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개발 스타트업 크루즈폼(Cruz Foam)이 새우와 바닷가재 등 갑각류 껍질로 만든 대체 스티로폼의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크루즈폼이 포장재 생산기업 애틀랜틱패키징(Atlantic Packaging)과 제휴를 맺고 대체 스티로폼 등 완충재 공급을 시작했다고 지난 8일(현지시각)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보도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크루즈폼은 올해 중반까지 대량생산을 위한 채비를 마친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현재까지 완충재로는 스티로폼으로 잘 알려진 발포 폴리스티렌(EPS)이 주로 사용됩니다. 스티로폼은 가볍고 단열성이 뛰어나 포장·건축·의료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됩니다. 문제는 분해 속도가 느리고 미세플라스틱을 남겨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단 것입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크루즈폼은 갑각류 껍질에 함유된 ‘키틴(chitin)’을 추출해 스티로폼 대체품을 개발했습니다. 크루즈폼이 개발한 대체 스티로폼은 최대 60일 이내 생분해될 뿐더러, 특성이나 가격 모두 기존 스티로폼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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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펠츠 크루즈폼 공동설립자 겸 CEO는 지속가능한 서핑보드를 찾던 도중 대체 스티로폼을 개발하게 됐다 ©Cruzfoam

크루즈폼 “지속가능한 서핑보드 찾던 중 ‘대체 스티로폼’ 개발하게 돼” 🏄‍♂️

크루즈폼은 존 펠츠 최고경영자(CEO)마르코 롤란디 최고기술책임자(CTO), 두 사람에 의해 2017년 설립됐습니다. 미 워싱턴대에서 재료과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두 사람은 ‘서핑’이라는 공통된 취미 덕에 친해졌습니다.

두 사람의 취미 생활은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초 이들은 서핑보드를 좀 더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드는 연구에 초점을 뒀습니다. 서핑보드는 대개 스티로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유리섬유 등 여러 재료가 혼합된 탓에 서핑보드의 재활용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에 두 사람은 지속가능한 서핑보드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예 미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 산타크루즈)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화학·생체공학을 연구했는데요. 그러던 중 두 사람은 갑각류 껍질 속 키틴의 활용성에 주목했습니다.

키틴은 곤충·갑각류의 표피를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갑각류 껍질 속 플라스틱처럼 고분자 물질이 사슬처럼 연결돼 있는데요. 이들은 키틴이 기존 스티로폼을 대체할 잠재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키틴을 활용해 여러 서핑보드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해양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산업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점에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는데요. 이에 두 사람은 포장재 산업을 주고객으로 사업 및 연구개발(R&D)을 진행합니다.

 

▲ 크루즈폼은 갑각류 껍질을 곱게 분쇄왼한 후 이를 바탕으로 키틴이 함유된 바이오소재용 펠릿왼을 만든다 ©Cruzfoam

대게 껍질로 만든 크루즈폼 스티로폼 “물에 넣어도 완전히 생분해돼” 🦀

크루즈폼의 대체 스티로폼은 갑각류 껍질 속 키틴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에 농업폐기물에서 추출한 전분 등을 합성해 만드는데요. 자원이 순환된단 점에서 크루즈폼은 스스로를 ‘순환소재 스타트업’으로 소개합니다.

크루즈폼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를 염두했습니다. 하나는 키틴 소재 스티로폼의 성능과 비용이 기존 소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다른 하나는 기존 생산 기반시설(인프라)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펠츠 CEO는 “개발보다는 생산업체와의 파트너십·정책 및 시장 조사 등이 더 어려웠다”고 회상했습니다. 무엇보다 제품 제조에 필요한 기계를 확보하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이 소요된단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에 크루즈폼은 기존 스티로폼 공장에서 키틴 소재를 용도에 맞게 압축·성형할 수 있는 바이오소재 펠릿*을 개발했는데요. 덕분에 재료만 변경해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펠츠 CEO는 크루즈폼이 개발한 대체 스티로폼이 “토양에서는 최대 60일 이내 생분해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물에 넣어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생분해되는데요. 펠츠 CEO는 “잔디밭이나 정원 등에 대체 스티로폼을 녹인 물을 뿌리면 기존 재료에 들어있던 질소 등 성분이 토양에 영양을 공급한다”며 “동물이 대체 스티로폼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펠릿(Pellet): 작은 원기둥 모양의 알갱이로 플라스틱·스티로폼의 생산 원료다.

 

▲ 지난해 4월 미국 할리우드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왼와 애쉬튼 커쳐오가 크루즈폼 이사회에 합류했다 ©Cruzfoam

할리우드 배우 디카프리오·애쉬튼 커쳐도 반한 ‘크루즈폼’ 😮

크루즈폼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자금조달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2021년 미 국립과학재단(NSF)로부터 200만 달러(약 25억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투자자 및 벤처캐피털(VC)로부터 총 2,500만 달러(약 315억원)를 투자받았습니다.

크루즈폼의 대표적인 투자자로는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애쉬튼 커쳐가 있습니다. 먼저 디카프리오의 경우 본인이 투자자로 참여 중인 순환경제 전문 벤처캐피털 리제너레이션.VC(Regeneration.VC)가 지난해 크루즈폼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디카프리오는 투자 당시 “크루즈폼은 공급망 내 환경 영향을 줄이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같은해 배우 애쉬튼 커쳐의 기후펀드 사운드웨이브스(Sound Waves)도 크루즈폼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두 배우는 현재 크루즈폼의 이사회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 지난 8일현지시각 크루즈폼이 공개한 완충재 등 순환 포장 제품의 모습 ©Cruzfoam

키틴을 활용해 대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을 만든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합니다. 다만, 이들 상당수가 전시에 그치거나 아직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크루즈폼의 이번 소식은 바이오소재 스티로폼의 첫 상용화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한편, 크루즈폼은 배달 용기를 넘어 자동차 부품·의료용품 등 여러 산업군에 필요한 포장 대체재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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