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변동성 해결할 V2G 기술이 온다 (feat. 전기차)

지난 4월, 현대자동차가 유럽에서 ‘세계 최초 양방향 도시’를 조성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사용해 도시의 남는 전력을 저장하고, 또 필요할 때는 꺼내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인 V2G(Vehicle to Grid) 상용화에 나선 것인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친환경 차량공유 업체 위드라이브솔라(We Drive Solar)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됩니다. 네덜란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해 V2G 실험에 적합한 환경으로 여겨지는데요.

오늘은 재생에너지 불안정성을 잡을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V2G를 소개합니다.

 

V2G는 무엇이고, 왜 주목해야 하는가?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깨끗한 에너지로 각광 받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기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있는데요. 이에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대표적인 에너지저장시스템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매우 비싸단 것. 더욱이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이기도 합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지난 5월에는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까지 올랐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에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유휴 시간대 재생에너지의 저장 장치로 사용하는 아이디어인 V2G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V2G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전력망 균형을 맞추는 솔루션으로 각광 받는다_NUVVE

 

V2GVehicle to Grid의 약자로, Car-to-Grid라고도 불리는데요.

일조량이 풍부하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등, 재생에너지의 전기 공급량이 많을 때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전기가 많이 필요한 피크 타임에는 저장했던 전기를 다시 전력망으로 공급하는 개념입니다.

오늘날 V2G는 전기차 증가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배터리 수요 및 가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 전기차를 활용함으로써 신규 ESS에 대한 막대한 투자 없이도 도시의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차장에 세워두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버 등 공유차량이 유휴 자동차를 사용해 교통 문제를 해소한다면, V2G는 유휴 자동차 배터리를 사용해 전력망 문제를 해소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를 어디에 사용하는지에 따라 V2H(Vehicle-to-Home), V2B(Vehicle-to-Building), V2L(Vehicle To Load)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V2G가 전기차의 에너지를 양방향 충전소를 이용해 전력망 안정에 활용하는 것이라면 V2H는 전기차의 에너지를 가정에 공급하는 것, V2B는 건물에 공급하는 것, B2L은 여행 또는 정전 시 휴대용 기기들에 임시 전원으로 공급하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전기차를 가정, 건물, 도시의 ‘보조배터리’처럼 사용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위트레흐트시의 V2G 프로젝트를 축하하는 네덜란드 국왕 윌리엄 알렉산더_We Drive Solar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는 세계 최초 양방향 도시 실험 중! 🇳🇱

네덜란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 위트레흐트는 V2G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도시입니다. 시 당국은 세계 최초의 양방향 도시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시범 프로젝트에서는 V2G 기술이 탑재된 전기차가 공유자동차로 사용됩니다. 여기에는 V2G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의 전기자동차인 ‘아이코닉5’ 25대가 포함됩니다.

방법도 간단합니다. 주민들이 위드라이브솔라의 공유 전기차를 사용한 뒤 양방향 충전소에 전기차를 반환하면 끝인데요. 사용되지 않는 시간 동안 공유 전기차는 주차장 옥상의 태양광 패널 등 지역 곳곳에서 발전된 재생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저장 장치로 사용됩니다.

예컨대 햇빛이 비칠 때는 태양광 패널에서 발전된 전기는 건물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은 전기는 자동차 배터리로 보내집니다. 해가 지고 나면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는 줄어들지만, 전기차에 저장된 에너지는 다시 건물로 전달돼 건물의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편, 반복되는 충전-방출에 빠른 배터리 수명 저하를 우려할 수 있습니다. 이에 위드라이브솔라의 로빈 베르 이사는 전체 배터리를 소모하는 대신 약간의 전력을 남겨두고 전력을 꺼내 사용한다고 설명하는데요. 덕분에 배터리 성능 저하를 지연할 수 있다고.

위트레흐트 시는 2018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는데요. 이미 해당 지역에 1,000개 이상의 양방향 충전소가 설치됐습니다. 위트레흐트대 연구에 따르면, V2G를 이용하면 전기차 1만대 가량으로 도시 전체의 전력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데요. 이는 현재 위트레흐트시 전체 자동차의 10%도 되지 않습니다.

 

© 제주도 V2G 기술 실증에 사용되고 있는 아이코닉 5_현대 그룹

V2G,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도울 수 있을까 🏝️

가까운 제주도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기아는 제주특별자치도와 V2G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밝혔는데요.

올해 5월에는 V2G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SK렌터카와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실증사업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주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도 16%로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다 보니 전기 소비량이 낮은 봄, 가을에는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발전으로 인한 강제 출력 제어 조치 또한 빈번하게 발생해왔는데요. 이에 과잉 발전된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V2G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SK렌터카는 V2G 충전기 10대와 전기차 10대를 사용하면 한 달간 최대 1만 6,800k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는 4인 기준 34가구가량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합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SK렌터카 관계자는 “다수의 전기차와 V2G 충전기를 운영하면 미니 발전소 역할을 수행해 제주도 내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관계자는 오는 2025년까지 제주지점의 차량 3,000여 대를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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