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이산화탄소가 문제야? 일론 머스크 왈, “1,000억 줄게, 없애”

기후변화를 막고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가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탄소가 너무 많아 향후 배출을 감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단 지적이 나오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탄소제거(CDR)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CDR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1억 달러, 한화 약 1,263억 원의 상금을 건 대회가 있습니다. 바로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XPRIZE Carbon Removal) 대회인데요.

최근 소셜미디어(SNS) 기업 트위터 인수 소식으로 화제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머스크 재단이 대회 상금을 지원했죠. 머스크 CEO와 재단은 무슨 이유로 막대한 상금을 후원하고 있는 걸까요?

 

“진정한 돌파구란, 일어나기 하루 전날까진 미친 생각입니다.”
The day before something is truly a breakthrough, It’s a crazy idea.

피터 디아만디스, X프라이즈 재단 회장 겸 CEO

 

사상 최대의 상금 1억 달러, X프라이즈는 무엇? 🏆

X프라이즈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대회를 여는 비영리 벤처 재단입니다. 동시에 대회와 상금의 이름이기도 하죠.

노벨상, 필즈상 등 유명한 상들이 성과의 우열을 따져 수여된다면, 특이하게도 X프라이즈는 목표를 먼저 달성한 이들에게 ‘선착순’으로 상이 수여됩니다. X프라이즈는 경쟁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세계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한 ‘X프라이즈 레인포레스트(XPRIZE Rainforest)’, 대체 단백질을 찾기 위한 ‘X프라이즈 피드 더 넥스트 빌리언(XPRIZE Feed the Next Billion)’ 등 경쟁을 기반으로 한 여러 대회가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 X프라이즈 카본리무버 대회는 1억 달러의 상금을 걸고 진행된다. ©XPRIZE Foundation

그중에서도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는 상금 규모나 대회 참여인원 수 등 여러 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재단은 이번 대회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연간 기가톤(Gt) 규모의 이산화탄소(CO2) 제거를 달성할 혁신가를 찾고 있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또는 2℃를 유지하기 위해선,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약 10기가톤(Gt)의 순 CO2 제거가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토양·해양·광물 속 CO2 제거 목표로 해! 🎯

X프라이즈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마일스톤상을 받을 상위 15개 팀을 발표했습니다. 70명의 전문가가 1,133개 참가팀 중 상위 15개 팀을 선정했고, 이들에게는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 규모의 상금이 수여됐는데요.

이들은 공기·토양·해양·바위에 CO2 또는 탄소를 포집해 격리 및 제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니엄은 X프라이즈로부터 일찍이 가능성을 인정받은 15곳의 수상자 중 흥미로운 기술을 가진 3곳을 꼽아봤는데요.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이 돋보였는지 한 곳씩 살펴보자면.

 

▲ 카브픽스는 클라임웍스와 함께 아이슬란드에서 직접공기포집 플랜트 ’오르카’를 운영 중이다. ©Carbfix

1️⃣ 상을 두 개나 받은 카브픽스의 비결은 탄산수? 💨

아이슬란드 에너지 기업인 카브픽스(Carbfix). 대기 중 CO2를 포집해 지하 암반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요. 우선 대기 중 포집한 CO2를 물에 용해해 탄산수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 탄산수를 지하 현무암 지대에 주입하면 끝.

약 2년에 걸쳐 CO2가 포함된 탄산염 광물이 형성되는데요. 다른 암석 지대에서는 CO2가 광물로 변하기까지 최소 수백 년이 소요된 것과 대조적이었던 것! 카브픽스가 광대한 현무암 지대가 있는 아이슬란드에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인데요.

이번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마일스톤 라운드에 카브픽스는 다른 기업 두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 참가했는데요.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석회석을 사용해 CO2를 포집하는 에어룸테크놀로지스(Heirloom Carbon Technology)와 전기화학셀(Electrochemical cell)을 사용해 CO2를 포집하는 버독스(Verdox)와 협력을 맺었죠. 두 곳 모두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을 보유한 기후테크 기업으로 유명하단 사실!

 

▲ AI 비서 ‘누루’와 QR코드를 이용해 탄소포집 농장을 운영 중인 플랜트빌리지. ©PlantVillage 제공

2️⃣ 인공지능(AI) 비서와 QR코드로 만드는 아프리카 탄소 포집 농장 🌲

나무는 대기 중 CO2를 포집해 탄소를 제거하는데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가 협력한 비영리 프로젝트 플랜트빌리지(PlantVillage)는 아프리카의 저소득 농장과 나무 심기에 주목했습니다.

