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물 목록에는 언제나 커피가 들어갑니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대표적 커피 품종 아라비카가 기온 상승에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아라비카의 적정 재배 온도 범위는 18~21°C. 여기서 1°C만 올라도 커피 생산량이 줄어듭니다.
올해 초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아라비카 재배지의 경작 여건이 오는 2050년까지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으로 삼은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 세계 주요 커피 생산국의 커피 경작 가능 면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는데요.
연구팀은 최악의 경우 농민들이 커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연구팀은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커피 품종을 개발하거나, 품질이 아라비카보다 떨어지나 기온상승에 버틸 수 있는 로부스타로 재배 품종을 바꾸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산업에 위험 경고등이 켜진 상황.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책으로 일명 ‘대체 커피’가 등장한 상황입니다.
커피콩 없는 커피 만든 아토모커피, 주재료는 수박씨? 🍉
대체 커피 개발 선두주자로는 단연 아토모커피(Atomo Coffee)가 꼽힙니다. 이곳은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소재한 대체 커피 개발 스타트업입니다.
아토모커피의 공동창업자인 앤디 클라이치와 재럿 스톱포스, 2018년 두 사람은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맛보고 싶단 생각에 만났는데요. 두 사람은 아예 새로운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보잔 생각에 집 한쪽 차고에 실험실을 차리고 커피 화합물 연구를 시작합니다.
미생물 학자이자 식품과학자인 스톱포스 박사는 먼저 분자요리(Molecular cuisine)와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에 주목했습니다.
분자요리는 말 그대로 음식의 질감 및 요리 과정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창조하는 것인데요. 리버스엔지니어링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역으로 추적해 처음 만들어졌던 원료나 소재의 정체를 규명하는 기법을 뜻합니다.
스톱포스 박사는 연구진과 함께 커피 안에 들어간 1,000여가지의 화합물을 분석했는데요. 이를 다시 역으로 조합해 나가며 커피 풍미와 맛 그리고 색감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화합물 40여가지를 찾아냅니다.
연구진은 이후 커피의 핵심 화합물 분자구조와 유사한 식물들에서 화합물을 추출했습니다. 이렇게 찾은 식물에는 수박씨, 대추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해바라기씨 껍데기 등이 포함돼 있는데요. 카페인 성분의 경우 치커리 뿌리와 찻잎에서 추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톱포스 박사는 “이들 씨앗에서 추출한 성분을 수백번 조합해보면서 원두커피와 가장 유사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재료 상당 부분은 기밀사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농업폐기물+ 화합식=아토모커피, 쓴맛↓ 부드러운 맛↑ ☕
아토모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화합물 조합 시 쓴맛을 내는 성분을 없앴단 것입니다. 아토모커피는 기존 커피보다 부드럽고 풍미가 가득한 커피맛을 내기 위해 부드러운 맛을 내는 물질은 더 많이 넣고, 쓴맛과 신맛 등에 관여하는 물질은 대폭 줄였는데요.
앤디 클레이치 아토모커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인의 68%가 커피에 크림이나 설탕을 가미하여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토모커피가 기존 커피의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커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토모커피의 맛은 어떨까요? 회사 측은 2019년 미국 워싱턴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비교 대상은 스타벅스 커피였습니다.
테스트 결과, 70% 이상의 학생들이 아토모커피를 선택했는데요.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생 대다수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부드럽고 커피 특유의 쓴맛이 덜하단 점을 꼽았습니다.
같은해 아토모커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투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만 5,000달러(당시 한화 2,910만원)와 1,150만 달러(당시 한화 약 135억원)를 모금했는데요. 아토모커피는 이듬해인 2020년부터 콜드브루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토모커피는 자사 콜드브루 커피를 생산하는데 사용된 물은 다른 콜드브루보다 94% 적을뿐더러, 탄소배출량 또한 93% 감소된다고 주장합니다. 회사 측은 또 대추씨나 수박씨 등 아토모커피의 주재료 상당수가 농업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단 사실을 강조하는데요.
클라이치 CEO는 아토모커피의 주재료 상당수가 “밭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이 농업폐기물에게 두 번째 삶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측은 “소비자가 위기에 처한 커피산업의 침체를 느끼지 않도록 그 격차를 메우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아토모커피는 최근 시리즈A투자를 통해 4,000만 달러(한화 약 520억원)를 조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이 만든 투자사 호라이즌벤처스(Horizons Ventures)를 포함해 주요투자 기관 3곳이 참여했는데요.
아토모커피는 지난 6월 29일(현지시각) 시리즈A투자 성공 소식 덕에 생산 공장 및 오프라인 소매점으로 확대가 가능해졌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이어 연구개발(R&D)을 통해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겠단 의사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