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정보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이하 국금센터)가 2023년 하반기 세계 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6대 이슈에 ‘국제 원자재 위기 재발’을 포함했습니다.

국금센터는 지난달 2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세계 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 설명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국금센터는 현재 국제 원자재 시장은 지정학적 및 사회 불안, 정책 리스크 등이 맞물려 원자재 수급 리스크를 초래하고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엘니뇨’ 등 다른 기후리스크 역시 국제 원자재 위기를 유발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 전망 어두워…국제 원자재 위기 ‘재발’ 가능성 주목 🚨

이날 설명회에서 이용재 국금센터 원장은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원장은 “주요국의 통화긴축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찾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성장 회복 속도가 하반기까지 더딜 것이란 뜻입니다.

이 원장은 국제금융시장의 경우, 세계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전환(pivot) 기대로 상반기 개선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동시에 변동성이 큰 장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금센터는 2023년 하반기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6대 이슈로 ▲주요국 통화정책 급격한 변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 ▲고금리 취약부문 부각 ▲주요국 재정건전성 악화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 원자재 위기 재발 등을 선정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국제 원자재 위기 재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국금센터는 강조했습니다.

 

👉 美 국립해양대기청 “엘니뇨 경보 공식 발령”

 

▲ 엘니뇨와 관련해 건조하고 습한 조건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농업 지역을 표시한 지도 ©FAO

“국금센터, 국제 원자재 위기 재발 가능성을 꼽은 이유는?” 🤔

국금센터는 올 하반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곡물·비철금속·원유 등 전반적인 국제 원자재 가격은 약세를 지속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혼란도 완화됐고, 수요도 일부 회복됐습니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없는 이상 국제 원자재 수요가 완만하게 회복한단 것이 국금센터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국재 원자재 시장의 여러 리스크가 산재해 있단 것입니다.

 

1️⃣ 곡물 가격: 엘니뇨 등 기후리스크로 세계 곡물 가격 ‘상방압력’ ↑ 🌽

미국 농무부(USDA)는 2023년과 2024년 세계 곡물 생산 전망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USDA가 공개한 ‘2023년 및 2024년 세계 곡물 수급 전망치’에 따르면, 세계 곡물 생산량은 28억 3,397만 톤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전년대비 3.28%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기간 재고율도 전년대비 0.1%p(퍼센트포인트) 상승한 27.7%로 비교적 안정적인 현황이 예측됩니다.

그러나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속단하기 이르단 것이 국금센터의 설명입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이상기후가 세계 곡물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문제는 엘니뇨로 인해 지역별로 가뭄·홍수·산불 등 여러 이상기후가 발생한단 것.

실제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태평양을 에워싸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호주 일대에서 작황 부진 우려가 확산 중입니다.

 

▲ 2023년 6월 27일 기준 미국 내 가뭄 현황을 보여준 지도 색깔이 붉은색일수록 가뭄 정도가 심하단 것을 뜻한다 ©US Drought Monitor USDA

일례로 옥수수와 대두(콩)을 주로 재배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경우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곡물 품질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가뭄 비율은 지난 5월 중순 24%에서 지난 6월 27일(현지시각) 93%로 급증했습니다. 즉, 파종 후에도 가뭄이 지속돼 곡물이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려운 상황이란 뜻입니다.

국금센터는 엘니뇨 현상이 매우 강한 형태로 나타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국금센터는 지난 4일 내놓은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과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재차 우려했습니다.

국금센터는 “국제 곡물 가격은 우려했던 ‘파종 후 기상악화’가 가시화된 가운데 정치적 변수(흑해 곡물협정)가 가세하면서 상방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날씨의 예측불가능성을 감안해 상황에 따라 가격 진폭도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국금센터는 덧붙였습니다.

국금센터는 “가뭄 등 기상여건 악화를 반영한 주요 기관들의 올해 및 내년 세계 곡물 수급 전망 조정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 런던금속거래소 및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 내 구리 재고 추이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 보고서 갈무리

2️⃣ 비철금속 가격: 역사적으로 낮은 재고 수준, 하반기 녹색전환 속 수요 ↑ ⛏️

현재 비철금속 재고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웃돕니다. 다만, 녹색전환 관련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세계 비철금속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국금센터는 금속 가격이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상저하고란 한해의 경기가 상반기에는 저조하고 하반기에는 고조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실제로 국금센터가 지난 6월 비철금속 시황을 조사한 결과, 구리 재고는 5월 마지막 주 대비 런던금속거래소(LME)와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서 총 -4.3만 톤(-23%)을 기록했습니다. 연중 최저치로 감소한 양상입니다.

같은기간 알루미늄 재고 역시 LME와 SHFE에서 총 -9.3만 톤(-13%)을 기록했습니다.

재고량이 적다는 것은 쉽게 말해 공급량 역시 적다는 의미입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비철금속 수요 감소로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없자 재고 또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브라질 광산 기업 발레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 남동부의 포말라에서 니켈 채굴을 위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VALE

물론 수급 상황에 따라 품목별로 차별화될 소지는 있습니다. 실제로 전기자동차 및 리튬이온배터리 제작에 핵심광물로 꼽힌 니켈의 경우 공급과잉이 예상됩니다.

국금센터는 “인도네시아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니켈이 활발하게 추출되고 있다”며 “올해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해 14.2만 톤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니켈 1위 매장국이자 생산국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국금센터는 전망했습니다.

국금센터는 니켈 공급과잉과 세계 경제 부진 등을 고려해 당분간 비철금속 가격은 ‘하방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는 한 가격이 현재 수준을 크게 하회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전망에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며 중국이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 수 있단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국금센터는 신흥 생산국에서 반정부시위 및 사회불안이 발생하고 있어 원자재 생산 차질이나 물류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단 점을 경고했습니다.

 

3️⃣ 국제유가 가격 : “공급부족 상태로 전환된 덕에 완만한 상승압력” 🛢️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국제유가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과 미국 생산 정체 등의 여파로 상반기 하루 0.83만 배럴씩 증가했습니다.

허나, 하반기에는 하루에 0.10만배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금리인상) 성향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 투자 심리 회복 지연에 따라 현재의 박스권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국금센터는 내다봤습니다.

즉, 세계 경제가 극심찬 침체국면에 빠지거나 금융시장에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뜻입니다.

국금센터는 “주요국 경제지표 회복세가 확인된 후 유가의 반등 추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