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잉크의 상당수는 화석연료를 주원료로 합니다.

그중에서도 검정 잉크는 석유의 일종인 중유를 열분해해 만든 카본블랙(Carbon black)을 기반합니다. 문제는 카본블랙 1kg을 만드는데 이산화탄소(CO²) 4㎏가 배출된단 것.

이에 지속가능한 검정 잉크를 찾기 위해 나선 네덜란드 기업이 있습니다.

버려지는 커피박(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으로 친환경 잉크에서 시작해 미용 오일, 바이오플라스틱 등 다양한 순환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는 순환소재 기업 카페잉크(Caffe Inc.)입니다.

 

▲ 왼쪽부터 에발루나 마르케스 CTO와 조세핀 나이스타드 前 CEO 그리고 엘린 라이징 공동설립자의 모습. ©Caffe Inc.

카페잉크는 2015년 네덜란드의 순환경제 촉진 기업 ‘스팍 서큘러 솔루션(Spaak Circular Solutions)’이 주최한 5주간의 지속가능성 수업에서 시작됐습니다.

공동설립자인 엘린 라이징과 줄리아 타세는 수업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 문득 마커의 잉크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잉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던 중 두 가지를 알게 됐다는데요.

먼저, 펜과 프린터에 사용되는 검정 잉크가 중국과 인도의 열악한 공장에서 석유를 태운 잔류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만도 연간 12만 톤의 커피박이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두 문제가 연결되면서 카페잉크의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커피박에 함유된 염료를 사용해 카본블랙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요.

이점에서 사명인 카페잉크(Caffe Inc.)의 잉크(INC.)는 주식회사(Incorporated)의 약자인 동시에 잉크(Ink)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후 조세핀 나이스타드 전(前) 최고경영자(CEO)와 에발루나 마르케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 공동설립에 참여하며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카페잉크가 설립됩니다.

 

▲ 카페잉크는 바이오파이너리 기술을 사용해 염료와 오일을 추출한다. ©Caffe Inc.

커피박에서 잉크를 얻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카페잉크는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 기술을 사용해 커피박에 함유된 염료와 오일을 추출합니다. 바이오리파이너리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카페잉크는 자체 공정을 사용할 경우, 커피박 1톤을 원료로 사용할 때마다 CO² 배출 400㎏를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커피박 자체의 색상이 어두운 갈색이기 때문에 별도 소각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잉크는 짙은 갈색을 띱니다.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 등 커피 생산 방식에 따라 50여가지의 다양한 갈색 잉크를 얻을 수 있다고 카페잉크는 설명합니다.

 

▲ 카페잉크는 지난 2021년 패션브랜드 본수트와 협업해 카페잉크의 염료로 염색한 커피정장을 선보였다. ©Caffe Inc.

종이에 사용할뿐만 아니라 섬유 염색이나 직물에 프린팅할 수도 있습니다.

2021년에는 암스테르담 패션브랜드 본수트(Bonne Suits)와 협업해 카페잉크의 염료로 염색한 ‘커피 정장(Coffee suit)’을 선보였는데요.

카페잉크는 더 어두운 색상을 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서큘러매터 및 필립 얀센스 디자이너와 함께 커피블록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그릇 컬렉션 ‘불스.’ ©Caffe Inc.

한편, 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로 커피박을 추출할 시 염료와 함께 오일도 얻을 수 있다고 카페잉크는 밝혔습니다.

이들은 커피오일에 폴리페놀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단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덕분에 커피박에서 추출한 오일은 로션이나 샴푸 등 여러 화장품 원료로 활용 중입니다.

카페잉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염료와 오일이 추출되고 남은 가루를 ‘커피블록’이라 명명한 뒤, 새로운 용도를 찾아 나선 것. 바디스크럽으로 사용하거나 토양개량제, 바이오소재 등의 주재료로 적용한 것인데요.

그리고 2021년 벨기에 순환소재 스타트업 서큘러매터(Circular Matters) 및 순환소재 디자이너 필립 얀센스와 협업해 커피박 가루를 사용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피터 돈데인 서큘러매터 설립자는 카페잉크의 커피블록은 지방과 수분 함량이 낮기 때문에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로 개발하기가 더 쉬웠다고 설명합니다.

 

▲ 2022년 3월, 마르케스 CTO와 나이스타드 당시 CEO가 카페잉크의 데모 공장 부지에서 공장을 설명하고 있다. ©Cees Hin

수년간의 연구와 파일럿(실증) 테스트를 거쳐 카페잉크는 작년 3월 암스테르담에 400만 유로(약 57억원) 규모의 데모(시연) 공장 설립에 착수했습니다. 암스테르담 기후·에너지펀드(ACEF)가 자금을 제공했습니다.

공장에서는 커피박을 화장품용 커피오일과 순환소재용 커피블록으로 가공할 계획입니다. 커피박은 네덜란드의 지역 케이터링 회사와 폐기물 수거기업에서 공급받습니다.

카페잉크 측은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1년에 7만 5,000그루의 나무에 해당하는 CO²를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해당 공장은 작년 10월 완공돼 여러 기업들과 협업에 나선 상태입니다.

나이스타드 前 CEO는 “많은 사람들이 순환경제를 시작하기를 원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에 비해 “커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고 카페잉크는 그런 커피에서 시작해 가시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순환경제에서 카페잉크의 사례가 다른 사람들이 순환경제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데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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