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 전환으로 인한 경제 및 산업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그리니엄은 순환경제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순환스타트업을 목록화한 ‘순환스타트업 인덱스’를 소개했습니다. 인덱스에 포함된 500여개 스타트업 외에도 수천 개의 기업이 순환경제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순환경제 관련 신규 일자리도 속속 창출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2022년 한 비영리단체는 보고서에서 순환경제를 달성할 경우 2030년까지 영국 런던에서만 양질의 일자리 28만여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두에 설 직업을 꼽으라면, 단연 디자이너입니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폐기물·재활용을 넘어, 처음부터 재생을 염두에 두고 설계부터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해외를 시작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순환디자이너’란 무엇인지, 또 순환디자이너로 변모할 수 있는 4가지 꿀팁을 정리했습니다.

 

▲ 2017년 애플은 아이폰 신기종 출시에 맞춰 구형 기기의 CPU 성능을 낮추는 ‘배터리게이트’로 계획적 구식화가 아니냔 비판을 받았다. ©Euroconsumers

순환디자이너란? “계획된 노후화에서 ‘계획된 장수명’으로!” 🎨

순환경제는 재료를 가져와(Take) 무언가를 만들고(Make), 궁극적으로 버리는(Dispose) 선형경제에 대한 반성으로 출발했습니다.

선형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관행이 바로 ‘계획적 노후화(Planned obsolescence)’입니다. 계획적 구식화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은 제너럴모터스(GM)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알프레드 슬론이 강조한 경영 기법에서 출발했습니다.

쉽게 말해 의도적으로 제품의 유효 수명을 제한적으로 만들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사용자의 제품 구매 횟수가 증가해 기업의 장기적인 판매량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17년 애플의 ‘배터리게이트’입니다. 아이폰 신기종이 출시될 때마다, 배터리 성능상태에 따라 구형기종의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을 낮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시행했단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에 애플은 한동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 순환디자인은 설계에서부터 가치 회복(재생)이 고려돼야 한다. ©Mifactori

해당 전략이 기업의 매출 증대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사회적 측면에서는 자원 및 에너지 낭비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순환경제를 선도하는 프랑스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계획적 노후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습니다. 일명 ‘계획된 노후화 중단(Halte à l’obsolescence programmée)’ 법안입니다. 이 법을 위반하면 최대 징역 2년, 벌금 30만 유로(약 4억 3,7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밖에도 유럽연합(EU)에서는 ’에코디자인 프레임워크’를 섬유 등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했고, 미국 뉴욕주에선 ‘디지털 공정 수리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처럼 제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계획된 장수명(Planned longevity)’이야말로, 순환경제 시대의 순환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단순한 디자인이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왼)이라고 말했다. 반면, 솔브스튜디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취향과 장수명 모두 추구하는 디자인(오)을 선보였다. ©Only/Once, Solve.studio

‘그냥’ 디자이너에서 ‘순환디자이너’로 변신하는 4가지 방법 💡

그렇다면 ‘계획된 장수명’을 실천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간 그리니엄에서 살펴본 순환솔루션과 함께 살펴보자면.

 

1️⃣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

먼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재활용 담론이 사후처리적인 접근이라면, 순환경제는 설계 때부터 가치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순환디자이너들을 위한 ‘친환경 소재’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등 잘못된 정보도 많아졌다는 점이 문제인데요. 이러한 점이 걱정되는 순환디자이너라면 지속가능한 소재의 정보들을 한데 모은 플랫폼 ‘플라스틱프리(Plasticfree)’ 등을 참고해볼 수 있겠습니다.

 

2️⃣ 디자인에 수리용이성 통합 🛠️

수리는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히 본인 소유의 제품을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권리인 ‘자가수리권’은 수리를 촉진하고 폐기를 방지할 것으로 기됩니다. 이는 높은 수리 비용과 접근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순환디자이너들은 소비자의 자가수리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에 디자인에 수리용이성을 통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최근 부상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면 수리 주기를 미리 알리는 ‘스마트 수리’가 가능합니다.

디자인에 수리를 접목하는 과정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같은 생성 AI의 도움을 받으면 더 편리합니다. 예컨대 수리안내도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는 일일히 그려야 했는데요. 생성 AI를 사용하면 평면의 디지털 도면을 3D 일러스트로 변경해 수리 방법을 더 자세히 알려주는데 쓸 수 있습니다.

 

👉 패션 디자이너와 제품 개발자 위해, 순환패션 디자인 돕는 가이드도 나왔다고!

 

3️⃣ 사회적 내구성 고려 🎨

순환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리적 수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개인의 선호도나 유행 등으로 이전 제품의 가치를 낮추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행위 또한 ‘계획적 노후화’의 연장 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옷이 멀쩡해도 새로운 유행에 맞춰 빠른 주기로 새 옷을 사도록 부추기는 패스트패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부서지거나 고장나서 못 쓰게 되는 ‘물리적 마모’와 달리, 취향·유행 등 사회적인 방법으로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점에서 ‘사회적 마모’라 볼 수 있습니다.

순환디자이너가 이러한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는 디자인 십계명에서 답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수명이 오래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기술이 발달하며 순환성도 지키고,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도 추구하는 디자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 3개만의 원단으로 취향에 맞게 스타일을 변경할 수 있는 ‘리패션’ 컬렉션을 선보인 솔브 스튜디오가 그 사례입니다.

 

4️⃣ 순환 비즈니스 모델 고려 💼

마지막으로, 순환디자이너는 제품의 외관, 기능을 넘어 제품의 생산 방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순환패션 스타트업 티밀은 온라인을 통해 로봇 수십 대와 AI를 활용해 제품을 실시간 주문 제작합니다. 덕분에 의류산업 특유의 과잉생산과 폐기물 발생을 모두 줄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티밀은 지속가능한 직물인 유기농 면화를 선택했습니다. 이에 맞춰 방적부터 생산, 염색, 재단, 봉제 등 모든 생산을 통합했습니다.

이처럼 순환디자이너가 주도해 엔지니어, 소재 전문가 등과 협력한다면 새로운 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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