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지금까지 해온 농업방식이 전환점에 처해 있다. 고령화, 저출생,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농업은 이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다.”

지난달 30일 ‘기후위기시대, 농업의 본질적 문제를 겨냥하라’를 주제로 열린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의 ‘월간 클라이밋’ 행사에 참여한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이 남긴 말입니다.

월간 클라이밋은 기후문제와 관련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매달 선정해 관련 산업과 스타트업 사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국내 농식품 산업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열린 이번 행사에는 13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고령화 등 구조적 붕괴 직전 놓인 한국 농가…“로컬 스타트업들 나서야 해” 🚜

이날 남 소장은 ‘기후위기시대 한국 농업의 구조변화와 스타트업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남 소장은 “국내 농산업은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인 지원체계에 기반해 복잡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산업 분야”라고 설명했습니다.

1962년 농촌진흥청 식물환경연구소(현 국립농업과학원)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농업 관련 기관 및 연구소가 만들어졌고, 그 생태계가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단 것이 남 소장의 설명입니다.

남 소장은 이어 한국 농업이 여러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농가 중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000만 원에 못 미치는 농가가 전체의 65%를 차지합니다. 여기에 난방비 및 전기료 상승 등 에너지가격도 농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 지난달 30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소풍벤처스의 월간 클라이밋 행사에는 130여명이 참석했다 ©소풍벤처스

여기에 농촌 고령화 인구도 주요 문제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70세 이상이 75만 6,000명으로 전체 농가인구의 35%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65세 이상 고령농가 비율은 전체의 49.8%를 차지했습니다.

남 소장은 “(우리나라 농가 산업은) 구조적으로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며 “(청년층이) 토지 및 소득 문제로 농가에 진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업 스타트업이 한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남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고령화·저출생 등으로 인해 농가 상당수가 외부 업체에게 서비스를 맡기고 있어, 이 가운데에서 스타트업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단 것.

다만, 남 소장은 “정부 주도의 농가 지원정책이 오히려 농업 스타트업 지원정책과 모순되는 양상을 보이며 국내 농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남 소장은 ‘로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농업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농민을 대신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로컬기업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농업의 미래는) 로컬을 기반으로 한 (농업) 기업의 성패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농업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시장과 정책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제언했습니다.

 

▲ 왼쪽부터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과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리고 최재욱 디라이트 파트너가 패널토론에 참석한 모습 ©소풍벤처스

“농업 스타트업, 한국 넘어 해외 시장서 새로운 기회 찾아야 해” 🌽

이날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농업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이 내놓은 (농업 및 기업 육성 관련) 정책이 많다”며 “정부와 투자사들이 농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농업 시장은 세계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후위기 등으로 세계 농업 생산구조가 재편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을 타겟팅(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는 미국 농식품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AgFunder)가 내놓은 보고서를 언급했습니다. 애그펀더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업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투자는 전년대비 44% 감소했습니다.

허나, 기후테크와 연관된 농업 분야 내 투자는 되려 늘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최 파트너는 “농식품 분야만 보면 투자규모가 주춤한 것처럼 보이나 농식품 분야와 연계된 기후솔루션까지 포괄한다면 전체 투자 규모는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농가와 스타트업이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참가자들은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농가와 스타트업의 니즈(요구)는 서로 다르다”며 “(한국) 농가는 정부가 직접 지원해주는 것에 익숙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이나 기후대응과 같은 문제에 개별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대어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이상 기후대응에 참여하지 않는단 것.

남 소장 또한 스타트업과 농가 사이에 필요한 것이 다르다며 이것이 “농업 스타트업의 가장 큰 허들(장애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최 파트너는 “농가는 잘 변하지 않는다”며 “스타트업이 (농업 생태계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민석 에이아이에스 대표 윤성 엔벨롭스 대표 신재호 마이클로발란스 대표의 모습 ©소풍벤처스

데이터 기반 농업 혁신 주도하는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해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3곳의 대표도 연단에 올랐습니다.

먼저 데이터 기반 작물생육 재배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아이에스(AIS)의 김민석 대표는 데이터 농업의 효과 및 실제 적응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김 대표는 국내 농업 산업에 대해 “토지 관련 법적 문제, 농사 방법 형태, 농기계 보급률 및 보조금 등 많은 양의 문제가 산재해 있는 시장”이라며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농작업을 위탁하는 농가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농형태양광 스타트업인 엔벨롭스의 윤성 대표는 농업 분야 내 에너지전환의 필요성 및 영농형태양광의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영농형 태양광은 토양의 수분 증발 및 작물 열 피해를 저감하는 등의 효과를 만든단 점에서 기후스마트농업기술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스타트업인 마이크로발란스의 신재호 대표도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인간, 동식물, 바다 등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유전정보를 총괄하는 개념입니다.

마이크로발란스는 화학 비료를 대체할 미생물 비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화학비료로 인한) 환경문제로 인해 기존 화학비료 시장이 미생물 비료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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