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덩어리였던 해피밀의 변신!

2014년 5월, 한국 맥도날드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바로 햄버거를 사러 온 사람들 때문이었는데요, 사실 이들의 목적은 햄버거가 아니었습니다. 햄버거와 함께 주는 장난감, 해피밀 때문이었던 건데요. 당시 ‘해피밀 대란’이라고 불린 이 사건은 맥도날드가 슈퍼마리오 모양의 장난감을 햄버거 세트에 끼워 팔며 시작됐죠. 사람들은 장난감을 얻기 위해 줄을 서고, 먹지도 않을 햄버거를 사는 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피밀로 생긴 플라스틱 쓰레기, 과연 괜찮을까? 🤔

지금까지도 유명 해피밀은 ‘프리미엄’까지 붙어가며 시장에서 거래되곤 하는데요. 마냥 인기가 많아 보이는 이 해피밀에도 씁쓸한 뒷면은 있습니다. 바로 대부분의 해피밀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맥도날드는 1979년 해피밀을 도입한 이래로 약 10억 개의 해피밀을 100개국에서 판매했는데요. 소위 인기 있는 몇 가지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쉽게 버려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맥도날드가 만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우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인류가 1950년 이후 생산한 플라스틱 양, 인포그래픽_Janet A Beckley, University of Georgia

2019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는 해피밀과 관련된 한 자매의 이야기를 보도했는데요. 영국에 사는 7살과 9살 자매 케이틀린과 엘라는 해피밀을 보며 “저렇게 버려진 장난감들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진 않을까”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케이틀린과 엘라의 염려는 괜한 것이 아닌데요.

미국 조지아대학교 연구팀이 2017년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피밀의 주재료가 됐던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은 1950년대 이후 약 85억 톤이 생산됐으며 그중 약 9%만이 재활용됐다고 합니다. 또 지금까지 누적된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을 수치로 환산한다면, 82만 2,000개의 에펠탑을 세울 수 있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2만 5,000번 만들 수 있죠. 이같은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자연에 끼치는 악영향은 가늠하기조차 힘든데요.

결국, 케이틀린과 엘라는 32만 5,000명의 서명과 함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장난감 생산을 중지해달라는 청원을 맥도날드에 보내게 됩니다.

 

© McDonald, 홈페이지

맥도날드, 이제 변화하기로 결심하다! 💓

케이틀린과 엘라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서일까요? 지난 9월 맥도날드는 해피밀의 단점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맥도날드는 오는 2025년부터 플라스틱이 아닌 재활용 소재 혹은 식물에서 유래한 신소재를 사용해 해피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맥도날드의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해피밀을 종이 장난감 혹은 책으로만 제공하는데요. 영국 맥도날드의 경우 지난해부터 해피밀 장난감 반납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데요. 가령 고객이 해피밀 세트를 구매 후 장난감을 원하지 않을 경우, 맥도날드에 반납이 가능한 것이죠. 이렇게 반납된 장난감은 재활용되는데요. 이와 같은 노력으로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맥도날드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8년에 비해 30% 감소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맥도날드는 오는 2025년까지 포장용기까지 친환경 재료로 바꾼다고 선언했는데요. 2018년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90% 가까이 줄일 것이라 밝혔습니다. 맥도날드가 목표를 이루면, 총 65만 명이 한해 동안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맞먹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죠.

