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 공급된 농식품 가운데 소비되 못하고 버려진 식품의 가치는 무려 20조 원에 달합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에서 식품으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 전체의 8~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최근 영국에서는 식품폐기물을 구할 방법을 알리기 위한 이색적인 팝업스토어가 열렸습니다. 영국 대형 유통업체인 세인즈버리(Sainsbury’s)가 준비한 ‘세인즈프리즈(Sainsfreeze)’의 이야기입니다. 이 팝업스토어는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영국 수도 런던에 문을 열었는데요.
이 팝업스토어는 겉보기엔 평범한 식료품점으로 보이나, 꼭 두툼한 패딩을 입고 들어가야 합니다.
세인즈버리가 소비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얼리는 방법을 보여주고, 또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시든 허브도 꽁! 계란도 꽁꽁! 냉동 식재료로 가득 채운 식료품점이 있다? 🛒
세인즈프리즈는 사실 대형 냉동고입니다. 허나, 팝업스토어 내부는 마치 신선식품 코너를 그대로 옮긴 것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진열대에는 일반적인 마트 냉동 코너와 달리 과일·채소·유제품·육류·생선·빵 등 신석식품을 ‘냉동한 식품’들로만 채워져 있는데요. 이 식품들은 개별 통이나 비닐팩에 포장돼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진열한 식품을 둘러보면서 먹고 싶은 것들을 ‘무료’로 가져갔습니다. 냉동된 식품이 녹지 않고 안전하게 집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보냉백도 제공됐는데요.
방문객들은 냉동 식품을 고르며 세인즈프리즈의 또다른 특징을 눈치채게 됩니다. 바로 각 식재료가 요리 및 보관에 적절한 방식과 분량으로 진열돼 있단 것. 딸기나 파인애플, 콩처럼 냉동 보관이 익숙한 식품뿐만 아니라, 요거트나 허브 혹은 달걀 등 일반적으로 냉동이 익숙지 않은 품목도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렇게 다양한 식품이 냉동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한 유튜버는 “(그동안) 내가 얼린 건 베이커리(빵류)뿐이었는데 이번 방문으로 냉동할 수 있는 음식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달걀을 얼려서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경험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한 틱토커(TikToker·틱톡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가져온 식품을 소개하던 중 ‘이상하게 들리지만’이라 말하며 용기에 담긴 ‘얼린 달걀(Frozen Egg)’을 꺼내들었는데요.
그는 미심쩍어하는 목소리로 오믈렛이나 베이킹에 쓸 수 있지 않겠냐고 추측하면서도 “이전까지 한번도 달걀을 얼려본 적이 없다”며 신기해 했습니다.
한편, 세인즈버리는 식재료의 독특한 보관 방법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식재료를 개별 보관하는 대신 요리에 함께 쓰는 식재료와 함게 같이 얼려 편리함과 공간 절약을 모두 잡은 것인데요.
예를 들어 시들어가는 허브는 수프나 스튜에 바로 넣기에 좋도록 얼음틀에 식용유와 함께 얼렸습니다. 요거트는 바로 꺼내 먹기 간편하도록 과일과 함께 열러 봉투에 담겼는데요. 라임의 경우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웨지 모양으로 잘라 보우에 담겼습니다. 다진 고기는 냉동고 속 공간을 덜 차지하도록 쌓기 좋게 평평하게 얼려 진열됐는데요.
세인즈버리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식품을 더 오래 보관해 버려지는 식품을 줄이면서도 냉동실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인즈버리, 팝업스토어 통해 식품폐기물 방지하는 ‘냉동’의 힘 알려! 🧊
이번 팝업스토어는 영국 수도 런던의 쇼디치(Shoreditch) 내 팝업 쇼핑몰 ‘박스파크’에서 이틀간 열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방문객들은 모두 ‘무료’로 식품을 가져갈 수 있었는데요. 대체 세인즈버리가 런던 한복판에서 무료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세인즈버리의 지속가능성 이사인 루스 크랜스톤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할 때 음식물쓰레기는 종종 간과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품 중 약 3분의 1이 버려지며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세인즈버리는 냉동이 식품 폐기를 막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임에도 많은 이가 인식하지 못한 점을 지적합니다.
세인즈버리가 영국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계란·허브·요거트를 얼려도 보관과 맛에 문제가 없단 것을 인식한 사람은 각각 11%·24%·18%에 불과했는데요. 이밖에도 우유, 빵, 양파, 바나나 등 다양한 식품이 냉동 보관할 수 있음에도 ‘인식 부족’으로 인해 버려진단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집에서도 식품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즉 냉동 팁을 알리는 세인즈프리즈 팝업스토어 기획으로 이어졌는데요. 실제로 팝업스토어에 진열된 식품들은 냉동할 수 있음에도 대부분 알지 못해 버려지는 식품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식품 물가 급등하는 요즘. 냉동보관으로 생활비도 절약가능해?! 💸
세인즈버리는 식품 냉동 보관의 또다른 장점으로 ‘절약’을 강조했습니다. 냉동보관으로 식품 소비 가능 기간을 늘려 유통기한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인데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할인된 식품을 구매하기 쉬운 것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제대로 된 식품 냉동·보관법, QR코드에서 확인 가능해! 📱
세인즈버리는 팝업스토어에서 냉동 보관 가능한 식품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팁도 제공했습니다.
방문객들은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전, QR코드를 받았는데요. 방문객들은 QR코드를 통해 식재료 냉동법과 낭비를 방지하는 팁이 적힌 홈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는 팝업스토어는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돼 있는데요.
이 팁은 영국 비영리단체 ‘폐기물및자원액션프로그램(WRAP)’과 협력해 작성됐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식재료별 냉동 방법과 함께 구매 전 확인사항, 용기 선정 등 10가지 맞춤형 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공룡 그림이 나온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홈페이지로 연결되는데요. 아래 표에서 간략하게 정리된 10가지 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팝업스토어를 살펴보며 되려 식품 냉동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늘진 않을까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냉동이 증가하면서 늘어날 전기사용량도 걱정인데요. 세인즈버리의 10가지 팁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10가지 팁 중에서 세인즈버리가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첫번째 팁입니다. 바로 요리를 하기 전 냉동실에 있는 식품들을 먼저 확인하고 사용하잔 것인데요.
사실 이보다 더욱 좋은 것은 식재료 구매 전 미리 냉장고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기존 식재료를 마지못해 냉동실에 넣기 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먹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능하면 재사용 용기와 봉투를 깨끗이 씻어 사용할 것을 세인즈버리는 권고했습니다.
+ 지속가능한 식품 소비 위한 세인즈버리의 노력, ‘갑툭튀’는 아니었다고! 🤔
한편, 세인즈버리는 팝업스토어에서 남은 식품을 폐기하는 대신 협력단체인 페어쉐어(Fairshare)에 기부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세인즈버리는 지난해 9월부터 핀테크 기업 네이버리(Neighbourly)와 협력해 매장 내 남은 식품 500만 개 이상을 폐기 대신 지역사회에 기부해 왔는데요. 이번 팝업스토어는 2030년까지 음식물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목표의 일환이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