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지난 20일(현지시각) 폐막했습니다.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당초 18일에 폐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지구 평균온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묶어두는 목표 한계치 등을 놓고 각국이 첨예하게 맞서 협상이 연장됐습니다.

이틀간의 연장 끝에 사메 슈크리 COP27 의장(이집트 외무장관)은 20일 손실과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실행 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이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올해 COP27은 여러 우려 속에서 개막했습니다.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식량위기, 공급망 대란, 미중갈등 등 전년보다 복잡해진 국제정세로 성과가 도출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는데요.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가 도출됐단 평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합의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그리니엄이 COP27을 ▲감축(Mitigation) ▲적응(Adaptation) ▲재원 등 3편으로 나누어 총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이번 총회 합의문은 지난 2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를 언급하며 현재의 적응 수준과 필요 수준 사이의 격차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보고서는 현재 다양한 규모의 기후적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합의문에선 적응 의제와 관련해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그리니엄에서 ▲글로벌적응목표(GGA)의 프레임워크 개발 ▲조기경보시스템 이니셔티브 ▲적응 재원 더블링 재확인 등 주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 글래스고 기후 협약 수정안이 채택되자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이 청중의 박수를 받고 있다 해당 수정안에는 글로벌적응목표GGA 설계를 위한 글래스고 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GlaSS이 담겼다 ©UNFCCC

COP26서 시작된 글로벌적응목표 논의, COP27로 이어져 🗺️

COP27 적응 의제에서 핵심 쟁점은 글로벌적응목표(GGA·Global Goal on Adaptation)였습니다.

GGA란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전 세계의 진전을 평가하기 위한 목표를 말합니다. 지난 2015년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를 금세기말까지 1.5℃ 이하로 억제하도록 글로벌 감축 목표를 설정했는데요. 당시 파리협정에서는 적응과 관련해서도 글로벌 목표가 수립돼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GGA는 적응 조치에 대한 국가의 진행 상황 추적·평가와 적응기금 촉진을 위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문제는 감축과 달리, 전 국가에 걸쳐 적응의 정도를 측정할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파리협정 이후 지난 3년 동안 GGA 설계방법에 대한 논의만 계속돼 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는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GlaSS)’이 수립됐는데요. GlaSS에서 2023년까지 2년간, 전지구적 적응 진전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 지표 등을 개발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 지난 19일현지시각 COP27에서 전문가들이 GGA 프레임워크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abinCenter 트위터

GGA 프레임워크 개발 위한 한 걸음, “COP27에서의 진전을 환영해” 👏

이번 COP27 합의문은 “2년간의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의 첫해에 이루어진 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의 진전이란 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5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SB56)와 이번 COP27 워크숍 회의에서의 결과를 말합니다.

먼저 SB56회의에서는 GlaSS를 시작을 위한 워크숍 운영 방식이 합의됐습니다. 이에 따라 COP27에서 워크숍 회의가 열릴 수 있었는데요.

이번 COP27 워크숍 회의에서는 2023년 파리협정당사국총회 5차 회의(CMA.5)까지, 4차례의 워크숍을 거쳐 GGA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기로 결정됐습니다.

프레임워크는 GGA 달성과 진행상황 추적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구체적인 성격과 목적, 세부운영방식 등은 GlaSS를 통해 구체화하고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COP28(2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됐습니다.

프레임워크는 ▲영향·취약성·위험 평가 ▲이행 ▲재원 ▲역량 배양 ▲기술이전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의 차원으로 구조화될 예정입니다. 또 물, 식량과 농업, 도시, 거주지 및 주요 인프라, 건강, 빈곤과 생계, 육상 및 담수 생태계, 바다와 해안 생태계 등의 테마가 포함됩니다.

합의문은 이번 워크숍 회의를 통해 “2023년의 탄탄한 작업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 GGA 프레임워크, 2023년 첫 번째 GST의 일환으로도 사용될 것! 🔍
한편, 해당 작업은 글로벌이행점검(GST)의 일환으로 글로벌 적응 현황을 검토하는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GST란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국가별 감축 이행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검토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첫 번째 GST 결과는 2023년 나올 예정입니다. 이에 2023년 개발될 프레임워크를 전지구적 상황 점검의 맥락에서 적응 관련 진행 상황 검토에도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11월 7일현지시각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s for AllEWA의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COP27 합의문은 이 이니셔티브를 환영하며 더 많은 파트너 국제금융기관이 이니셔티브를 지원하도록 초대했다 ©Kira Worth UNFCCC