플랜트빌리지는 아프리카 저소득층 농부를 지원할뿐더러, 나무에 QR코드를 부착해 태그를 지정하고 추후 위성을 통해 농경지를 지도로 구성하죠. 또한, 각각의 나무는 인공지능(AI) 비서인 누루(Nuru, 스와힐리어로 빛이란 뜻)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는데요.

나무의 탄소 격리로 지구를 돕고, 탄소배출권 구매자는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출처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죠. 아울러 저소득층 농부는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어, 나무 하나로 1석 3조를 추구한단 사실!

현재까지 플랜트빌리지가 케냐에 심은 나무만 77만 그루인데요. 프로젝트 담당자는 다 자란 나무를 탄화물인 바이오차(Biochar)로 만들 계획입니다. 바이오차는 일종의 ‘숯’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거의 영구적으로 탄소를 격리할 수 있죠. 플랜트빌리지는 앞으로 톤당 25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의 탄소제거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 원래 플랜트빌리지는 말이죠 🤔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 식물에 해를 입히는 병충해를 진단했는데요. AI 비서인 누루도 원래 농부들에게 해충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려줬다고. 플랜트빌리지는 개발도상국 농부들의 생활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탄소 포집에 주목하게 됐다고 합니다.

 

▲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 마일스톤상을 받은 플래닛터리 ©XPRIZE Foundation

3️⃣ 플래닛터리, 바닷물에 ‘제산제’를 뿌려 탄소를 격리한다고? 🌊

바다와 대기 중 CO2가 무슨 관계일까요? 사실 대기 중 CO2 상당량은 바다에 용해되고 있습니다. 즉, 바다가 CO2를 흡수하는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단 것인데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바다가 대기에 배출되는 CO2의 약 30%를 흡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대기 중 CO2 배출량이 많아질수록 바다의 흡수 능력은 떨어질뿐더러, 해양산성화도 가속화된단 점인데요. 기후테크 스타트업인 플래닛터리(Planetary technologies)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 플래닛터리의 탄소제거 기술 모식도. ©Planetary technologies 제공

플래닛터리는 쉽게 말하면 바다에 알칼리성 물질을 뿌리는 기술을 갖췄습니다. 알칼리성 수산화물(Alkaline hydroxide)로 불리는 이 물질은 일종의 제산제 역할을 하는데요. 바다에 용해된 CO2와 반응해, CO2를 중탄산염 및 탄산염 이온으로 격리한다고 합니다.

제산제가 위산으로 인한 속 쓰림을 중화시키는 약인 것처럼, 플래닛터리의 알칼리성 물질이 바다를 위한 위장약이 될 수 있단 것인데요. 플래닛터리는 이를 통해 해양산성화를 막고 해양의 CO2 흡수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플래닛터리는 알칼리성 물질의 탄소발자국까지 고려했습니다. 이들은 폐광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알칼리성 물질을 만들 계획인데요. 전체 생산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활용하면 수소나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미량 원소 및 광물도 얻을 수 있다고.

 

👉 빌 게이츠가 1,000만 달러를 투자한 스타트업 서스테라도 포함됐다고!

 

+ 우리나라 기업이 투자한 기업도 선정됨! 🇰🇷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 마일스톤상에 선정된 15곳 중 국내 기업 SK머터리얼즈가 투자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이트리버즈(8 Rivers Capital)도 포함됐습니다. 에이트리버즈는 수산화칼슘을 사용해 탄소를 흡수하는데요. 수산화칼슘이 대기 중 CO2를 흡수하면, 그 결과물인 탄산칼슘 결정체 형태로 CO2를 격리한다고. 에이트리버즈는 기존 탄소 제거 비용과 기술적 복잡성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마일스톤 수상자를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총 1,132개 팀 전체가 표시된 지도. ©XPRIZE Foundation

탄소제거를 위한 진정한 경쟁은 이제 시작이야! 🏃‍♂️

지난달 22일 선정된 15개 팀은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마일스톤 상금)으로 각각 100만 달러(한화 12억 원)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회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는 오는 2025년까지 4년간 열립니다. 마일스톤상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팀이 참여해 경쟁할 수 있죠.

대회 수상자는 2025년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 우승자는 5,000만 달러(한화 약 635억 원), 준우승자(최대 3명)는 3,000만 달러(한화 약 381억 원)을 받는데요. 어떤 ‘미친 아이디어’들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리니엄이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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