 돌연변이 육종 기술로 염분과 고온, 해충에 더 강한 쌀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X선이나 감마선이 아닌 ‘이온빔’을 사용했단 점이 특징입니다. 그 결과, 탄생한 쌀 품종은 수확 기간이 단축됐고 38℃의 고온도 견딜 수 있게 됐습니다. 수확량도 헥타르(ha)당 약 7톤에 달하는데요. 연구소는 세계 평균 수확량보다 75% 높은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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