유엔사무총장 피력한 ‘조기경보 이니셔티브’, COP27서 강조됨! 🚨

합의문에는 기후적응 솔루션으로 ‘조기경보시스템(Early warning system)’이 강조됐습니다. 개도국은 기후 관측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아프리카 국가 60%를 포함한 세계 3분의 1이 조기경보 및 기후경보 서비스에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합의문은 이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기경보시스템은 지역사회에 홍수, 폭풍, 열파 등 기후위험을 알리고 신속한 대비를 돕는 통합 통신 시스템을 뜻합니다. 자동 기상관측소, 자동 수문 관측소 설치, 기상위험 문자·이메일 전달 시스템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세계기상기구(WMO)는 조기경보시스템이 인명과 자산을 보호하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낮게 달린 과일(Low-hanging fruit)”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응위원회는 개도국이 조기경보시스템에 8억 달러를 지출하면 연간 30억에서 160억 달러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UN WMO의 4가지 목표 ▲재해 위험 지식 ▲관찰 및 예측 ▲준비 및 대응 ▲조기 경보 전달로 구성된다 ©WMO

COP27 개막일(7일) 당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s for All·EWA)’ 실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이니셔티브 발표에 이은 것으로, 구테흐스 총장은 5개년(2023~2027년) 계획에 31억 달러(약 4조 1,859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계획이 발표된 후 네덜란드, 프랑스, 중국, 인도, 일본, 파키스탄 등이 해당 이니셔티브에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COP27 합의문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됐습니다.

 

+ COP27 합의문, 기후변화 적응에서 ‘물’ 강조된 이유는? 💦
합의문 적응 파트에서는 마지막 항목으로 물과 물 관련 생태계의 보호·보존·복원이 언급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사국총회(COP) 사상 처음으로 물의 날이 공식 지정됐는데요. COP27 정상회의 7가지 테마 중 하나로 수자원 안보(Water Security)가 다뤄졌습니다.

 

▲ 유엔적응기금의 미코 올리카이넨 사무국장이 COP27 부대행사에서 기후재원과 기후정의 장애권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FingoFi 트위터

COP27 합의문, “적응재원 두배” 재확인에 그쳐…이젠 민간자원도 필요해! 💰

파리협정은 기후재원 제공이 감축과 적응 사이의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하지만 2020년 유엔의 ‘4차 격년 기후금융 흐름 평가·개요(Biennial Assessment and Overview of Climate Finance Flows)’ 보고서에 따르면 투입된 총 재정의 20~25%만이 적응 재원으로 사용됐습니다.

지난해 COP26의 ‘글래스고 합의문’은 2025년까지 적응재원을 연간 약 2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두 배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COP26 당사국들은 유엔적응기금(AF)*에 3억 5,000만 달러, 최빈개도국기금(LDCF)**엔 6억 달러 이상의 재원 투입을 약속했는데요.

그러나 적응의 긴급함에 비해 이번 합의문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정상임위원회(SDF)에 적응재원을 두 배로 늘리는 것(Doubling)에 대한 보고서를 CMA5 회의 때까지 준비할 것”을 요청하는데 그쳤기 때문인데요.

적응기금에 대한 재원 약속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미코 올리카이넨 유엔적응기금 사무국장에 따르면, COP27 동안 발표된 적응기금 재원은 2억 3,000만 달러(약 3,105억원)입니다.

3년간(2023~2025년) 연간 12억원씩, 총 36억원을 약속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오스트리아, 일본, 아이슬란드 등 여러 국가가 처음으로 적응기금에 재원을 약속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변화입니다. 다만, 금액으로 보면 글래스고에서의 3억 5,000만 달러(약 4,762억원)에 비하면 65%에 불과한데요.

올리카이넨 국장은 “지금까지 인도를 포함한 100개가량의 개도국에서 3,800만 명이 수혜를 받는 140개의 적응 프로젝트에 약 10억 달러를 할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금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공적자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는데요. 때문에 그는 “민간자원(Private sources)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엔적응기금(UN Adaptation Fund):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기금. UNFCCC의 교토의정서에 따라 설립됐다.

**최빈개도국기금(LDCF·Least Developed Countries Fund): UNFCCC에 따라 2001년 설립된 기금. 최빈개도국(LDCs)의 국가적응행동계획(NAPA) 준비 및 이행을 돕기 위한 자금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