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경까지 국제 해운업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대체 동력원으로 돛이 떠올랐습니다. 풍력을 에너지로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단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세계적인 곡물 기업 카길(Cargill)은 풍력의 힘을 이용한 ‘윈드윙(WindWings)’을 장착한 벌크선 ‘픽시스오션(Pyxis Ocean)’이 중국 상하이부터 싱가포르까지 성공적으로 운항을 마쳤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픽시스오션은 일본 미쓰비시상사(Mitsubishi Corporation)가 소유한 배수량 8만 1,000톤이 넘는 대형선박입니다.

윈드윙이란 37.5m 높이의 대형날개용 돛이 화물선 갑판에 장착된 것이 특징입니다.

카길은 2020년부터 영국 ‘BAR 테크놀로지스(BAR Technologies)’와 노르웨이 ‘야라 마린 테크놀로지스(Yara Marine Technologies·이하 야라 마린)’ 등이 함께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최대 곡물 기업이 ‘풍력 추진용 선박’을 개발한 까닭은? 🤔

연간 2억 2,500만 톤이 넘는 농산물을 전 세계에 운송하는 카길. 수십 척의 화물선을 운영하는 만큼 탄소배출량이 높은 회사입니다.

이 때문에 카길은 과거에도 풍력 추진 선박 도입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카길은 독일 스카이세일즈(SkySails)와 협력해 화물선에 돛을 다는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습니다. 낙하산 형태의 돛을 펼쳐 선박의 보조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는 2015년에 무산됐습니다. 얀 딜레만 카길 해양운송사업부 사장은 당시 “(해당) 프로젝트가 장애물에 직면했다”며 “기술적 관점에서 돛에 대해 회의적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많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2011년 카길은 독일 스카이세일즈와 협력해 공중풍력발전 추진 선박 도입을 시도한 적 있으나, 프로젝트는 4년 뒤인 2015년 기술적 장벽 등에 부딪혀 무산됐다. ©SkySails

그럼에도 “탄소배출이 적은 대체연료 개발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메탄올이나 암모니아 같은 선박용 대체연료가 여전히 비쌀뿐더러, 상업화에 가능한지 우려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여러 대안이 필요하단 것이 카길 측의 설명입니다.

일례로 기존 연료 대비 탄소배출량이 80% 이상 적은 그린메탄올의 경우 톤당 최대 1,013달러(약 130만원)의 생산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기존 연료보다 거의 4배 이상 비싼 것입니다.

 

‘윈드윙’ 활용 시 탄소배출량 30% ↓…“브라질서 덴마크까지 항해 예정” 🚢

딜레만 사장은 “선박을 움직이는 동력이 돛에서 엔진으로 진화한지 수백년의 세월이 지나버린 만큼 해운업계에서 풍력의 능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탈탄소화를 위한 여러 시도 중에서 ‘풍력’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윈드윙 프로젝트’입니다.

유럽연합(EU) 최대 규모의 연구 기금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으로부터 일부 자금을 지원받아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 37m가 넘는 윈드윙을 보조 동력원으로 사용할 경우 선박이 내뿜는 탄소배출량이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BAR Technologies

프로젝트는 기존 선박을 탈탄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해 해운업계의 탄소중립 달성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로젝트명이자 돛인 윈드윙은 접이식 구조로 금속과 유리 복합소재로 제작됐습니다. 평소에는 접혀 있으나 선박이 먼 바다로 나가면 펼쳐져 보조 동력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윈드윙을 보조 동력원으로 이용하면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고, 대체연료와 함께 사용하면 이 수치가 훨씬 더 높아진단 것이 업체 측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기존 선박에 장착할 수 있단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야라 마린 측은 일부 원유선의 경우 최대 6개의 윈드윙을 장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윈드윙을 장착한 픽시스오션은 상하이에서 싱가포르까지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브라질에서 덴마크로 옥수수를 실어 나를 예정입니다. 픽시스오션은 윈드윙 2개 덕에 연료소모를 30%가량 아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37m가 넘는 윈드윙을 장착한 8만 1000톤급 선박 픽시스오션은 브라질부터 덴마크까지 옥수수를 실어 나를 예정이다. ©BAR Technologies

“해운업계 탄소중립 위해선 혁신 전면 내세워야 해” 🧪

카길은 윈드윙을 장착한 선박을 향후 10척까지 늘린단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또 BAR 테크놀로지스 등은 카길 이외 다른 회사 선박에도 윈드윙을 설치한다는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다만, 윈드윙 프로젝트가 실제로 해운업계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선박의 항해 경로 ▲설치된 돛의 수 ▲바람의 세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측정·보고·검증(MRV) 체계를 정량화하는 것이 핵심인 것.

이 때문에 카길 측은 향후 몇 달간 픽시스오션의 항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얻은 자료를 업계 전반에 공유해 윈드윙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습니다.

BAR 테크놀로지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쿠퍼는 “해운업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혁신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며 “풍력은 한계 비용이 거의 없는 연료”라고 재차 피력했습니다.

카길 측은 윈드윙 설치 후 최대 10년 안에 설치 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보조동력원 불과 지적도”…해운업계 잇따라 풍력 추진 선박 개발·도입 ⚓

한편, 여러 해운업계가 풍력 추진용 선박을 개발 중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싱가포르 해운사 버즈벌크(Berge Bulk)도 자사의 21만 톤급 벌크선에 윈드윙 4기를 설치하는 개조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윈드윙 이외에도 ‘로터 세일(Rotor Sail)’ 형태도 개발 중입니다. 원기둥형 구조물인 로터 세일은 항해 중 발생하는 풍력으로 회전하고, 주변에서 생기는 압력 차이를 이용해 선박에 추진력을 보태는 원리입니다.

2021년 한국 기업인 팬오션이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와 협업해 초대형 광탄선에 로터 세일 시스템을 설치한 바 있습니다.

2022년 노르웨이 스타트업 놀스파워(Norse Power)는 5만 톤급 유조선 갑판에 로터 세일을 장착했고, 해당 선박은 현재 항해 중입니다.

 

▲ 2022년 건조된 5만 톤급 유조선 간판에 놀스파워가 개발한 풍력보조 추진장치 로터 세일이 장착된 모습. ©Norse Power

물론 풍력 추진 선박에 장및빛 미래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풍력은 동력 수급이 불안정할뿐더러, 바람이 약한 항로에서는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보조동력원에 불과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아울러 돛을 설치하기 위해 선박을 개조하는 비용이 비싸단 것도 걸림돌입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해운 및 에너지 연구원인 트리스탄 스미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돛은 일반적으로 실행 가능한 선택지”라면서도 “갑판 공간이 제한된 선박이나 바람이 불리한 항로에서는 실용적이지 않단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위해선 여러 기술들이 개발돼야 한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제해사기구(IMO) 최신 연구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매년 석탄화력발전소 283개가 내뿜는 것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내뿜고 있습니다.

이는 선박 상당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의하면, 전 세계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99.8%가 화석연료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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