 

해피밀만? 우리도 친환경을 꿈꿔! 🤖

지속가능한 장난감을 만들려는 곳은 맥도날드뿐만이 아닙니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장난감 기업 레고는 지속가능한 신소재를 활용해 장난감을 만들려 하는데요. 아직 레고 제품 상당수는 고부가 합성수지(ABS)로 제작되고 있으나, 향후 사탕수수나 나무로 만든 폴리에틸렌으로 레고를 제작할 것이라 밝혔죠. 또한, 레고는 생산 과정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시 재활용하려 연구 중인데요. 이미 버려진 플라스틱 생수병을 이용해 레고 블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플라스틱병으로 레고를 만들고 있는 모습 _LEGO, 홈페이지

바비 인형으로 친숙한 미국의 장난감 제조 기업 마텔(Mattel)사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난감 수거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마텔 플레이백(Mattel PlayBack)’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은 가정에 잠든 장난감을 수거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직 캐나다와 미국에 국한돼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나, 곧 프랑스와 독일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마텔은 앞서 2030년까지 모든 제품군과 포장재를 100%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생산한다는 선언을 한 바 있는데요. 같은 기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일 것이란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하죠.

이는 비단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들만의 일은 아닌데요.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에 있는 한 회사는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수거하는데요. 담배꽁초의 종이를 벗기면 나오는 작은 솜뭉치들을 따로 모은 후 세척해 인형이나 쿠션에 재활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덕분에 매달 약 700만 개의 담배꽁초가 새로운 장난감이나 제품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 MattelPlayBack Program_마텔사, 홈페이지

‘진정한’ 지속가능한 장난감의 조건은? 📝

지속가능한 장난감 브랜드인 ‘더 베이비 펭귄 토이(The Baby Penguine Toy)’는 지속가능한 장난감에 관한 나름의 기준을 정의했는데요. 먼저 생분해가 가능한 목재·면·대나무·양모 같은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데요. 또 무공해 방식으로 제조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만큼, 여러 과정에서 지구를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더 베이비 펭귄 토이는 인조 양털, 폴리에스터와 같이 인조섬유도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물론 나무나 양털 같은 생분해성 재료도 완벽한 것은 아닌데요. 가령 목재가 생산되는 과정에 친환경적이지 않은 공법이 적용될 수 있고, 유독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장난감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낮은 급여를 받거나 착취 혹은 학대를 당하는 등 안전하지 못한 작업 공간에서 생산된 장난감은 재료가 무엇이든 이미 지속가능한 장난감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있죠.

즉, 장난감 원료 생성부터 제작 그리고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이에 더 베이비 펭귄 토이 측은 지속가능한 장난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 목록을 확인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ASTM, EN71 인증 🧸: 각각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추진 중인 까다로운 어린이 사용 안전 기준인데요! 위 인증이 붙어 있다면 안전성은 확보됐단 것. 비슷하게 국내에서는 KC인증을 받는다고 합니다.

FSC 인증 🌲: 제품이 책임감 있게 관리된 산림에서 나왔다는 인증인데요. FSC 100%, FSC RECYCLED, FSC MIX로 구분된다고. 총 3가지 라벨 중 FSC 100% 라벨이 가장 높은 단계에 속하는데요. 제품에 사용된 모든 소재가 FSC에서 인정한 산림의 나무로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OEKO_TEX 인증 👕: 국내에서는 ‘오코텍스 인증’이라고 불리는데요. 제품에 포함된 섬유를 가공하는 단계(원료-공정-최종 제품)에 유해물질 유무를 실험을 통해 알려주는 인증 제도입니다.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제도입니다. 제품 및 서비스가 규정된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제3자가 객관적으로 인증해주는 제도입니다.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제도입니다. 기업이 환경측면을 체계적으로 식별, 평가, 관리 및 개선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 Vlad Hilitanu, Unsplash

한편, 더 베이비 펭귄 토이는 지속가능한 장난감 구매가 곧 아이들에게 친환경적인 선택을 교육하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하는 부모의 선택이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죠. 아이들은 부모의 선택을 보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미래에 살아갈 지구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배우는 것입니다.

아직 플라스틱 장난감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게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심지어 작은 장난감의 경우, 선별이 어려워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지로 들어가는 일도 부지기수죠. 하지만 맥도날드의 해피밀처럼 작은 변화가 합쳐진다면, 곧 장난감들이 100% 지속가능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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