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이 참석했는데요.

고어 전 부통령은 COP26에서 인공위성과 컴퓨터 발전 덕에 세계 각지에서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단 점을 강조하며 “(인공위성을 통한 추적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신기술의 소개장이기도 했던 COP26.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항공국(ESA) 등 우주개발기구와 민간기업들도 참여해 온실가스를 추적·감시하는 세계 곳곳의 위성 기술들이 소개돼 주목받았는데요.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인공위성으로 지구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은 허무맹랑하단 목소리가 컸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세계기상기구(WMO)는 1989년부터 지상관측소로 구성된 ‘지구대기감시 프로그램(GAW)’을 운영 중이빈다.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비롯해 각종 대기 정보를 수집해 기상 연구소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WMO에 가입한 100여개국에서만 800개 이상의 관측소를 운영 중인데요. 우리나라도 안면도를 비롯해 4개 기후변화감시소와 7개 위탁관측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에 있는 GAW 소속 관측소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제공

지상 관측소는 온실가스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운영되는 관측소의 수가 제한적이란 것. 800개 넘는 관측소 상당수가 주로 북반구 일부 국가에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아프리카·남미 지역을 포함해 광대한 해양과 사막, 산안 지역에서의 관측 공백이 존재합니다. 또 관측소를 운영 중인 국가의 경제 규모 및 기술 차이에 따라 배출량 분석 정확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위성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지구관측위성(Earth Observation Satellites)’이 활용되는데요.

환경감시를 목적으로 발사된 지구관측위성의 경우 해수면 측정, 삼림 벌채 지도 제작, 온실가스 배출량 감시 및 측정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관측소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동시에 여러 정보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수집할 수 있는 지구관측위성. 그런데 우주에 있는 위성이 어떻게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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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0월부터 11월 사이 OCO 2위성이 분석한 세계 평균 CO2 농도 ©NASA 제공

기본적으로 지구관측위성은 온실가스 배출 탐지를 위해 빛의 반사 방식, 즉 분광 원리를 이용합니다. 이를 위해 환경감시 목적인 위성에는 분광기가 장착됩니다.

분광기는 물질이 방출 또는 흡수하는 빛의 파장과 세기를 측정한 정보를 그래프 형태로 나타내는 기구입니다. 이를 통해 지구 표면에 의해 반사된 햇빛이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가스를 감지한다고 합니다. 화학물질의 종류에 따라 반사되는 빛이 다르기에 온실가스 종류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2014년 NASA가 발사한 ‘궤도탄소관측위성 2호기(OCO-2)‘에는 3개의 분광기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OCO-2 위성에 탑재된 분광기는 이산화탄소와 산소 분자가 특정 파장대에서 빛을 흡수하면 바코드와 같은 검은색 줄의 스펙트럼이 형성됩니다.

이 검은색 줄에 흡수된 빛을 분석함으로써 해당 위치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산소 분자의 분포량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기 중 떠도는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 구름, 지형 등이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관측에 영향을 줍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관측 오차를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 2022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EDF의 메탄샛 위성 ©EDF

현재 온실가스 감시·추적용 위성을 운영 중인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전 지구적 숙제가 된 만큼, 세계 각국은 앞다퉈 온실가스 감시·추적을 위한 지구관측위성 발사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령 NASA는 ESA와 협력해 지구관측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중국은 2025년까지 추가로 온실가스 배출 감시 위성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현재 온실가스 감시·추적 위성 제작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민간기업입니다. 캐나다의 우주 스타트업인 ‘지에이치지샛(GHGSat)’이 대표적입니다.

지에이치지샛은 2016년부터 5개의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은 2019년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누출되고 있단 사실을 포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지에이치지샛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포착된 메탄배출량이 미국 애리조나주의 모든 차량에서 배출한 연간 메탄의 양과 같다고 설명했죠.

 

▲ 투르크메니스탄 서부 코르페제 지역 인근 유전 및 가스 시설에서 나온 메탄을 관측했다 ©GHGSat 제공

네덜란드 우주과학연구소의 추가 관측에서도 GHGSat과 같은 결론이 나오자, 민간 우주 기업을 바라보는 세간의 태도는 180도 달라집니다.

현재 GHGSat은 국제메탄관측소(IMEO)와 NASA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전 세계 수백만 개의 송유관과 유정을 관찰할 수 있는 위성을 추가로 발사했으며, 앞으로 10개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한편, 미국 비영리단체인 환경보호기금(EDF)은 오는 2022년 메탄가스 배출을 감시하고, 누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위성 시스템 ‘메탄샛(MethaneSat)’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메탄샛은 전 세계 화석연료 80%를 생산하는 주요 50개 지역을 감시할 계획이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메탄의 단기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합니다.

메탄배출량 감축을 위해선 얼마나 방출되는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EDF는 메탄샛이 획득한 정보를 요청한 국가와 단체 등에 무상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2023년 발사를 목표로 하는 카본매퍼의 위성 상상도 Carbon Mapper 제공

이밖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 대학교, NASA 제트 추진연구소(JPL), 민간 기업 플래닛(Planet) 등의 협력체인 비영리단체 ‘카본 매퍼(Carbon Mapper)’도 2023년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시·추적 위성을 발사할 예정입니다.

모든 위성에는 NASA가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 분광기가 장착된다고 합니다. 카본 매퍼는 초소형위성 여러 개를 발사해 군집 형태의 시스템을 만들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카본매퍼가 추진하고 있는 위성 네트워크의 상상도 ©Carbon Mapper

기후변화에 대항하기 위해 각국 우주개발기구와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지구관측위성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죠.

한국은 아직 온실가스 감시 및 추적을 위한 위성을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과학 기반의 기후 데이터를 직접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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