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해진 기후대응, ‘더 빨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가 있다면?

대기 중에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이산화탄소 제거(CDR)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무 심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 없고 공기 정화, 토양 침식 방지, 열섬현상 해소 등의 이점을 줘 각광받는데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학대학의 통합생물학연구소는 2019년 대기 중 탄소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나무 수가 약 1조 그루란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1조 그루를 심기 위해선 그만큼의 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과 산불이 빈번해지며 종자까지 부족한 상황.

그런데 여기, 1조 그루의 절반만으로도 그와 같은 탄소 격리 효과를 낼 방법을 찾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들은 탄소를 격리하고 저장하는 식물의 고유한 능력인 광합성에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결합했는데요. ‘슈퍼 나무’를 통해 지구의 탄소 균형을 재조정하겠다고 나선 기후테크 기업 리빙카본(Living Carbon)의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 같은 기간 동안 재배한 광합성 강화 형질을 가진 포플러 묘목과 대조 포플러 묘목. © Living Carbon

5000억 그루의 나무로 1조 그루의 탄소 격리 효과를 낼 수 있다면? 🌲

리빙카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입니다. 탄소 격리를 위해 나무 심기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나무 심기에 주목하는 타 기업들과 다른 점은 리빙카본은 더 많은 나무를 심는 대신, 나무 자체의 탄소 격리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단 점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우선, 나무의 탄소 격리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를 성장에 필수적인 포도당으로 전환합니다. 루비스코(RuBisCO)란 효소가 이 과정을 담당하는데요. 생물권의 거의 모든 유기탄소는 루비스코 효소가 대기에서 포착하는 이산화탄소에서 파생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효소가 이산화탄소 대신 산소를 사용해 독성 부산물을 만드는 경우가 잦단 것.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광호흡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낭비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 광합성은 루비스코 효소가 이산화탄소를 포착해 당과 산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광호흡은 루비스코 효소가 산소를 포착해 독성 부산물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Cleocharm, 그리니엄 편집

리빙카본은 이러한 광합성 과정의 비효율성에 주목했습니다.

회사 측은 유전자 총(Gene gun) 기술을 사용해 나무가 광호흡을 제어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변경했습니다. 즉, 나무가 광호흡에 에너지를 덜 사용하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것인데요.

덕분에 광합성 부산물은 광호흡 과정에서 처리되는 대신 나무의 성장에 전달됩니다. 이를 통해 나무는 에너지를 덜 잃고 탄소를 더 많이 보유(격리)하게 됩니다.

리빙카본은 유전자변형(GM) 포플러 나무의 지상 유기물질(나무, 잎파리 등)이 같은 기간 성장한 대조군에 비해 53% 더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광합성 효율성을 증가시키면 1.5배 이상 더 빨리 성장하며 그만큼 더 빠르게 탄소를 흡수, 격리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 미국 오리건주에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의 묘목을 심는 모습. ©Living Carbon

리빙카본이 나무 심기 ‘효율성’에 주목한 이유는? 🤔

리빙카본이 나무의 더 빠른 탄소 격리에 주목한 이유,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시급성 때문입니다.

리빙카본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매디 홀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생태계 균형을 재조정하고 지구환경을 안정시킬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섰다고 설명하는데요. 그는 “지금은 대규모 탄소 제거가 필요한 때”임을 강조합니다.

이에 리빙카본은 약 1,300만 에이커(5만 2,000㎢)의 토지에 GM 포플러나무를 심어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를 줄이는 것이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리빙카본의 유민 타오 생명공학 부사장은 기존 나무가 아닌 유전공학을 사용했냐는 언론 인터뷰에 전통적인 종자를 사용하기에는 나무의 수명이 길고, 개선 정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리빙카본은 광합성 효율성에 대한 모든 연구 보고서를 온라인 논문저장소 ‘온라인 논문저장소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이에 대해 매디 홀 리빙카본 CEO는 “(우리가) 기후변화와 탄소 제거를 연구하는 유일한 산림 생명공학 기업이 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리빙카본의 목표는 세상 모든 나무를 리빙카본의 탄소 강화 나무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며, 리빙카본의 작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무의 성장률과 탄소 포집을 개선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리빙카본은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GM 포플러나무를 포함해 6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는데요. 앞으로 약 4년간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리빙카본은 대규모 생명공학 재조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지아주 활영수림에 GM 포플러나무 등을 조림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지난 5월, 미국 LA강 주변의 오염된 기차 부지인 ‘테일러 야드(Taylor Yard)’를 복구하기 위해 심어진 리빙카본의 묘목들. ©Living Carbon

탄소 ‘포집’ 강화에 이어 탄소 ‘저장’ 강화까지 노린다! 🌲

리빙카본은 묘목의 탄소포집 강화를 넘어 포집된 탄소의 격리·저장을 강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사실 식물은 끊임없이 다량의 탄소를 흡수하지만, 흡수된 탄소는 수명이 다한 식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CH4)으로 대기 중에 다시 배출는데요.

리빙카본은 나무 등 식물이 흡수한 탄소를 대기에서 안정적으로 격리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합니다.

이와 관련해 리빙카본이 크게 2가지 프로젝트를 연구 중입니다. 첫째는 식물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것인데요. 아메리카 대륙 사막 지역에 서식하는 크레오소트 관목 등 일부 나무는 토양에서 소량의 니켈과 구리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러한 나무는 흡수한 금속을 목재 조직에 보존하는데요. 덕분에 나무가 죽어도 부패가 잘 되지 않는 내분해성을 지니게 됩니다.

이는 탄소 저장 능력을 강화할뿐더러, 토양에 축적된 금속을 정화하는 효과도 있는데요. 리빙카본은 캘리포니아주 일대의 버려진 농장과 광산과 협력해 해당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리빙카본의 연구소. 최근에는 스포로폴레닌 연구를 진행 중이다. ©Living Carbon

리빙카본은 최근 두 번째 프로젝트로 ‘식물계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자연이 만드는 가장 단단한 생체고분자인 스포로폴레닌(sporopollenin)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스포로폴레닌은 포자나 꽃가루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화합물인데요. 특별한 저장·처리 방식 없이도 썩지 않아 더 오랜 기간 탄소 격리가 가능한 물질로 주목받습니다.

이 연구는 올해 6월 ‘프론티어 이니셔티브Frontier initiative)’ 지원에 선정됐는데요. 프론티어 이니셔티브는 메타(구 페이스북), 맥킨지 등이 9억 2,500만 달러(한화 약 1조 2,131억 원)의 영구 탄소 제거를 구매하기로 한 사전 시장 약속(AMC)입니다. 이는 탄소 제거 기술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 간 이니셔티브에 해당하는데요.

리빙카본은 스포로폴레닌 연구 계획을 발표하며 “(유전자) 요인의 완벽한 조합을 기다릴 수 있는 수백만 년이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희망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긴급성이다”라며 대규모 탄소 제거 연구의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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